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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의 미래

The Future of Fashion Shows.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 Nowfashion.com

    패션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처럼 패션쇼 역시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해왔다. 코코 샤넬 Coco Chanel이브 생로랑 Yves Saint Laurent이 살아 있을 무렵의 패션쇼는 충실한 VIP 고객들을 위한 ‘살롱 쇼’였다. 장소는 주로 파리 고급 번화가에 있는 디자이너 매장이었고, 모델은 숫자가 적힌 막대를 들고 동선에 따라 고객들 사이를 거닐었다. 컬렉션이 끝나면 이어지는 피로연 자리에서 고객들은 모델들이 입은 옷을 꼼꼼하게 보고, 디자이너를 축하하며 대화를 나누고, 주문을 위한 상담에 들어갔다. 맞춤복과 기성복의 분화, 유통과 세계 각국의 지사와 매장 등 패션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룩하기 이전 시대에 특화한 방식이었다.

© Ahn Duong in Yves Saint Laurent Spring/Summer 1986 Haute Couture collection. Photographed by David Sei.

© Monsieur Yves Saint Laurent.

© Live Streaming by Nowfashion.com.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패션쇼는 몇 개의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파리, 런던, 뉴욕과 밀라노, 서울과 도쿄, 스톡홀름과 코펜하겐 등 ‘패션위크 fashion week’라는 이름 아래 1년에 두 번(혹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분리하여 네 번) 컬렉션 기간을 지정하여 선보이는 방식은 통일된 기준이 되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시스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문화의 등장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변화는 한층 더 강렬해졌다. ‘지금 보고, 지금 산다 SEE NOW BUY NOW’는 캐치프레이즈는 어떤 시대보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쇼와 소비자들을 상징하는 문장이 되었다.

    패션쇼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 굳이 SF 영화나 드라마를 기웃거릴 필요는 없다. 동시대 다른 업계에서 펼쳐지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현실이 가까운 미래의 패션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과 글보다 짧은 동영상에 더 익숙한 젊은이들이 오랜 시간 집중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바로 게임 전용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트위치 Twitch.tv이다.

    트위치에서 계정을 만들고 방송을 중계하는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화려한 기술과 발상을 깨는 게임 플레이를 보고 감탄하는 사용자들의 열광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 방송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연예인처럼 일종의 공인 취급을 받는다. 그들은 각자 ‘스트리밍 중간 광고’, ‘구독 subscribe’ 서비스, 아프리카 TV의 별풍선과 유사한 ‘응원 Cheer’ 기능으로 수익을 낸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이지만, 가장 많은 열성 사용자들이 거주하는 인터넷 방송국은 트위치가 되었다(인터넷 트래픽 정보 제공 사이트 시밀러웹 기준 한 달 평균 5억 명 이상 방문하며, 한국만 놓고 봐도 경쟁 상대 카카오TV의 열 배 규모이다).

    라이브 스트리밍 live streaming 컬렉션은 2018년 현재 하나의 ‘기본’이 되었다. 그런데 왜 상시 방송하는 트위치 스트리밍처럼 더 잘게 나눈 발매 일정 속에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며, 구매로 이어지는 쇼는 없을까? 인력 부족부터 이미 정착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문제가 클 것이다. 스트리밍 방송보다 소비 단위도 훨씬 높고, 하이패션이 보기에는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한정판(이 역설적인 현실)을 구매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리포스트하고, 고급 백화점이나 으리으리한 플래그십 매장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편집매장과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새 제품을 예약·구매하여 집에서 편하게 받아보는 시대다. 10년 전만 해도 유럽 패션 하우스들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회의적이었지만, 이제는 몇몇 패션 하우스를 빼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를 스마트폰 안에서 살 수 있다.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2017년을 휩쓴 ‘See Now Buy Now’의 미래는 결국, 찰나의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실시간 주문과 배송’, 수많은 ‘좋아요’,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대화형(인터랙티브) 컬렉션’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걸친 시제품이 아닌 판매 상품 완성과 촉박한 제작 일정처럼 그 안에 가로놓인 장벽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Harper’s BAZAAR Kore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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