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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 시 반의 겨울

5:30 pm in Winter.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 Changdeokgung Palace, Sunday, November 05, 2017.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해가 짧아질 때 계절의 변화를 번뜩 느낀다. 문을 나서자마자 입김이 올라오고 두꺼운 울 코트 wool coat를 꺼내 입는 하얀 겨울이 아니어도, 시계가 아직 여섯 시를 가리키지 않았는데 뉘엿뉘엿 기우는 늦은 오후 하늘을 보면 이렇게 또 시간만이 흐르는구나, 체감하게 된다.

    높이 천천히 흐르는 구름이 너무 끼지 않아서 맑은 주말은 아무 계획 없어도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해가 쨍쨍할 때 어디 약속을 잡고 누군가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혼자 평소 가지 않았던 복잡한 도시의 평범한 주말에 이입하는 것도 즐겁다.

© Changdeokgung Palace.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마지막 입장 마감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일요일 오후 네시 오십 분, 창덕궁 Changdeokgung Palace Complex·昌德宮 입구는 관광객들로 분주하지만 무수한 세월을 거쳐 여전히 남은 돌담과 그 너머 아찔하게 마지막 빨강과 노랑을 드러낸 단풍나무를 보는 정취가 있다. 오랜 유산과 빠른 변화를 동시에 지닌 서울 Seoul에서 갈길 바쁜 이들로부터 한발 빗겨 서서 천천히 걷는다.

    ‘평일의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는 못하겠지만, 탁 트인 하늘이 단풍의 마지막 자태와 함께 물드는 순간 그 붉은 노을은 겨울이 막 오는 다섯 시 반, 도시에서 가장 평온해지는 순간이다.

© Seoul Museum of History 국립민속박물관.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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