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

카테고리

안은진의 물건들

기억이 남은 구두와 장신구.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Hong Sukwoo

 

    메종 스테디스테이트 Maison steady-state안은진 Sophie An 디렉터는 용산구 소월길의 아틀리에에서 비스포크 셔츠 bespoke shirt를 짓는다. 그가 영향 받고, 또 영감을 얻은 물건들 objects를 이야기한다.

© Miriam Haskell earing and vintage pearl necklace.

진주 목걸이와 진주 귀걸이 Pearl necklace and earring

    목걸이는 선물 받았고, 귀걸이는 미리암 하스켈 Miriam Haskell의 빈티지 제품으로 코코 샤넬 Coco Chanel에게도 영감을 준 브랜드라고 한다.

    진주는 고전적이며,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어디서나 살 수 있다. 피부와 맞닿을 때 가장 고급스럽고, 착용한 사람을 우아하게 한다. 어떤 옷을 입어도, 심지어 우중충한 날에도 은은한 조명처럼 빛난다. 단순해 보여도 사실 알의 크기와 개수, 발색 등 세밀한 요소를 조절하여 충분히 더 나은 디자인이 가능하다. 흔해 보이지만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진주처럼,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도 장인정신을 담아서 만들고 싶다.

벤슨 앤 클렉, 커프 링크스 Benson & Clegg London, cuff links

  테니스 라켓 문양을 새긴 커프 링크스 cuff links로, 2013년 메종 스테디스테이트를 시작하고 3년 차일 때 영국에서 샀다. 벤슨앤클렉은 높은 품질의 단추와 휘장, 연미복 등으로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졌다.

  테니스를 좋아한다. 무척 신사적인 스포츠로 규칙과 예의가 있다. 그래서 테니스 문양이 있는 물건이나 용품이 눈에 띄면 종종 산다. 처음에는 아틀리에에 놓을 소품을 구매하려고 벤슨앤클렉에 방문했는데, 이 디자인을 보자마자 ‘내 거다’ 싶었다. 원래 더블 커프스 셔츠를 직접 입지 않았지만 커프 링크스를 사고서 직접 만들어 입기 시작했을 정도이다. 금장 도색이 짐짓 화려해 보여도, 여성적이지도 남성적이지도 않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이 좋다.

© Benson & Clegg  London cuff links.

© Vass oxford brogues.

바스의 옥스퍼드 브로그 Vass, Oxford Brogues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남성 구두 브랜드의 갈색 스웨이드 옥스퍼드 브로그로, 메종 스테디스테이트가 ‘주문 제작 made to order’ 셔츠를 시작한 2011년 초에 샀다.

구두 전문 편집매장 짐머만 앤 킴 Zimmermann & Kim에서 지인에게 선물 받았는데, 기성품이 아닌 ‘주문 제작’ 방식이다. 가죽 원단과 발의 치수를 정하고 주문하여, 주문 반년 후 받는 식이다. 하늘거리는 실크 원피스처럼 여성스러운 옷을 입을 때 중화하기 위해 신었다. 남성성 masculinity이 가득한 구두 브랜드의 여성 제품이니 ‘중성적’으로 보이고 싶을 때 신었다고 할까? 평소 입는 옷도, 메종의 이름을 ‘스테디스테이트’로 정한 것도 그러한 영향을 받았다. 흑백보다 회색 지대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로베르토 우골리니의 몽크 스트랩 구두 Roberto Ugolini, Monk Strap Shoes

    피렌체 Firenze의 구두장인 브랜드로 2013년 피렌체에서 주문 후 거의 1년 후 받았다. 100% ‘비스포크 bespoke’ 방식이며, 고객의 구두골 shoe last도 보유하고 있다.

    바스 구두를 샀을 때 메종이 주문 제작 방식 셔츠를 시작한 것처럼, 이 구두를 구매한 시기는 완전한 비스포크, 즉 맞춤 셔츠를 시작한 때와 겹친다. 바스의 방식은 이미 갖춰 놓은 틀 안에서 개별 요소를 선택한다. 당시 메종 또한 비슷한 개념의 맞춤 셔츠를 도입한 시점이었다.

  로베르토 우골리니는 다르다. 구두 소재나 치수뿐만 아니라, 형태 shape까지도 고객이 직접 지정한다. 주문 제작 방식이 이미 마련한 ‘주문’ 사항을 선택해 만든다면, 로베르토 우골리니의 비스포크 방식은 오롯한 비스포크 셔츠나 수트를 지을 때처럼 장인과 대화를 나눈 후 원하는 요소를 정하고, 가봉 단계를 거친 후, 단 한 사람의 발에 맞는 구두로 완성한다. 그만큼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선택지도 훨씬 다양해진다.

  바스가 기성 구두 밑창 형태를 그대로 주문하는 식이라면, 로베르토 우골리니는 여성 발볼의 움푹 팬 곡선에 맞춰 기성화보다 더 좁고 아름다운 밑창을 만드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주문 제작이 가능한 브랜드에서도 쉽지 않은 자부심이다. 메종이 나아갈 방향과 관심이 점점 비스포크로 갈 때 구매한 제품이라, 직접 신기 위해 만든 구두이지만 그만큼 애착이 크다.

© Roberto Ugolini monk strap shoes.

Tue-2.-5-Recollections_w

© Maison steady-state — Recollections, published by Maison steady-state with The NAVY Magazine, 2017.

    메종 스테디스테이트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이 함께 만든 책 메종 스테디스테이트 — 후일담 Maison steady-state — Recollections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책과 함께, 셔츠 옷깃에 넣는 자개와 셔츠 원단을 재단하여 만든 책갈피 bookmark메종 스테디스테이트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독과 기부 Donate to Subscription.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독립 모바일 매거진입니다. 독자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지역과 동시대 문화를 향한 적확한 비평과 따뜻한 시선, 좋은 취향과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고 생산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더 네이비 매거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매달 커피 한 잔 금액으로, 구독 버튼을 눌러주세요.

2017-11-08
라프 시몬스의 장갑
2017-11-22
바이레도, 펄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