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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VY Magazine x SFCS Article 03. SFCS Product Show — Silentype, Country Powder, Gegenüber

 

 

Text & Photography  Hong Sukwoo

© Collection and Campaign Photography Courtesy of Gegenüber, Country Powder, Silentype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에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밤낮없이 만들고 있다. 이제 시작한 브랜드부터 외국 쇼룸 showroom 계약하고 수주회와 박람회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베테랑 브랜드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한 편이다. 그들은 12개월부터 최장 24개월 동안,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가 지원하는 갖가지 지원을 받는다. 공동 창작 공간에는 옷과 장신구의 패턴 제작이 가능한 공동 작업 공간부터 간단한 스튜디오 사진을 찍을 있는 포토 스튜디오가 있다. 개별 공간들은 일종의 사무실로 사용하며 새로운 시즌과 아이템을 준비한다. 

    패션 현업 전문가와의 멘토링 프로그램부터 전문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 트렌드 세미나와 홍보대행사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처럼 발을 내디딘 패션 브랜드에게 필요한 유무형의 지원 또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받을 있다. 그리고품평회 있다. 이곳에서 자기 컬렉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디자이너와 경영자 역할을 함께하는데, 그 가지 과정과 결과를 중간 평가하는 자리이다.

    훌륭하게 균형을 맞추며 전진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브랜드 역시 존재한다. 그럴 품평회는 기능을 한다. 유통 업체 구매자 buyer부터 패션 매체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브랜드를 알아볼 있는 모든 개인 정보를 가린 오로지제품, 즉 시즌을 상징하는 옷과 장신구만으로 전문 평을 듣고 점수를 매긴다. 소위전문가들의 의견이 항상 시장 방향과 같거나 옳은 예측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륜과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된다. 품평회를 비롯한 지원 프로그램을 거치면, 남성복과 여성복, 액세서리와 유니섹스 레이블처럼 비단 장르로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각자 색을 드러내는 이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 SFCS Product Show Spring/Summer 2019.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몇 차례 ‘품평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서른 명 남짓한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보고, 그들의 시즌 콘셉트와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하며, 고객이자 소비자에게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가 떠올리며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 평하는 자리였다. ‘품평회’는 매년 봄과 가을 한 차례씩 열리는데, 꾸준히 심사에 참여하다 보면 지금 서울에서 패션을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어떠한 경향 trend을 따르는지 보이기도 했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내부에서 마련한 지원 혜택을 주는 평가 지표이지도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컬렉션을 만들면서 – 빠르게 변하고 치열한 전쟁터 같은 패션 시장에서 – ‘생존’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와 모델이 입은 사진이나 화보, 혹은 고객이 직접 구매하여 입고 다니는 옷과 장신구가 실제 마주하는 패션의 결과물이라면, ‘품평회’는 일종의 ‘과정’에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할 때는 심사위원으로서 열심히 각 디자이너의 출품작에 관한 평을 남겨왔다. 

    어떤 심사위원은 소위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나와는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내가 호의적으로 바라본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너무 전위적이라든지, 시장성을 좀 더 고려하고 가격과 유통 다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평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의견이 모이는 과정이 바로 품평회의 묘미이자 선정의 결과만큼 중요한 사실이다. 그래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기획 기사를 쓰기 시작한 때부터, 품평회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쯤 다루고 싶었다. 이 시스템이 하나의 평가 수단임을 알지만,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은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했다. 대신 평가 기준처럼 독창성과 상품성, 컬렉션의 완성도 측면에서 흥미를 유발하고, 현재 완벽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아니어도 독특한 행보를 걷는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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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CS Product Show Spring/Summer 2019.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품평회’의 정식 명칭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품평회’이다. 1년에 두 번 진행하기 때문에 ‘상반기 품평회’와 ‘하반기 품평회’라고 부른다. 매년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4월에는 상반기 품평회를, 10월에는 하반기 품평회를 연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운영진이 유통 업계 실무자와 패션 디자이너, 브랜딩 디렉터와 미디어 관계자 등 패션 업계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들로 미리 심사위원 명부를 만들면, 디자이너들이 직접 운영 사무실에 방문하여 심사위원을 추첨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일곱 명의 심사위원을 섭외하면 심사 일정이 정해진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서른 개의 브랜드는 의무적으로 모두 품평회에 참여해야 한다(그만큼 중요한 행사로 볼 수 있다). 각 브랜드에서 만든 여덟 점의 컬렉션 의상과 장신구, 브랜드 설명서, 그리고 각 제품의 사양서를 함께 제출 받는다. 품평회는 기본적으로 ‘블라인드 평가’이다. 제출한 문서나 제품 어디에도 브랜드명이나 로고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제품 곳곳의 라벨이나 브랜드 로고부터 단추에 새긴 각인과 옷 위에 들어간 그래픽 프린트까지,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는 볼 수 없도록 한다. 브랜드 설명서나 제품에 건 종이 택에 복종, 콘셉트, 소재 등의 기본 정보만 기재하는 식이다. 각 브랜드에는 1부터 30의 숫자가, 각 제품에는 A부터 H의 알파벳이 매겨진다.

