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

카테고리

그라더스의 대화 Nº 02

grds, dialogue.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그라더스 grds를 신는 이들을 만나 대화했다. 그들의 삶과 스니커즈를 이야기했다.

© grds Blucher 01 Leather Black(Top), Blucher 05 Leather White (Middle Right)Slip on 03 Leather White (Botton).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김승준 Kim Seung-jun, LH공사 토지주택박물관 문화재지원부 대리, 37세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공공기관에서 공사 감독과 관련 행정 처리 업무를 해요. 원래 영종도 현장 사무실에 있다가, 지금은 진주에 있어요. 순환 근무가 잦은 직업이죠. 도시의 ‘쌩얼’을 만드는 일이에요. 도시나 산업 단지를 계획할 때, 도로나 공항, 항만과 댐 같은 기반 시설을 짓는 일이죠.

    주말에는 서울 집에 올라와요. 올해2017년 3월과 4월에 나이키 Nike에서 예쁜 신발이 많아 나왔어요. 주말엔 거의 홍대에서 살았죠. ‘아트모스 atmos’와 협업한 나이키 에어 맥스 air max 1이 기억에 남아요. 재작년인가 ‘다시 출시를 원하는 설문조사 1위’를 한 스니커즈였죠. 매물이 있어도 너무 비싸서 구할 수 없었어요. 운 좋게도 저와 여자친구 모두 현장 추첨에 뽑혔어요. 기분 좋았던 최근 근황입니다.

    옷장에는 파란색 계열 셔츠가 가장 많아요. 이태원에 있는 맞춤 셔츠 가게의 단골이고 아버지께서도 맞춤 셔츠를 오랫동안 입으셨어요. 아노락 anorak처럼 단추 없는 디자인도 맞춰보고, 옷깃이나 소매의 작은 섬세함에 느낌이 확 달라지는 재미가 있거든요.

    회사에 다니면 아무래도 장소나 상황에 따라 신발도 달라져요. 출퇴근 때는 그라더스 grds를 신으려고 해요. 회사에 오면 구두로 갈아 신고, 점심이나 퇴근 때 다시 스니커즈를 신죠. 최근부터 금요일은 ‘캐주얼 데이’를 표방해서, 원하는 신발과 복장을 해요. 오늘처럼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으면 grds를 신고, 아니면 다른 스니커즈도 신어요. 격식 차린 복장에도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선호하는 편이네요.

    처음 스니커즈, 아니 ‘운동화 athletic shoes’에 관심 생겼을 때를 아직도 기억해요. 중학생 때 친구가 ‘가장 비싼 운동화’라며 형광 에어 맥스 95를 신고 왔어요. 비싼 걸 떠나서 예뻤어요. 99,000원이나 해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하긴 어려웠죠. 어마어마하게 비쌌으니까요. 여섯 살 때는 제가 신던 코오롱 스포츠 운동화가 낡아서 부모님께서 버리려고 하니 막 울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두셨다고요. 지금도 부모님께선 ‘태어났을 때부터 신발을 좋아했다’고 말씀하세요.

    2016년 겨울에 신고 싶은 새까만 스니커즈를 찾고 있었어요. 웬만한 곳은 다 뒤져 봤죠. 아마존, 이베이, 온갖 스니커즈 브랜드….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우연히 이십구센티미터 29cm를 알게 돼서, grds를 처음 봤어요. 쇼룸이 가깝더군요. 신어 보니 예뻤어요. 겨울옷은 두꺼우니까 밑창 outsole이 높은 스니커즈를 찾고 있었어요. 검정 블루처 blucher  leather all black 03 모델을 샀죠.

    발모럴 balmoral 01은 디자인이 깔끔하고 편해요. 축구를 좋아해서 오른쪽 발등이 더 높은데, 앞이 막힌 스니커즈는 발볼이 넓어 보여서 꺼려졌거든요. 그런데 좀 달랐고, 신었을 때 예뻤어요. 도큐먼트 document와 협업한 블루처 blucher  03 모델은 바닥이 닳을 정도로 자주 신었어요. 까만 생고무창에 흰색 가죽 조합이 어디에나 잘 어울려요.

    주말에는 패션에서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죠. 깔끔하면서도 회사와는 다르게 격식 있는 스타일을 내고 싶을 때, grds를 신어요. 옷을 입을 때, ‘아래서 위로’ 생각하거든요. 먼저 신발을 정하고 옷을 골라요. 오늘도 발모럴 01을 신으려다가 처음 샀던 스웨이드 소재 블루처를 신었어요. 원하는 디자인이면서, 자연스럽게 맞아요. 러닝화와는 다른 범주이지만, 오래 걸어도 편하고요. grds를 처음 신고 나갔을 때 적응이 필요하진 않았어요. 보통 명품 스니커즈라도 불편한 신발이 있거든요. 마감이 잘못되어 있거나, 발 안쪽에서 부딪히거나…. 그런 점이 없어서 인상 깊었어요.

    신발 외적으로는, grds 쇼룸에 방문해서 디자이너와 스태프들이 응대할 때, 자부심이랄까요. 자세라 달랐어요. 스니커즈를 담은 상자만 봐도 공들였다는 점이 묻어나요. 인체공학적 설계가 밑창에 반영되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더 좋아졌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편한 스니커즈라고 과감히 얘기하고 싶네요.

    이제 2주년이니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저 또한, 회사에서 나름대로 큰 계획을 짜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중간에 비집고 들어오는 변수가 있거든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러 애로사항을 잘 극복하고 초기 입지를 단단히 다져서, 오래도록 grds 스니커즈를 신었으면 합니다.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grds to inspire — origin, now, vision exhibition, 2017.

Follow on Facebook & instagram.

Comments

2018-02-13
버버리, 무지개 체크무늬 —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유산
2018-02-21
베트멍의 여름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