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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고’를 사용해보았다

Oculus Go Review for ‘VR Beginners’.

 

Text  Hong Sukwoo

Images Cortesy of Oculus VR, LLC.

구매와 배송

    가상 현실 Virtual Reality·이하 VR 기기에 큰 관심은 없었다. 오큘러스 고 Oculus Go가 꽤 괜찮은 가격에 판매를 시작한 걸 보고, 사보기로 했다. 오큘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64GB 모델을 주문하니, 사나흘만에 도착했고 관세는 따로 물지 않았다(공홈 가격 그대로).

    참고로 한국에 화물이 도착하면, DHL에서 “화물 도착(예정) 안내”라는 제목으로 ‘세관 수입 신고 관부가세 대납 서비스 안내 확약서’ 메일이 온다. 추후 DHL 서비스 이용 시, 일정액 수수료를 내고 귀찮은 관부가세 관련 대행 업무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64GB 제품이 298,000원이라서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받겠다’고 회신했다. 결론적으로 세금 포함 가격이라서 관부가세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

© Oculus Go. Images Courtesy of Oculus VR, LLC.

첫인상 First Impression

    사용 중인 스마트폰 아이폰 iPhone X 앱스토어에서 오큘러스 앱을 내려받은 후, 연동시켰다. 튜토리얼에 들어가니 뭔가 신세계 같은 느낌이다(우와, 우와 했다). 샤오미가 만들었다는 기계는 VR 헤드셋 특유의 ‘긱 geek‘ 느낌을 배제하고, 무광 표면과 천 소재 밴드의 디자인도 좋다. AA 건전지 한 개 넣는 리모컨을 쥐는 감각과 디자인도 훌륭하다.

    헤드셋은 생각보다 가벼운 편이며, 착용 후 머리가 아프거나 하진 않았다. 초점을 선명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헤드셋을 손으로 움직여 자세를 종종 바꿔주거나, 착용한 상태에서 좌우 밴드 길이를 조절하면 된다. 스테레오 사운드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데, 따로 음성 송출구가 보이지 않음에도 혼자 사용할 때 충분한 크기의 음량을 제공한다.

    다만 최대 출력으로 틀었을 때 그렇고, 더 빵빵한 음량을 원한다면 3.5파이 이어폰을 사용하면 된다(기기 좌측에 8핀 USB 케이블 포트 옆에 있다). 마이크로 SD 카드를 비롯한 추가 용량 확장 포트는 없다.

    블루투스 이어폰 착용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블루투스 이어폰 연동 기능은 아직 없었다. 앱 내려받기와 계정 만들기는 오큘러스 고 착용 후에도 가능하지만, 대용량 앱을 내려받을 때는 사용 기기(저의 경우, 아이폰과 아이패드) 오큘러스 앱에서 받는 게 편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영상 Netflix App and Youtube on the Browsers

    넷플릭스 앱을 켜봤다. 오큘러스 고를 산 제일 큰 이유였다.

    앱은 부드럽게 작동하는데, 결정적으로 ‘한국어 자막’ 문제가 있다. 몇 개 영상을 켜보니, 자막이 드문드문 나왔다가 안 나왔다가 한다. 가령, 대사가 빠르게 쭉쭉 나와야 하는데 등장인물들의 몇 마디는 그냥 지나간다. 자발적 영어 공부 같은 느낌이랄까. 버그인 듯하고, 해결되리라 보지만 좀 실망했다.

    디스커버리 VR이나 페이스북 360, 유튜브 영상도 보았는데, 콘텐츠 소비 기기로서 유용하다기보다는 아직 ‘신기한 경험’ 정도다. 무료 체험형 영상 앱 중 쥬라기 월드 VR Jurassic World: Blue이 있는데, 공룡이 눈앞에 있는 자체는 신기하지만, 특이하게 해상도가 상당히 낮았다.