    “제품 제출 기간을 명시하고,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으실 경우에는 받지 않습니다. 전에는 품평회에 제품을 제출하지 않는 브랜드도 간혹 있었는데, 요즘은 제출하지 않는 분들이 없는 편입니다. 품평회 제품 취합이 끝나면 DDP 패션몰 유어스 4층의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쇼룸에 진열합니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운영진은 이어서 품평회의 기준과 방식을 설명해주었다. “심사위원들은 한 분씩 따로따로 와서 심사를 진행합니다. 대체로 한 시간 안팎 동안, 독창성(40점), 상품성(40점), 컬렉션 완성도(10점) 세 항목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심사지에 브랜드별 코멘트를 작성하는 칸이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각 브랜드에 남기고 싶은 코멘트를 자유롭게 적는 칸인데, 모든 브랜드에 코멘트를 적는 분이 계신가 하면 정말 인상 깊은 몇몇 브랜드에만 코멘트를 적는 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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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CS Product Show Spring/Summer 2019.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품평회 점수는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 90점, 자료 제출점수 10점을 합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자료 제출 점수에는 지난 시즌과 중복되는 제품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8개 제품을 모두 제출했는지, 설명서나 행택을 제출했는지 등이 반영되고, 품평회 점수는 추후 연말 종합평가에 반영한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입주 브랜드에게 개별 메일로 보낸다. “품평회 직후에는 심사위원 코멘트만 모아서 보내드리고, 연말 종합평가 때 품평회 등수와 종합평가 등수를 함께 알려드립니다. 품평회 점수가 연말 종합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창작비를 받고 원하는 창작실에 입주할 확률이 커집니다. 종합평가는 100점 만점에 디자인 역량(품평회) 50점, (홍보나 수상, 유통망 입점 등) 대외 활동 30점, 프로그램 활용(창작실 이용률, 지원 프로그램 참여도) 20점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패션 브랜드에서 제품의 매력을 느끼는 장치 중에는 사실 ‘브랜드’ 자체에 관한 호감도가 꽤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심사위원 개인 취향이나 인맥 유무가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환경을 만든다. 어릴 때 콜라 라벨을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고르는 갑론을박을 본 기억이 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데, 수년간 품평회에 참여하면서 온전히 컬렉션, 아이템, 옷의 상품성과 품질만으로 평을 내리는 시스템이란 때로는 이미 자리 잡은 기성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제품만을 눈앞에 두고 디자이너가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또 어떠한 부분이 마음에 들고 어떠한 부분은 아쉬운지, 어떠한 부분을 보완하면 더 이로울 지 생각해보는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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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7일, 일요일 Sunday, April 07, 2019

