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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득 밤에, 오래된 컬렉션을 보았다

 

 

Text  Hong Sukwoo

    인터넷의 발달, 아니 모바일 앱의 발전 덕분에 과거의 런웨이 컬렉션 runway collection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과거’의 흔적이 쉽게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 라프 시몬스 Raf Simons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여전히 구글링으로 나오지 않는다 – 적어도 1998년 가을/겨울 시즌 에르메스 Hermès 컬렉션은 한 번 정도 언급하고 싶었다.

    고유명사가 된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가 아니라, 이름과 성이 온전한 시절의 ‘마르탱 마르지엘라 Martin Marigela‘가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을 무렵, 마흔 살의 마르지엘라는 에르메스와 아티스틱 디렉터 계약을 맺고 1년 남짓 준비 후 첫 번째 에르메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깊게 파인 브이 V 목선의 캐시미어와 울 스웨터, 여행용 가방에 달린 자물쇠를 변형한 가죽 목걸이, 치렁치렁하지만 우아한 실루엣의 낙타색 코트와 어울리는 가죽 스니커즈, 거리에서 섭외한 모델과 유명 배우를 한데 섞은 재치가 모두 이 흐릿한 필름 사진 속에 있다.

    언젠가 일본 도쿄에 여행을 갔을 때, ‘마르지엘라 시절의 에르메스’만을 수집하여 비밀스러운 창고 안에 가득 쌓아둔 곳에 간 기억이 났다. 문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던 그 좁은 공간은 이를테면 보고 寶庫였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패션 디자이너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가죽 가방을 만들면서도 항상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오래된 프랑스 브랜드와 만나서 꽤 오래 혁혁한 시간을 보냈다. 여성용이었던 것을 알았지만, 가장 처음 사고 싶었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계는 까르티에도 불가리도 아닌 곱게 무두질한 가죽 스트랩을 날렵하게 두 번 감은 에르메스의 손목시계였다. 스트리트웨어가 스트리트웨어의 자리에 머물고, 옆나라 일본에서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스니커즈 씬이 폭발한 시절이었다. 헬무트 랑 Helmut Lang이 전설적인 ‘온라인’ 컬렉션을 연 시즌과도 맞물린다.

    ‘옷 clothes‘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누가 내게 ‘패션 fashion‘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끄덕이지 못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점령한 ‘드롭 drop‘ 방식의 모든 것, 어디든 들어가지 않고는 배기지 않은 로고 logo들, 키치와 팝과 90년대로부터 추출한 청년문화가 역설적으로 모바일과 만나 새로운 문화가 된 시대는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패션’의 전성기와는 어느 정도, 커다란 괴리가 있다(이렇게 나이를 먹는가, 이렇게 ‘아재’가 되는가). 그래서 문득 밤에, 오래된 컬렉션을 보았다. 수줍게 가려서 매력적으로 느낀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사각 바늘땀과 새하얀 면 로고는 이제 우회적인 사치의 상징이 되어간다. 드러내지 않으며, 진정으로 드러내던 시절의 패션이 문득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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