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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위한 패션

    종종 동시대 패션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화려함’에 혀를 내두를 때가 있다.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다국적 유명인사들, 전 세계를 여행하는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패션 블로거들, 그리고 끝없이 고급을 지향하는 배타성 같은 것에 말이다. 하지만 패션을 넘어서, 실제 사람들이 매일 입는 ‘옷’이란 존재가 때론 누군가에게 불합리를 고치기 위한 발상이 될 수 있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Open Style Lab

© Open Style Lab’s Summer Program 2016 with Parsons School of Design at the New School. Image courtesy of Open Style Lab.

     몸 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패션은 비교적 극소수 사람에게 관심 있는 주제이지만, 2017년 5월,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는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학교 Parsons School of Design at the New School 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패션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능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오픈 스타일 랩 Open Style Lab이 주관하고 파슨스 디자인 학교 패션 학부의 학생 열다섯 명이 디자이너로 참여한 프로젝트는 후천적 장애와 노화처럼, 일부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패션 디자인 수업의 일환이다. 학생과 멘토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각기 팀을 만들어 실제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닌 네 명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가령, 경련성 뇌성 마비를 앓고 휠체어에 타는 사용자 ‘키런 컨 Kieran Kern’을 위한 붉은색 울 코트는, 옷깃 collar에 두 개의 원형 링이 달려 있다. 이 링을 잡고 돌리면, 한쪽 팔로도 충분히 옷을 둘러 입을 수 있다.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이린 박 Irene Park을 위한 바지는 다소 전위적인 일본 패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처럼 보인다. 벨트 고리가 없고, 신축성 있는 여밈 소재를 사용했으며, 허리 양쪽에 지퍼가 달린 납작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처럼 일어서서 바지를 입기 어려운 그를 위해, 파슨스 학생들은 ‘앉은 상태’에서도 입기 편안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한 ‘오픈 스타일 랩’은 2014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MIT의 공공 봉사 프로젝트로 출발, 2015년 정식 비영리 단체로 통합했다. 그들은 파슨스 디자인 학교와의 협업을 비롯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지향점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첫째, ‘장애인을 위한 의복 접근성 clothing accessibility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의 중요성과 인식을 높인다. 둘째, 접근성 높은 의복 accessible clothing 제작 기술을 지역 사회에 제공한다. 셋째, 의류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과 기술을 개발·배포한다.

© Open Style Lab’s Summer Program 2016 with Parsons School of Design at the New School. Image courtesy of Open Style Lab.

    오픈 스타일 랩의 여름 연구 OSL 2017 Summer Lab 프로그램은 뉴욕 파슨스 디자인 학교에서 2017년 6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10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하였다. 여름 연구 주제는 ‘웨어러블 사용자 경험 Wearable UX’이다. ‘패션’과 ‘기술’의 만남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의료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출발이다.

    참가 신청을 낸 학생들과 일반인,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물리 치료사와 전문 분야 멘토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패션’이 단지 유행의 하나가 아니라는 증거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 중 하나가 아닐까? 팀 구성과 고객 브레인스토밍부터 최종 공개 발표 과정까지, 더 자세한 정보를 오픈 스타일 랩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유행으로 바라보는 패션만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사회의 일부로서, 옷을 매개체로 삼은 창작자들은 이미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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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2017년, 혜인서 Hyein 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