상반기 품평회 SFCS Product Show at Spring/Summer 2019

    2019년도 봄/여름 시즌 컬렉션과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2019년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상반기 품평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기사를 쓰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했다. 대신 품평회에 심사위원으로 오래 참여한 전문가의 평가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평가를 마친 후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백화점 Hyundai Department Store 김천응 과장은 남성복 편집매장부터 내셔널 브랜드의 유통과 매니지먼트까지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이다.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장에서 소위 동시대 contemporary 패션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다. 그는 꼼꼼하게 각 브랜드의 컬렉션을 보고, 옷의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안감과 소재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점수를 매기며 코멘트를 남겼다. 그리고 ‘창작’ 측면만큼 중요한 ‘상품성’ 관점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품질과 소재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지점이 있죠. (품평회에서 본) 몇 가지 브랜드는 가격이 비싸도 납득이 가요. 가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가격에 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는 디자이너들도 더러 보였어요. 상품성이란, 결론적으로 자신이 대상 target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 여러 요소를 담은 – 가격과 옷으로 보여주는 행위거든요. 품평회 평가 항목 세 가지 요소 중, 상품성이라는 부분을 단련하는 것이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라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에서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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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CS Product Show Spring/Summer 2019.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과거 종종 심사에 참여했을 때, 여성복과 남성복, 유니섹스와 액세서리 등 각각 제품군이 – 물론 모두가 같지 않지만 – 특히 강점을 드러내는 때도 있었다. “요즘은 남성복이 좀 더 개성을 드러내는 편이에요. 젠더리스 패션 genderless fashion이 하나의 흐름이기도 하고요. 반면 여성복은 좀 더 여성스럽고, 발랄한 느낌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성복 디자이너들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만큼 여성 고객들에게는 ‘브랜드’의 가치가 남성복만큼 중요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남성 고객은 브랜드를 조금 더 중시하는 편이죠. 여성 고객들은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실패에 관한 기회비용도 더 감수합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사 브랜드 순위를 보면, ‘어, 이런 브랜드가 있었나?’ 싶은 경우도 있죠. 여성 고객 관점에서 보면, 가격이 적당하고 상품성이 흐름에 맞는 제품을 더욱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그만큼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로서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러면 이윤은 적어지고, (제품당 판매 수익) 배수를 낮춰야 살아남는 경쟁이 심화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하여 완전히 상업화에 들어선 브랜드가 여럿 생기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은 디자이너들이 분화하면서 브랜드의 콘셉트나 성격이 바뀌기도 하죠. 특히 여성복에서는 컬렉션으로 브랜드 콘셉트와 철학을 보여주면서도,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한 브랜드가 결국 성공하는 사례가 눈에 띕니다.”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사들 역시 항상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브랜드의 모음이 백화점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강세를 띠는 추세와도 무관하지는 않지만, 오프라인 유통망들도 항상 도전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의 남성복 편집매장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요. 요즘은 충분한 자체 공급망과 인지도를 구축한 디자이너들이 독자적인 유통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1기 출신의)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이나, ‘듀펠 센터 Duffel Centre’를 만든 안태옥 디자이너의 스펙테이터 Spectator처럼 말이죠. 하지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브랜드들에게 녹록치는 않아요. 백화점 관점에서 운영하는 편집매장을 예로 들면, 소위 (매출이) ‘터지는’ 브랜드들이 있어야 하는데, 입점 브랜드 전체를 끌고 가는 대표 브랜드들이 기성 유통 환경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종종 맥이 끊기기도 합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환경에서 디자이너 브랜드가 꾸준히 순환하며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에게도, 유통사에게도 모두 쉬운 일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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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과 홍보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젊은’ 패션 브랜드에게 항상 요원한 지점이다. 시작 단계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사에 입점하기 위하여 실제로 해야 하는 행동이 궁금했다. “디자이너 편집매장들은 웬만한 백화점에 모두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수료가 문제입니다. 백화점 유통은 오프라인 중심이고, 특히 편집매장들은 (다른 브랜드 매장에 비해) 적은 매장을 전개하죠. 디자이너들의 고민 또한 이 지점입니다. 디자이너들을 만나면 항상 ‘기회가 있으면 하시라’고 조언합니다. 백화점 편집매장들은 보통 내부적으로 시도해서 좋은 성과를 낼 거로 예측하는 지점에 들어가 있습니다. 높은 수수료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마케팅 관점에서 좋은 오프라인 매장과 위치에서 판매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실리적인 판단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재고 부담이라든지 여러 위험 요소가 있지만, 10년 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1기와 2기부터 생존하여 살아남은 대표적인 브랜드들은 모두 이러한 경험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패션은 기다려주지 않죠. 지금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생존 과정을 거친 브랜드와 경쟁해야 합니다. 경험해보지 않고 거절하기보다, 기회가 왔을 때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고, 하나의 투자이자 마케팅이며 사례 reference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입점 문의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어떤 유통사라도 ‘오는’ 연락은 많을 거예요. 다만, 단순히 메일로 연락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작은 매장부터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브랜드들은 굳이 먼저 찾지 않더라도 항상 유통사 관계자들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먼저 들어가 있으면 연락이 오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곳의 초기 디자이너 실장님들은 모두 팝업 매장 등으로 ‘현장 판매 경험’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 안에서 고객이나 관계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방향성을 바꾼 분들도 계십니다. 세컨드 레이블을 내기도 하고, 특정 매장에서 매출이 높다가 다른 매장에서 전혀 나오지 않은 경험도 마주했습니다. 처음부터 타고난 브랜드나 디자이너나, 투자한 만큼 항상 결과물이 나오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극히 드뭅니다. 직접 경험해보는 만큼, 기회는 더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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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평회 취재 일주일 후, 결과가 디자이너들에게 모두 전달된 시점에 세 명의 디자이너를 만나러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갔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순위에 관계없이 품평회 현장에서 작업을 보고 난 후, 브랜드로서 궁금한 점이 생기고 이 작업을 만든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브랜드 세 개를 골랐다. 사일런타입 Silentype이도경 Lee Dokyung, 컨츄리 파우더 Country Powder김상원 Kim Sangwon송민석 Song Minseok 그리고 게겐위버 Gegenüber김우진 Kim Woojin을 조용한 일요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안에 있는 각자의 작업실에서 마주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으나 그들이 각자 브랜드를 대하는 방식과 생각, 경험과 철학이 재미있을 만큼 달랐다. 품평회에서 나온 결과로 만난 디자이너들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품평회를 거쳐서 알게 된, 혹은 알고 싶어진 브랜드의 디자이너들과 마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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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B34,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Silentype.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Sunday, April 21, 2019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B34호 Room No. B34,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이도경은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디자인 전문학원 삼성아트앤디자인인스티튜트 SADI·사디에 입학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몇 개의 패션 회사를 경험한 그는 사일런타입 Silentype을 만드는 동시에 스타트업 기업 ‘위아그레이터댄아이 We Are Greater Than I’에서 축구 문화 브랜드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일한다. 그는 지금 작업이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여러 경험을 거치는 도중,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프리랜스 디자인 작업을 한 흔적은 사일런타입의 옷 곳곳에 들어간 그래픽 디자인에도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사일런타입의 소개를 보면 ‘춤추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던 경험은 사일런타입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일부러 탐구하거나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반년 정도 지냈어요. 벌써 2년 전이네요. 한국에 다시 들어온 건 2016년 12월 31일이에요. 집에 큰일이 있어서 계획보다 빨리 돌아왔어요. 그때의 경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아요. 더 ‘나’를 규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요.”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다시 반년 가까이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매년 쓰던 공책에 적은 기록을 잠시 보여주었다. 공책에는 지금 당장, 올해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과 꿈, 목표와 인생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자신의 브랜드를 하고 싶은 것 역시 물론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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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entype Autumn/Winter 2018 Campaign. Image courtesy of Silentype.