    오큘러스 내부에 자체 웹브라우저가 있고, 일반 PC나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처럼 주소 입력 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가상 키보드에 뜬 점을 리모컨으로 키보드 위에 입력하는 방식인데, 마치 젓가락 하나로 기성 키보드를 누르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정도로 양손을 쭉쭉 쓰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았다. 맥북에서 사용하는 사파리나 크롬 브라우저 북마크를 그대로 옮길 수 있다면 좋겠는데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영상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VR 사용 경험상,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앞에 보이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게 되는 행동에 있다. 이는 ‘안구 건조증’을 유발하는데, 실제로 의식하여 눈을 자주 감아주지 않으면, 몇 분 정도 오큘러스 고를 착용한 후 눈이 건조해진 게 바로 느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지그시 눈을 자주 감아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각설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로 했다(현재 유튜브 앱은 따로 출시하지 않았다). 기존에 봤던 영상을 보며, 얼마나 느낌이 다른가 실험했다. 키보드 검색은 느릴 수밖에 없지만, 웹브라우저나 영상 재생에 걸리는 속도는 체감상 빠르고 부드럽다.

    1,080p 해상도 영상 몇 개를 봤다. 엄청난 화질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볼만한 수준이다. 외국 영상에 ‘자동 번역’ 혹은 ‘영어’ 자막을 틀고 보는 편인데, 이 경험은 기존에 사용하는 맥북과 연결한 4K 울트라파인 모니터와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화질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몰입감이 더 훌륭하며, 집에서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며 눈앞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오큘러스 브라우저로 유튜브를 보면, VR 기기용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재생 메뉴에 2D/ 3D 360도/ 180도 등 몇 가지 옵션이 있다. 물론 원체 360도 카메라로 찍지 않았다면 영상을 보기는 어렵다. 이건 헤드셋 형태 기기 자체의 문제인 건 알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기본 옵션 중 시점을 바꾸면(설정 > 뷰 재설정 > 고개를 움직여 시점을 맞춘 후, 트리거 버튼 누르기) 누워서도 볼 수 있다. 역시 ‘신기’한데, 영상 길이가 길수록 굳이 VR 기기로 체험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반드시 화질과 몰입감 문제라기보단, 머리에 쓰고 착용한 동안 다른 행동(책을 본다든지, 다른 웹사이트를 검색한다든지, 심지어 물을 마신다든지)을 하지 못하는 게 좀 불편하다. 서양인 얼굴형에 맞춰서인지 착용한 상태로 코 부분에서 빛샘 현상이 조금 있는데, 처음 VR 기기를 쓰는 사용자 관점에서는 완전히 밀폐하기보단 밑 부분으로 어느 정도 현실을 인지할 수 있는 게 더 좋아 보였다. 스마트폰이나 리모콘 위치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말이다.

    역시 초기 버그인 것 같은데, 원래 ‘뷰 재설성’ 버튼을 누르면 상하좌우 자유롭게 시점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열 번 시도하면 서너 번은 ‘좌우’ 시점 이동만 가능했다. 전원 버튼을 눌러서 몇 번 껐다 켜면 다시 되었다. 소프트웨어 판올림으로 수정되길 기대한다.

게임 Games

    아직 유료 콘텐츠는 받지 않았고 기기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 무료 앱 중 세 가지를 플레이해봤다. 일종의 체험형 게임 앱이다.

    무료 게임 앱 중 평이 상당히 좋은 낚시 게임 베이트 Bait!를 실행했다. 간단한 튜토리얼로 리모컨을 낚싯대 삼아 즐기는 게임이다. 재밌는 편이고, IT 기기와 친하지 않은 부모님도 신기해하셨다. 실시간 저장을 지원하며, 중간에 헤드셋을 벗어도 딱히 문제 없다(이건 모든 콘텐츠가 그렇다).

    두 번째는 에픽 롤러코스터 Epic Roller Coasters이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데, 책상 의자에 앉아서 2분 정도 경험했다. 오큘러스 고가 별도 연결하는 기기(PC/스마트폰 등) 없는 단독형/보급형 기기라서, 그래픽 수준이 요즘 TV나 4K, 레티나 모니터 수준에는 한참 멀었다. 평소 모든 종류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아이폰 X, 아이패드 프로, 맥북 12인치와 울트라파인 4K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도트가 좀 잘 보인다. 그래도 사람이 ‘눈’으로 받아들이는 가상 현실 몰입감은 상당하다.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놀이공원에 가지 않는데, ‘가상 현실 롤러코스터’임에도 꽤 무섭다. 다만, 몇 분 체험하다 끈 이유는 조금 현기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더 하빈저 트라이얼 The Harbinger Trial도 플레이해봤다. 일종의 미스테리 어드벤처 게임이고 2018년 5월 12일 기준, 총 3,047개 리뷰에 별 4개(3.8)로 호평받은 작품이다. 리모콘 터치패드를 좌·우로 스와이프하면 각각 뒤·앞으로 걷고, 터치패드를 클릭하는 등 조작해서 행동한다. 그런데 시작하고 역시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앞으로 걷고 뒤로 걷기를 반복하니 멀미 증상이 났다. 극 초반에 포기하고 껐다. 기기를 벗은 후에 멀미 감각이 몇 분 정도 지속하는데, 민감한 분들에게 체감형 게임은 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뜻밖에 불편했던 점들

    일단 위에 나열한 짧은 경험들은 ‘VR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처음 쓰는 사용자’가 느끼는 장·단점이다. 다만 하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땀’이다.

