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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기의 생 트로페

Saint-Tropez for Relax and Recharge.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Kang Inki

    서울 Seoul에서 산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도로에 가득 찬 자동차와 사람들, 매일 끊이지 않는 업무의 연속, 급변하는 날씨와 미세먼지처럼 이전에 없던 걱정과 근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나날. 패션 사진가 강인기 Kang Inki는 서울의 고민을 뒤로 하고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생 트로페 Saint-Tropez였다. 한적한 도시에서 2주 동안, 그는 ‘삶’과 ‘작업’의 접점을 생각했다.

 © Saint-Tropez, photographed by Kang Inki. 

    서울에서 사진을 찍는 패션 사진가 fashion photographer

    강인기는 패션과 광고 사진을 찍는 젊은 사진가이다. 유수의 기업과 브랜드 광고를 찍고, 패션 사진과 함께 영상 작업도 한다. 상업 사진가로서 수익을 내는 일을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촬영과 마감에 시달리는 지금의 삶이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도 들었다. 누구나 상상하는 것처럼 그 역시 서울의 삶을 잠시 잊고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데는 퍽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이러한 ‘결심’에는 항상 방아쇠가 존재하는 법.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예술가 이현준 E Hyun joon이었다.

 © Saint-Tropez, photographed by Kang Inki. 

    생 트로페 Saint-Tropez.

    종합 예술 퍼포먼스 듀오, EE로 알려진 이현준은 EE 활동 이전부터 조각과 설치 작업을 했다. 그의 아내, 이윤정 Lee Yoon jung과 만나게 된 것 역시 예술과 음악을 비롯한 문화 전반의 취향에 접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6년 봄, 그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에 초청 받았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한적한 생 트로페 지역, 바다와 맞닿은 독채 건물에 살면서 그는 새로운 작품에 몰두했다. 그러다 연락이 닿은 것이 오랜 친구 강인기였다. 긴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큰 집과 작업 공간이 있으니까,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생 트로페로 떠났다. 프랑스 곳곳에 몇 번이나 방문했던 그조차도 생경한 땅이었다.

    ‘생 트로페’는 프랑스 남부하면 떠오르는 ‘프로방스 스타일’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이다. 에메랄드빛 해변과 맞닿은 산책로, 커다란 와인 경작지와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아농사이드 미술관 Musée de l’Annonciade까지. 6월이면 자라글리아 롤렉스 컵 Giraglia Rolex Cup요트 대회가 열리고, 영화제로 유명한 칸 Cannes이나 역시 휴양지로 유명한 모나코 Monaco와도 멀지 않다. 이처럼 휴식을 위한 최고의 환경에서 그는 여느 관광객처럼 도시의 표면을 돌아보는 데 힘을 쏟지는 않았다. 예술가 artist와 사진가 photographer, 아니 그들의 이름 앞에 직업 설명이 붙기 전부터 알고 지닌 두 남자는 – 특히 서울에서 하기 어려운 – 단출한 일과를 지속했다.

    해가 좋은 날은 바다에 나가 사진을 찍고, 채소와 파스타를 사다 음식을 해먹고, 밤이 되면 음악이 섞인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현준의 새로운 조각 작업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그 과정을 변환한 작업을 만들기도 했다.

    “사는 걱정부터 일과 가까운 미래에 관한 생각까지, 사실 마음 편한 날이 별로 없었죠. 그래서 반대로 아무 접점도 없는 도시에 만족을 느꼈어요. 카메라를 거의 매일 쥐고 다녔는데, 도시 사방에 빛 light이 펼쳐지는 감각은 물론 도시 곳곳에 자리한 오래된 건축물과 듬성듬성 자란 식물들까지 전부 처음 하는 경험이었어요.”

 © Saint-Tropez, photographed by Kang Inki. 

    ‘life’을 생각하다

    훌쩍 떠난 여행은 아쉽게도(?) 2주에서 3주 남짓한 시간 안에 끝이 났다. 강인기는 다시 서울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또한, 다시 생존을 위한 촬영과 작업에 몰두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휴가치고는 제법 빠른 시기였고, 그렇다고 너무 짧지도 않았던 이국 방문이 갑자기 모든 고민을 ‘치유’했다거나 가치관을 송두리채 ‘변화’하게 했다는 기적을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여행 이후, 그곳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그는 여기 이 땅에서 생각하던 것들에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더 많은, 더 성공적인 작업에 아등바하는 것이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꾸리고, 상업 사진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일 거예요. 여행이나 출장이야 많이 다녔지만, 사실 모두 목적을 띄고 갔죠. ‘의무감’으로 간 여행에 무슨 성취가 있겠어요. 이번 여행은 그래서 조금 달랐어요. 생 트로페의 사람들처럼 지내고, 그들과 대화도 나누고, 상업 작업이 아닌 온전히 개인적인 셔터를 누르고…. 몇 주의 시간으로 30년 이상 살아온 제 안에서 무언가 크게 변했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삶을 대하는 관점은 분명히 조금 이동했어요. ‘떠나고 싶을 때 떠났다’는 행동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만족 아닐까 싶어요.”

 © Saint-Tropez, photographed by Kang Inki. 

    추신 P.S.생 트로페’에서 할 수 있는 세 가지

  1. 지중해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적지들. 성모 승천 노트르담 Notre-Dame de l’Assomption, 생뜨 안 Sainte-Anne 예배당, 바스로 Vasserot 공동 빨래터와 분수, 자를리에 탑 La tour Jarlier, 무트 Moutte 성과 공원, 에밀 올리비에 Emile Ollivier 무덤, 건축가 팽구송 Georges-Henri Pingusson이 설계한 호텔 라티튜드 L’hôtel Latitude 43까지…. 24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1. 가을에만 열리는 축제. 현대적이며 고전적인 다양한 요트를 감상할 수 있는 생 트로페 범선 대회 Les Voiles de Saint-Tropez가 매년 9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는, 진귀한 고가구부터 생활감이 묻어나는 집기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생 트로페 벼룩 시장’을 개최한다.
  1. 마지막은 당연히 ‘미식’이다. 달콤한 타르트 트로페지엔 La Tarte Tropézienne 빵을 맛본 후, 타지역 프랑스인들도 한 번씩 들른다는 카페 세네키에 누가 Le Nougat de Sénéquier에 앉아 기념품을 산다. 생 트로페의 유명한 항구를 형상화한 디저트용 초콜릿과 쿠키 모음, 칼랑 드 생 트로페 Les Calins de Saint-Tropez도 빼놓을 수 없다.

 © Georges-Henri Pingusson‘s L’hôtel Latitude 43 poster, Les Voiles de Saint-Tropez. Images courtesy of Georges-Henri Pingusso, Saint-Tropez Touri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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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1-21
레이 가와쿠보 Rei Kawakubo
2017-11-28
한상혁 Han Sang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