    첫 번째 컬렉션은 모두 집에서 작업했다. “브랜드 콘셉트를 잡고, 디자인을 하고, 패턴을 뜨고, 원단을 사고, 재단과 봉제를 하는 거죠. (작업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제로 친구 스튜디오를 빌리고, 서강대학교 건물 로비에서 외국 학생들을 모델로 섭외했어요.” ‘작게’ 시작했지만, 막상 브랜드를 시작한 후 웹사이트를 만들고, 주위에 홍보를 시작하면서 예상보다 반응이 왔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무신사 Musinsa부터 합정동의 스트리트웨어 편집매장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거치며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소비자들을 경험했다. “막상 브랜드를 시작하니, 입점한 편집매장이나 웹사이트를 통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판초나 점프수트 같은 제품은 브랜드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작했지, 실제로 판매를 기대하고 만든 상품은 아니었거든요. 심지어 품절을 띄운 후에도 웃돈을 주고 구매하겠다는 경우도 있었어요. 서울창작스튜디오에 들어오기로 결심한 이유도 브랜드를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게 된 후, 그는 집에서 처음 옷을 만들 때 느낀 어려운 부분을 해소하게 되었다. 디자인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손을 거치는 옷을 만들기 때문에 관련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 그는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하고 생각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2019년 계획이 담긴 빼곡한 노트가 작업실 벽에 붙어 있고, 커다란 전신 거울 위에 붙은 작은 사진 두 장이 특히 눈에 띈다. 사일런타입 브랜드를 출시하기 전 파리에서 지낼 때는 복합 문화 공간 ‘썽캬트르 Le Centquatre 104’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춤추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처음 옷에 강렬한 에너지를 느낀 때와 비등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거울 위에 붙은 작은 사진은 그 에너지를 기억하기 위한 일종의 매개체이자 증표였다. “프랑스에 있을 때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졌어요.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분위기가 편했어요. 이전까지 한국에서 지내던 환경에서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었죠. 춤을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거든요. 같이 춤을 추거나, 친구들이 추는 모습을 바라보면 벅찬 기분이 들어요.” 그는 이것을 ‘영혼을 공유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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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B34,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Silentype.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이도경은 조금씩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벽에는 과거의 브레이크 댄서부터 의료용 유니폼처럼, 다양한 영감의 흔적들이 붙어 있다. 스트리트웨어에 기반을 두고 그래픽을 입힌 젊은 디자이너의 패션 브랜드로 단정 짓기는 섣부르다. 그가 생각하고, 즐기고, 열정을 지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감각이다. “엄청난 거대 자본으로 만드는 작업이 아니니까, 현실적인 부분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해소하지 못하는 지점도 있어요. 하지만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순수하고 본질적인 저의 욕구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적은 돈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작업이 될 만한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휘몰아치는 탁구 경기 같았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수학적인 두뇌와 뜨거운 마음과 앞을 바라보는 시선이 섞인 일종의 창작자 creator였다. 이도경과 대화를 마치면서 앞으로 계속 컬렉션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행과 경향을 좇기 바쁜 업계에서 그의 작업과 생각은 일종의 이단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며 그는 ‘정신적으로, 현실적으로 현실에 발 딛고 사는 것’이라는 문장을 꺼냈다. 어떤 패션 브랜드는 디자이너 자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 달이 흐른 후 – 아마도 – 사일런타입이 새 컬렉션을 만들고 보여주는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 꼭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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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B47,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County Powder.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Sunday, April 21, 2019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B47호 Room No. B47,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김상원 Kim Sangwon송민석 Song Minseok은 부부이자, 각각 컨츄리 파우더 Country Powder의 디자이너와 머천다이저 Merchandiser·MD를 맡고 있다. 상반기 품평회에서 컨츄리 파우더의 옷을 본 후, 인터뷰를 위하여 김상원의 연락처를 받고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을 때만 해도, 지레짐작으로 ‘남성’ 디자이너일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 만난 둘은 모두 군복 militarywear 외투를 입고 있었다. “컨츄리 파우더는 한국에서도 시골에서 받은 경험과 영감을 바탕으로 만드는 남성복 브랜드입니다.” 김상원과 송민석은 각각 이랜드 E.LAND에서 패션 디자이너와 머천다이저 Merchandiser·MD로 일했다. 반 년간 자신들의 브랜드를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이기로 하면서, 둘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16기 입점 브랜드로 들어오게 되었다. 