    옷을 좀 두껍게 입고 있었는데, 머리에 땀이 나니까 패드 면 소재 부분에 당연히 땀이 스며든다. 피부에 닿는 부위는 탈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따로 뺀 다음 건조하거나 가벼운 세탁도 가능하지만, 이것 역시 사소하긴 해도 사용을 조금 방해하는 요소였다. 땀이 많은 분들, 혹은 여름에 에어컨 없는 환경이라면 VR 헤드셋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너무 당연할까).

    동봉한 안경 사용자용 고무 패드는 위아래로 렌즈를 조금씩 가리지만, 시야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고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앉은 자세가 아닌, 누운 자세에 시점을 맞출 때, 복수의 앱을 번갈아서 쓰면’누운 상태로 고정한 시점’이 다시 원상 복귀하는 문제가 있다. 한 마디로 원래 메뉴로 들어가서, 설정을 택한 후 다시 시점을 맞춰야 하는데 조금 번거롭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오큘러스 앱에 한국어 콘텐츠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게임을 즐겨 하지 않아서 ‘게임’용으로 VR 기기를 쓰기보단 콘텐츠 감상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고 더 발전하길 바란다. 콘텐츠 생태계는 아직 이 생경한 경험을 ‘체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만큼 걸음마 단계로 보인다.

총평

    오큘러스 고는 VR 콘텐츠에 관심이 조금 있는 초보 사용자들이 무난하게 시도해볼 만한 기기이다. 가격 대 성능비를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경험과 콘텐츠는 허들을 꽤 많이 낮춘 셈이다. 첫 연동 이후 아예 스마트폰이나 별도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주렁주렁 뭔가 달고 성능이 획기적으로 나아지면 좋겠지만, 하드코어 사용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너무나 귀찮은 방식이다). 20만 원 초반에서 후반 가격대라서,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해도 큰 부담은 없다.

    실제로 고정된 영상 콘텐츠 감상은 신선한 경험이다. 커다란TV 없이도, 큰 화면에서 보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마치 처음 플레이스테이션 등 3D 콘솔 게임기가 보편화하여 나왔을 때, 그 충격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 훗날 3D 카메라로 찍은 콘텐츠를 감상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다. 넷플릭스 자막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 시간보다 짧은 에피소드들은 제대로 보고 싶다(자막 문제를 인지한 이후 70분 정도 되는 영상을 봤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360도 3D 콘텐츠, 교육 콘텐츠 등 기존과 조금 다른 방식의 콘텐츠도 더 늘어날 거로 보인다.

    다만, 이 기기가 “꼭 필요한가?”. “20-30만 원 정도 값어치를 하는가?” 물론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비슷한 엔터테인먼트용 기기인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와 비교하면 더 만족스러운가?” 묻는다면, 특히 둘 중 하나를’먼저’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VR 대신 다른 기기를 권하겠다. 노트북, 태블릿 PC, 콘솔 게임기 등 이미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유독 VR에 관심 높은 분에게 아직은 더 매력적일 것이다.

    영상 화질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그냥 크고 선명한 모니터와TV로 감상하시길 권한다. 앱 생태계는 아직 극 초반이라서 영상과 게임,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콘텐츠 구조 등 서로 비슷한 면이 많다. 구매 후 잠깐 신기했다가, 금세 질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현존VR 기기 중 가격, 앱 완성도, 사용감, 디자인 측면에서 – 여전히 수정할 부분이 많지만 –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더 활용하고 생태계가 풍부해지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 이상의 활용과 쓰임이 생길 듯하다.

    새로운 기기와 VR 기술에 흥미가 많은 분들. 어떻게든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자기 전에 누워서 넓게 보고 싶은 분들. 일종의 얼리 버드 분들이라면, 지금 구매해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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