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

카테고리

카고 — 좀비, 황무지, 아버지

아버지는 딸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Netflix

© Cargo, a Netflix Original movie, 2018. Director Ben Howling, Yolanda Ramke, Writer Yolanda Ramke. Cast in Martin Freeman, Anthony Hayes, Susie Porter, 2018.

    수많은 좀비 zombie 영화와 드라마가 있습니다. 피 튀기는 전투, 스릴러, B급 정서와 공포, 사랑과 가족,로맨스와 10대 취향 하이틴 무비까지 우리는 이 장르가 헤쳐온 수많은 변주를 이미 마주하였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Netflix가 장편 영화를 한 편 소개합니다. 제목은 카고 Cargo로 2013년 선보인 단편영화를 감독과 각본가를 그대로 둔 채 장편으로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셜록 Sherlock으로 친숙한 마틴 프리먼 Martin Freeman이 주인공이고, 갓난아기와 아내가 함께 생존을 갈구하죠.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영화는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 전염병이 문명을 거의 궤멸한 시점부터 출발합니다. 절망을 나눌 사람들이나 얼마 남지 않은 통신 방법은 삶을 재래식으로 바꿨어요. 눈에 보이는 것들만, 아니 그것들도 믿기 어려운 세계입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가 되는 전염병이란 한 번 물리면 바로 좀비 동료가 되어 생존자의 피와 살을 갈구하는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다른 성격을 띱니다. 좀비에게 물린 후, 대체로 48시간이 지나면 발병하며 일종의 잠복기가 있습니다. 그사이 (아마도 궤멸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휴대용 구급상자와 정확히 48시간을 카운트다운하는 디지털시계가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며 모든 걸 버리는 한이 있어도 살리고 싶은 자식을 위하여, 아버지는 딸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정에서 마주하는 좀비외 생존자들도 물론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문명 세상에서는 천연가스 발굴을 두고 찬반양론을 벌였을 백인과 원주민들, 일종의 중립 지역에 존재하며 그 터전에 남은 소수 인물들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는 좀비 영화 중에는 몹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몇 년이고 생존하여 세상을 헤쳐가는 영웅들이 있죠. 카고의 주인공이 그러한 대의를 따르는 군상은 아닙니다. 가족 문제를 빼면, 지극히도 소시민적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실제적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황무지와 숲, 고속도로 사이 마을과 마을 사이에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어떠한 희망은 곧 아버지의 험난한 발걸음이 됩니다.

© Cargo, a Netflix Original movie, 2018. Director Ben Howling, Yolanda Ramke, Writer Yolanda Ramke. Cast in Martin Freeman, Anthony Hayes, Susie Porter, 2018.

    1시간 44분짜리 영화가 마력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흡입하는 연출을 보여준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세련된 편집과 눈길을 끄는 CG로 도배한 저쪽장르와는 거리가 멀거든요. ‘좀비 아포칼립스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으레 좀비 무리에게 기대하는 호쾌한 무언가, 즉 웅장한 액션과 피로 점철한 진흙탕 싸움이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그러한 영화를 기대했다면 두 시간은 시간 낭비일 겁니다. 하지만 마틴 프리먼의 아버지 연기와 부성애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때로는 극한에 이른 절박함이 책임감과 동전의 양면으로 다가옵니다. 옹알이를 겨우 하는 아기와 함께하는 여정이란 자신이 잘못되었을 때,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세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마음에 호소력 짙은 무언가를 남깁니다.

     마지막 싸움이 끝나고 결말에 도달했을 때, 여정을 함께한 소녀가 몇 남지 않은 문명의 향취로 끝나버린 삶을 추모하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는가, 아닌가로 세계를 재단하는 냉정한 피의 평론가들이라면 썩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마틴 프리먼의 연기력이 오랜만에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언제고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한때는 믿고 보는 보증수표와 다름없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Netflix Original의 후광을 업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하는 사례를 봅니다. 말했다시피 좀비 아포칼립스가 주는 짜릿한 스릴과 다른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 영화는 한 번쯤 감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영화를 모두 보니, 윌 스미스 Will Smith가 주연한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가 겹치기도 하네요.

★★★☆ (다섯 개 만점)

Cargo, 2018 on Netflix.com

Follow on Facebook & instagram.

Comments

2018-05-17
버닝, 짧은 감상
2018-06-09
라이카 C-LUX 유출 사진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