    컨츄리 파우더의 첫 번째 컬렉션이자 2019년도 봄/여름 Spring/Summer 2019 시즌 주제는 ‘농촌 생활’이다. 패치워크가 들어간 주황색 남성복 조끼와 체크무늬 복고풍 수트를 품평회에서 보고, 지금 유행과 조금 벗어난 옷을 만든 용기와 선택이 기억에 남았다. 김상원은 컨츄리 파우더의 첫 컬렉션을 만들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과수원을 운영하시는 농부 아버지의 모습이 컬렉션에 많이 투영되었어요. 아버지는 그냥 웃으세요. 워낙 과묵하신 경상도분이라서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본인이 (컬렉션의 주제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재밌고 신기하게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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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ntry Powder Spring/Summer 2019 Lookbook. Image courtesy of Country Powder.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고, 첫 컬렉션을 선보이고, 고객에게 직접 판매를 시작한 것이 모두 올해 2월에 숨 가쁘게 이뤄졌다. “계획보다는 늦어졌어요.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이다 보니까 판매를 늦게 시작한 부분이 아쉬웠죠. 그래도 매장 몇 곳에 입점하고, 조금씩 판매 성과가 눈에 보이니까 조금 숨을 돌리는 참이에요. ‘시골’이라고 하는,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콘셉트로 보여주기로 한 부분에 사람들이 관심 보이는 점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지 못하는 제한이 아무래도 존재하지요. 처음 출시한 컬렉션도 막상 전체를 놓고 보니, 생각보다 입기 편한 옷들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브랜드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죠.” MD의 시각으로 컨츄리 파우더의 처음 몇 달을 떠올리는 송민석은 디자인 자체만큼 균형의 관점에서 말을 이었다.

