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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를 사는 새로운 방법: 아르켓

Arket, Recycled Cashmere Jumpers.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Arket

    패션은 가장 싼 것과 가장 비싼 것으로 나뉘고 있다. 유니클로 UNIQLO에서만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가치 소비가 때로는 의미가 없다. 이는 꽤 무서운 문제인데, 수백만 원이라 사기 어려운 브랜드가 ‘아니었던’ 종류의 디자이너들이 설 땅이 점점 사라졌다. 지난 몇 년간 소위 ‘세컨드 레이블 second label’로 쉽게 만들고 쉽게 파는 스웨트셔츠 sweatshirt와 후드 파카 hood parka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한국 패션 디자이너는 적어도 수십, 아니 수백 명은 될 것이다.

© Arket Tailoring(Top). Arket Store Biblioteksgatan, Stockholm. Images courtesy of Arket.

    그런 와중에 또 아주 영리한 스웨덴 브랜드가 눈에 들었다. 아르켓 Arket이다. 이 브랜드는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았다. 처음 전개한 것도 2017년 3월로 꽤 최근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솔직히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에 놀랍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작고 귀여운 그래픽, 한국적이지 않지만 재치 있게 나눈 사용자 취향의 범주 category는 직관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이들의 검색창 search window은 단출하며 영리하다. 브랜드 이름이나 제품으로 검색하는 건 당연하고, 아르켓이 다루는 커다란 네 가지 갈래 – 여성복·남성복·아동복·생활용품 – 부터 검정부터 흰색에 이르는 색상 분류, 줄무늬와 물방울무늬 같은 패턴 종류, 실크 silk부터 종이 paper에 이르는 소재 분류가 있다. 각 분류에서 하나씩 골라 한 번씩만 누르면, 차례로 범주가 넓어지며 그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나온다. 그 목록을 퍼즐 맞추듯이 진행하면 결국 원하는 상품에 가장 가까이 도달한다. 반대로 하나씩 지워가며, 새로 검색할 때 이미 나왔던 ‘단어’가 사라지는 방식도 너무 디지털 혹은 기계적이지 않고, 마치 덜렁대는 나무 간판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가 나온다. 이를테면 이곳은 사람 친화적이다.

    성공한 전자상거래 e-commerce 웹사이트 사례들을 보면 ‘검색’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검색에 의존하며,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제품을 쉽게 찾아주는 곳에서 쇼핑하길 좋아한다. 사실 이들보다 더 세밀한 취향으로 분류한 쇼핑몰은 한국에도 많다. 네이버 Naver.com 최저가 검색만 해도 아르켓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이들의 강점은 확고한 브랜드 취향과 색을 바탕에 둔 재치에 있다. 검색의 절대량이 엄청나지 않아도, 쉽게 검색하여 어떠한 느낌의 제품과 옷을 매장에 들여놓은 지 알 수 있다. 많은 제품을 욱여넣은 게 아니라, 좋은 취향의 손님들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는 매장이다. 그런 매장 분위기에는 어느 정도 손님들이 맞추게 되는 법이다.

© Search Page on Arket.com.

© Arket Recycled Cashmere Jumper for Women and Men.

    새로운 종류의 브랜드를 설명하느라 서론이 길었다. 각설하고, 아르켓의 캐시미어 스웨터는 ‘재활용 Recycled’ 소재를 쓴다. 이미 사용하고 남은 섬유 소재를 쓰는데, 갓 생산한 버진 캐시미어 virgin cashmere와 같은 고급 품질이(라고 한)다.

    98%에서 100%까지, 재활용한 캐시미어로 지은 스웨터를 여성용은 135파운드, 남성용은 150파운드에 판다. 재활용 캐시미어 비니 recycled cashmere beanie는 45파운드이며 69파운드짜리 재활용 캐시미어 스카프 recycled cashmere scarf도 있다.

    더 재밌는 점은 이 웹사이트에 구매한 상품들의 ‘정보’를 구매와 동시에 아주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135파운드짜리 캐시미어 스웨터를 예로 들면, PC 기준 웹사이트 왼쪽 정보에 ‘메이드 인 차이나 Made in China’를 누른다. 그러면 베이징 Beijing 지역의 소재 공급자와 생산 공장 정보가 지도와 함께 뜬다. 깨알 같은 각주도 있다.

    ‘공급자 정보는 주기적으로 판올림하지만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급자 또는 투명성 정책과 관련하여 질문이 있는 경우, 고객 서비스에 문의하십시오 Supplier information is updated periodically but discrepancies can occur. Contact our customer service if you have any questions regarding a supplier or our transparency policy.’

    이 얼마나 풍요로운 소비 만족도를 선사하는가? 아직 한국 직배송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아르켓은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스웨덴과 영국 등 여전히 제한적인 곳에서만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런던, 브뤼셀, 뮌헨과 코펜하겐에 살거나 여행 중이라면 이들의 간결하고 정갈한 매장에 방문할 수 있다. 좁지 않은 규모에 모든 매장에 적용한 일관적인 인테리어와 외관 디자인은 대번 브랜드에 흥미를 끌어 올린다.

© Arket Store Avenue de la Toison D’or in Brussels, Købmagergade in Copenhagen, Long Acre in London.

    2017년 3월에 문을 연 브랜드가 어떻게 이러한 체계적이고 저돌적인(겉으로 드러난 공격성이 아닌) 방식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가? 대답은 아르켓의 어바웃 About 페이지에 있다. 아르켓은 에이치엔앰 H&M 그룹이 운영하는 산하 브랜드 중 하나로 H&M이 만든 여덟 번째 브랜드 중 하나이다. 가격대로만 보면 H&M과 코스 Cos의 중간 지대에 머무는데, 그들의 브랜드 철학은 H&M이 비판받은 요소들 – 패스트 패션의 범람으로 인한 환경 문제와 비합리적인 생산 노동자 처우 등 – 의 대척점에 있다. 가령 H&M에 가면 우리는 매주 수많은 새로운 상품으로 진열대가 바뀌는 걸 본다. 하지만 아르켓은 이미 완성된 좋은 품질의 상품이 있다면, 자신들이 새롭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르켓 매장에는 그들이 직접 만든 코트와 테일러드 재킷과 75파운드짜리 나이키 Nike 와플 레이서 Waffle Racer 운동화가 함께 있다. 이것은 일종의 모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H&M의 경쟁 브랜드 중 하나인 유니클로가 GU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 유니클로 가격의 70% 정도인 – 저렴한 브랜드로 중국 시장과 신규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과는 확실한 반대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의 소비는 점차 나뉘고 있다. 잡지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호소해도,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판단하는 기준에 기존 매체의 영향을 크게 두지 않으며, 오히려 각자 신뢰하는 영역을 구축한 브랜드의 매장이나 온라인 웹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거론된 평판과 콘텐츠 등으로 소비 가치를 판단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여러 의미를 시사한다. ‘발견’하는 종류의 취향은 예전보다 많이 쇠퇴하였다. 반대로 좋은 물건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 캐시미어 스웨터에서 아르켓에 이야기를 할애한 것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Fashion Insigh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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