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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혜인서 Hyein Seo

HYEIN SEO Autumn and Winter 2017.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HYEIN SEO, Eva Al Desnudo

© HYEIN SEO Fall/Winter 2017 collection at London Fashion Week. Photographed by Eva Al Desnudo.

    최근 수년 동안 한국 젊은 패션 디자이너 중 가장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키며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를 고르라면, 단연코 혜인서 HYEIN SEO가 떠오른다. 안트워프 왕립 예술 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 석사 3학년 과정을 마무리하는 졸업 컬렉션으로 2014년도 가을/겨울 시즌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 열린 브이파일즈 VFILES.com 컬렉션에 참가한 이래, 디자이너 서혜인 Seo Hyein이진호 Lee Jinho가 만든 혜인서 브랜드는 그들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유수의 패션 잡지들이 화보에 담아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어워드 중 하나인 삼성 패션 디자인 펀드 Samsung Fashion & Design Fund를 수상하며, 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리아나 Rihanna 같은 힙합 Hip Hop 슈퍼스타가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무수한 디자이너 사이에서 특출한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첫 컬렉션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후 디자이너 서혜인을 서울 Seoul에서 만났을 때, 그는 원래 패션 브랜드를 낼 생각은 없었다고, 좋은 소재를 매일 만질 수 있는 패션 하우스 maison에 들어가 작업하는 것이 원래의 꿈이었다고 했다. 어찌 보면 ‘강제’로 데뷔한 후 4년 차를 맞이한 지난 지금, 혜인서는 뉴욕 New York과 헬싱키 Helsinki, 서울과 파리 Paris 등지를 오가며 착실하게 컬렉션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되었다.

    2017년 현재 혜인서가 지닌 힘의 원천은 스트리트웨어 streetwear를 재해석하는 독자적 감각, 사이버 펑크 cyber punk와 미래주의 futurism의 결합, 일본 만화 manga와 비디오 게임 video game 등 90년대와 2000년대 언저리를 관통한 소년·소녀들이 즐겼을 법한 취향을 함축하여 동시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옷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남성들이 입기 좋은 기성복으로 변형하는 작업 그 자체였다.

    이는 곧 젊은 디자이너 중 특별한 색을 만들어내며, 알게 모르게 동시대 등장한 유사한 컬렉션에 영향을 끼쳤다. 그 사이 혜인서는 뉴욕과 헬싱키에서 두 번의 런웨이 무대를 가졌다. 런던 Lodon머신 에이 Machine A와 도쿄 Tokyo 그레이트 GR8, 서울의 스페이스 무이 Space Mue에 이르는 훌륭한 편집매장에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기성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달리, 인스타그램 계정 instagram@hyeinantwerp만으로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 캠페인 이미지 campaign image를 공개하는 방식은 세계 곳곳에 퍼진 팬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엔 다소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 HYEIN SEO Fall/Winter 2017 campaign at Tokyo. Photographed by Monika Mogi.

    그렇게 조용히 지나는가 싶던 2017년 2월 중순, 겉으로 보이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달리 조용하고 신중하게 한발씩 내딛는 이 젊은 브랜드는 마침내 런던 패션위크 London Fashion Week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혜인서는 이미 두 차례 런웨이 무대를 치렀지만, 데뷔 초기였던 두 번의 무대가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합동 무대였다. 오롯이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한 무대는 처음이란 뜻이다. 혜인서의 꾸준한 조력자 중 하나인 런던 편집매장 머신 에이는 파리와 밀라노 Mlian, 뉴욕과 서울 그리고 도쿄 등 다양한 선택지 중 신진 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에 가장 적극적인 런던을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2017년도 가을/겨울, 혜인서 컬렉션의 주제는 파이널 보스 Final Boss였다. 거리 패션과 만난 고급 기성복 high-end streetwear이 시대의 흐름이자 주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더 깊숙이 자신들의 세계관을 표출한다는 점은 ‘상업성’과 ‘개성’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혜인서는 그 해답으로 일상복과 그들의 꾸준한 취향 안에서 지속하여 발전하는 섬세함 detail, 그리고 실제로 옷을 보면 드러나는 다양한 기술로 표현한다.

    푸른색 유도복과 붉은 점프 수트, 과감하게 어깨를 잘라낸 간결한 검정 니트웨어는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도형과 사이버 펑크 그래픽으로 장식한 배경과 무대 바닥과 만난다. 컬렉션이 주는 색감과 그래픽은 언뜻 강렬하지만, 사실 그들이 창조한 기성복은 가장 기본적인 현대 의복을 뿌리 삼아 변형해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컬렉션들에 선보이지 않았던 스타일이 몇 가지인가 더 포함되어 있지만 여전히 거친 rough 요소를 가득 담아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으로 향한다.

© HYEIN SEO Fall/Winter 2017 campaign at Tokyo. Photographed by Monika Mogi.

    2017년 2월 선보인 컬렉션 이후, 2017년도 가을/겨울 시즌의 시작과 함께 공개한 캠페인 이미지는 도쿄 도심 곳곳을 자유롭게 거니는 두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젊은 사진가 모니카 모기 Monika Mogi는 나이가 엇비슷한 또래 모델들과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며 렌즈에 담았다. 시부야역 육교와 횡단보도, 2037년까지 이어진다는 공사장과 현장 조명, 길거리 간판과 라멘 Ramen 가게, 비디오 게임장 같은 일상 공간이 언뜻 낯설지만 새롭게 나타난다. 오오토모 카츠히로 大友克洋·おおとも かつひろ가 창조한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 아키라 AKIRA를 헌정 hommage 한 활자 그래픽 typographic을 향한 유머로 거리의 오토바이도 등장한다. 90년대 비디오 게임과 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을 법한 음울하고 음침한 세계관이 은유처럼 옷과 그래픽으로 담았지만, 바이커 재킷 biker jacket부터 방한용 파카 anorak까지 혜인서의 대표적인 의상들은 모두 동시대 여성과 남성을 위한 ‘저항’ 정신을 담아낸다.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흐름 trend은 종종 사람들을 지치게 하며, 패션 역시 크게 기여한다. 휩쓸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고유한 스타일 style을 만들고 충실한 팬덤 fandom을 형성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견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혜인서 역시 그러한 길을 점점 걷게 될까? 아직 아무도 모르기에 다음 걸음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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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3
다른 사람을 위한 패션
2017-11-27
서울 무제: N°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