    상반기 품평회에 관한 소회도 궁금했다. “이미 잘 전개하는 브랜드는 상품성과 창작성 모두 양립하고 있죠. 이곳에서 올해 처음 브랜드를 선보인 분들은 저희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품평회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디자인적으로, 상업적으로 조금 쉽지 않다는 코멘트가 있었어요. 유통과 디자인 양쪽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는 브랜드들이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안에 있어요. 지금 유행하는 감성을 그대로 따르거나, 디자이너의 컬렉션으로 승부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길과는 조금 다른 듯해요. 아직 조금 미숙한 부분이죠. 새로운 브랜드의 첫 번째 출시 시즌이다 보니, 시골이라는 단어에서 – 시골 사람들이 작업할 때는 작업복을 입고, 읍내에 나갈 때는 정장을 입으니까 – 두 가지 요소를 섞었다고 생각했는데, 디자인만 보았을 때는 두 가지 상반하는 요소가 상충하는 부분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컨츄리 파우더는 시골, 그 중에서도 김상원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고, ‘서울’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든다. 둘은 첫 시즌을 만든 신인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MD이지만,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이어진 경력 또한 지녔다.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걸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보면,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는 너무 쉬워요.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생산하기 위한 제반 환경은 모두 갖춰져 있으니까요. 동대문만 다녀도 바로 어떤 것이 유행인지 알 수 있죠. 지속하는 게 가장 어려울 뿐이지, 서울만큼 패션 하기 좋은 곳은 없기도 해요.” 김석원 또한 송민석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들이 계속 문을 닫는 현실은 안타까워요. 공장이 노후화하고, 주문이 외국으로 몰리고, 그래서 문을 닫는 게 직접 패션 브랜드를 만들면서 더 눈에 들어요. 원단도 전체적인 수량은 많지만, 획일화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요. 컨츄리 파우더 같은 브랜드는 자기 색을 보여주는 소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직접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보니, 대기업들도 국내에서 좀 더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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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B47,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County Powder.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2019년 4월과 5월을 거치며 컨츄리 파우더는 여름 시즌 상품 계획과 출시 준비로 분주하다. 룩북 촬영을 마치고 티셔츠에 기반을 둔 새 상품군을 출시하는 일정이다. “올해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알려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수익이나 판매에 관한 것은 그 이후 부수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공감’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컨츄리 파우더의 이름처럼 ‘시골의 가루’를 뿌려서, 작업복 workwear과 시골 country 느낌 사이에서 우리가 만든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한 해가 되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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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31,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Gegenüber.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Sunday, April 21, 2019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B31호 Room No. B31,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게겐위버 Gegenüber를 만드는 디자이너 김우진 Kim Woojin은 스무 살 무렵 베를린 Berlin에 여행을 갔다. 독일어로 ‘~너머에’라는 뜻을 지닌 ‘Gegenüber’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주의를 내포한 단어이다. 여행에서 그는 일견 단순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는 요소들을 보았다. 이러한 부분을 ‘극한의 미니멀리즘’에 담긴 미학이라고 했다. 

