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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Han Sanghyuk

Mr. Heich of HEICH ES HEICH & HEICH BLADE.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화요일 Tuesday의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사람 People을 다룹니다. 어떤 글은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의 분석 기사 article이기도 하지만, 어떤 글은 한상혁 Han Sanghyuk과의 만남처럼 수필 essay이고 싶습니다. 본 BON과 엠비오 MVIO 시절부터 교류한 패션 디자이너의 지금을 글로 풀었습니다.

    오후에 서울디자인재단 관련 심사를 보러 나왔다가, 심사위원으로 나온 한상혁을 오랜만에 만났다(주말에 받은 이메일 주소로 짐작하고 있었다). 저녁 일정도 사라졌겠다 커피 한잔을 모색하다, 어쩌다 보니 밥 아니 술을 마셨다. 참치 안주에 소주. 

    남들 모두 일하고 있을 시간대에 대작하니, 꽤 많은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풀었는데도 그리 흐르지 않았다. 마무리하고 커피 한 잔 마시러 와도 여전히 저녁이었다. 지난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 Fall/Winter 2017에서 선보인 표어 slogan 셀로판테이프 코트 coat와 재킷 jacket과 장신구 accessory들은 그냥 덕지덕지 테이프를 붙인 게 아니라, 원단으로 가공한 후 보통 의복을 만들 때처럼 실과 재봉틀로 꿰맨 작업이었다. 꼼꼼하게 옷의 재단선을 보고, 원단을 눌러보거나 뒤집어보기도 하였다. 

    참지 집에서 그는 회사를 나와 만든 ‘브랜드’를 펼쳐 나가는 이야기를 하였다. 독립의 시작이자 퍼스트 레이블인 에이치에스에이치 HEICH ES HEICH는 오래전 든든한 배경과 자금의 회사에서, 거대하고 커다란 컬렉션을 만들 때보다 더 편해졌다고 했다(물론 고충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길이 닿은 옷을 만드는 것은 판매와 실패를 고려해야 하는 상업 작업보다 더 즐거울 것이다.

    본, 엠비오, 에이치에스에이치 그리고 에이치 블레이드 HEICH BLADE, 그다음.

    처음 만났을 때가 거의 10년 전인데 서로 열 살 정도 더 먹었다. 생각, 작업, 직장과 퇴사, 서로의 주변에 사라진 사람들과 꾸준히 다가서지 않아 서서히 멀어진 관계들, 그런 이야기들을 한데 모으는 단어 세월, 지금, 패션과 옷, 요즘의 관심사 같은 주제를 나누었다. 체인점이 아닌 가게라 평균 연령이 가로수길 주변 술집들보다는 좀 높았다. 나이를 낮춰주는 이들은 점잖은 넥타이 무장을 해제하고 한껏 표정을 드러낸 직장인 아저씨들이 아니라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풋풋한 남녀들이었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이 담백하여 좋은 만남이었다. 진작 놨어야 할 실장님이라는 호칭은, 오늘 이후 다시는 쓰지 말라고, 웃으며 고개로 인사하였다.

© HEICH BLADE Autumn/Winter 2017 presentation at HEICH ES HEICH showroom.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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