    게겐위버의 B31호 작업실은 들어서자마자 그윽한 가죽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검정 가죽으로 만든 섬세한 가방이 종류와 크기 별로 선반 위에 올라가 있고, 은 silver으로 만든 부자재를 단 가죽 장갑과 아직 시제품으로 보이는 조각이 곳곳에 놓여 있다. 컴퓨터 옆에는 제품 품질 보증서 warranty card와 일부러 거칠게 마감한 종이 태그가 흔치 않은 금속 태그와 함께 있다. 게겐위버의 가죽 제품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 평균 가격보다 훨씬 높다. 손으로 직접 재단하고, 바느질과 포장까지 전부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는 가죽 배낭 backpack은 1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만들고 싶은 제품들을 구상하고, 스케치해보고, 시제품을 만듭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작업 공간에서 직접 만들고 있어요. 작업실 옆에 있는 가죽 전문 기계 설비는 가죽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직접 구비한 것들이고요. 시제품을 만들고 나면 직접 사용하면서 강도나 디자인, 마감 등을 시험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하면 실제 컬렉션에 반영하는 제품으로 완성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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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genüber Spring/Summer 2019 Lookbook. Image courtesy of Gegenüber.

    김우진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지원하고서 브랜드의 상황 자체가 바뀌었다고 했다. 2017년 처음 게겐위버를 출시했지만, 1년 가까이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아직 본격적으로 제품을 유통하거나 소개하지는 않았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으로 파리패션위크 Paris Fashion Week의 판매 쇼룸 sales showroom과 제너레이션 넥스트 Generation Next 수주회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지금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말 그대로 준비하는 시기였고, 지금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거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은 단계입니다.” 

    처음 게겐위버의 가죽 제품을 보면서, 대번 든 생각은 색이 확실하고 그만큼 강렬하다는 점이다. 이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면, 개인 소비자부터 편집매장의 구매자까지 ‘취향’으로 확실하게 나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게겐위버의 구매자들은 매장과 소비자들 모두 이미 정립한 감각이 확실하다. 그래서일까?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여느 패션 브랜드와 달리 국내 판매보다 외국 판매 비중이 높다. “50% 정도는 외국 판매 쇼룸에서 매출이 발생해요. 완전히 가방만으로 판매하기는 비즈니스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범주를 넓히는 중입니다. 가죽으로 만든 조끼나 치마, 장갑이나 베를린의 브랜드와 협업한 벨트도 그 과정에 있는 제품이죠. 지난 품평회에서 제품의 확장에 관한 코멘트가 있었어요. 디자인과 정체성은 뚜렷한데, 가격과 브랜딩에 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략적으로 기본 제품군보다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을 만들고, 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가는 제품군으로 나눠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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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 31,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Gegenüber.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과거에 처음 게겐위버의 가죽 가방을 보았을 때와 2019년도 상반기 품평회에서 본 가죽 가방은 조금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띄었다. 바로 부자재였다. 섬세하게 세공한 은 부자재가 지퍼 손잡이를 비롯한 곳곳에 달렸다. “외국 판매 쇼룸에 나가면, 이미 한 분야에서 훌륭한 작업을 잇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구매자가 저희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너희 제품은 훌륭한데, 부자재는 어떤 걸 쓰는지’ 말이죠. 가죽 품질이나 만듦새는 자신 있었지만,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서울로 와서, 아예 직접 은세공 기술을 배우고, 직접 부자재를 만들었어요. 지금 게겐위버 제품에 들어가는 은 부자재는 모두 직접 만들었습니다.” 좋은 부자재를 찾아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품질과 더 나은 브랜드를 위해서 직접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 보통은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집은 종종 브랜드를 더 단단하게 바꾼다.

    김우진과 대화를 마치고 바로 옆의 제작 공간으로 갔다. 가죽 제품으로 완성하기 전 단계의 원단들이 곳곳에 정리되어 있고, 접합 부분의 재단을 위해 가죽 원단을 세밀하게 갈아낸 가루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만든 가죽 제품이 완성되면, 여느 명품 브랜드에 못지않은 상자와 포장을 거쳐서 비로소 하나의 ‘제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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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품평회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이곳에서 마주한 네 명의 디자이너와 그들이 만드는 브랜드, 그리고 생각으로 이어졌다. 누가 더 훌륭하고, 누가 더 좋은지 평가하는 것이 이 기사의 중점은 애초에 아니었다. ‘서울’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 모두 다른 시점과 지점에 있었다 – 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면서, 세 브랜드의 미래가 조금 더 궁금해졌다. 아니, 좀 더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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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SFCS Article 02. Generation Next — MO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