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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진화하는 패션 이커머스

Fashion E-Commerce in 2018.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Various Brands

   새로운 패션쇼를 스마트폰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본다. 패션 브랜드의 룩북과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에 가장 먼저 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패션 이커머스 fashion e-commerce, 즉 전자상거래로 패션을 쇼핑한다.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성장세가 주춤하는2018년 현재, 패션 이커머스는 여전히 성장 중이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능성 또한 남아 있다.

© Cèline exclusively on 24Sèvres.com, 2018.

© 24Sèvres.com, Personal Shopper Service, 2018. 

LVMH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LVMH는 지난 2017년 7월, 파리 한복판에 있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 르봉 마르셰 Le Bon Marché와 합작한 새로운 전자상거래 플랫폼 24 세브르 24 Sèvres를 선보였다. 파리 르봉 마르셰의 주소 24 rue de Sèvres에서 이름을 딴 24 세브르는 LVMH 전자상거래 전략의 ‘넥스트 페이즈’이다. 아직 부족한 점도 보이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고급 패션 전자상거래 서비스와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24 세브르는 웹사이트와 iOS 앱으로 퍼스널 쇼퍼와 업계 최초 1:1 비디오 상담을 제공한다. 좀 더 사적인 온라인 쇼핑을 위한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상담 서비스, 스타일 봇 Style Bot도 출시했다. LVMH의 이안 로저스 Ian Rogers 최고 디지털 책임자 Chief Digital Officer는 본격적인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출시와 함께 성명을 발표했다. “메종이 오랫동안(오프라인) 매장에서 습득한 비주얼 머천다이징 visual merchandising 전문 지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할 때입니다.”

    이와 더불어 단독 매장 독점 판매 원칙을 고수하던 루이비통 Louis Vuitton이 업계 최초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 포함되었다. 셀린 Céline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전임자 피비 파일로 Phoebe Philo 체재 아래 셀린은 지난 10년간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 없는 패션 하우스였다. 생로랑 Saint Laurent의 전 아티스틱 디렉터, 에디 슬리먼 Hedi Slimane 합류를 발표한 이후, 아직 그의 첫 번째 셀린 컬렉션이 공개되려면 몇 달이 남았지만 24 세브르에서 한정 출시한 셀린 컬렉션과 가방 판매를 시작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실제로 생로랑과 디올 옴므 시절 에디 슬리먼은 자신이 지휘하는 패션 하우스의 정체성과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인테리어부터 온라인 웹사이트 디자인과 소셜 미디어 활용까지 유연한 결정을 해왔다. 높은 콧대를 유지하던 패션 하우스들이 하나둘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전하면서, 고급 기성복 브랜드와 전자상거래가 결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증명했다.

    특히 강한 구매력을 지닌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은 LVMH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매장을 방문하여 대접을 받고 가치를 지급하는 것에 익숙한 이전 세대와 달리,온라인에서 편하게 제품을 사는 것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는 가장 활발하고 거대한 전자상거래 소비자 집단 중 하나이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가 브랜드 정보를 얻고, 유명인사들이 걸친 한정판 제품을 선망하며, 쇼핑 목록을 검색하는 ‘공간’ 역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전자상거래 서비스이다.

    이는 시대가 변하며 생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실제로 ‘럭셔리 luxury’ 범주에 속한 패션 하우스들이 자사 마케팅 비용 대부분을 모바일에 할애하고, 전통 종이 매체들이 잡지와 소셜 미디어 동시 노출 전략을 광고주에게 호소한다는 점은 제품 가치가 오프라인에서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는 변화 양상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 Amazon Fashion Week Campain & Banners, 2017-2018.

© Sacai/Undercover® collaborated collection on Amazon Fashion Week, 2017-2018.

© Announces Rakuten Coin at MWC 2018.

일본, 아마존닷컴과 라쿠텐의 전략

    세계 최대 규모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 수성을 위한 라이벌 전쟁이 벌어지는 일본의 상황도 흥미롭다.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 오프라인 전략과 암호화폐 같은 미래 기술 활용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거의 모든 제품을 파는 아마존 재팬 Amazon Japan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물류 창고와 직매입 방식, 소비자에게 편리한 배송·반품 시스템으로 단시간에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이치바 楽天市場를 따라잡았다. 또한, 온·오프라인 연계 행사와 로컬 패션 브랜드 한정판 상품 제작을 비롯한 아마존 패션위크 도쿄 Amazon Fashion Week TOKYO라는 이름으로 후원자를 자처한 패션위크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든든한 자본을 업고, 실력과 잠재력을 겸비한 자국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상생하는 모습으로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웨어에 이르는 전자상거래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강력한 도전자에 직면한 라쿠텐 이치바는 일본 내 최대 인터넷 쇼핑몰로 위상을 다졌다. ‘인터넷이 유통을 바꾼다’는 지금 보면 당연한 명제를 1997년부터 실행한 라쿠텐은 인터넷 보급과 함께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라쿠텐이 택한 미래 전략은 암호화폐 ‘라쿠텐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사용자 보상 프로그램 ‘슈퍼 포인츠 Super Points’에 우선 적용하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대체하는 자체 암호화폐 체계를 만들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라쿠텐은 2016년7월, 비트코인 결제 프로세서 개발사 비트넷 BitNet을 인수했고, 핀테크와 블록체인 앱 전문 자회사 라쿠텐 블록체인 랩 Rakuten Blockchain Lab을 같은 해 8월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8년 2월 세계최대 IT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MWC 2018에서 라쿠텐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 CEO 미키타니 히로시 三木谷浩史가 발표한 ‘라쿠텐 코인’ 전략은 그저 허황한 선언으로 보이지 않는다. 슈퍼 포인츠는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소비자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면 지급한 포인트는 할인과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고,지금껏 발행한 포인트는 한화로 무려 9조 8천억 원을 넘어선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 결제 방식은 과도한 수수료와 기간 소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거래 방식을 도입하면, 말 그대로 분산한 거래 정보를 암호화하여 저장하고 처리한다. 중간 수수료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슈퍼 포인츠 Super Points에 통합 적용할 라쿠텐 코인은 아직 상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체 암호화폐로 자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가 결제 수단의 제약 없이 쇼핑하며, 추후 암호화폐공개 ICO·Initial Coin Offering로 기업공개IPO처럼 자금을 조달하는 경영 방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물론 ‘비트코인’이 대표하는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과 예측하기 어려운 등락으로 단기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지만 바탕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이 영영 유통을 바꾼 것과 맞먹는 다음 세대 기술로 촉망받는 것이 사실이다. 카카오와 페이스북, 타오바오와 텔레그램 등 각국 선도 IT 기업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현실은 이를 방증한다.

진화하는 한국의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

    마지막으로 한국의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은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거대 오픈 마켓부터 패션 기업의 자사 웹 쇼핑몰 전략이 다양하게 이어지며, 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일종의 ‘춘추전국시대’로 보인다. 인수합병 M&A으로 덩치를 키우고 소비자 성향과 연령대로 세분화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전략,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패션 브랜드를 독점으로 전개하기 위한 노력은 동시에 이어진다.

    지난 2018년 3월 14일, 패션 소셜 미디어이자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 스타일쉐어 StyleShare는 패션 쇼핑몰 29CM의 모회사 에이플러스비를 인수했다. 에이플러스비의 투자사 GS 홈쇼핑으로부터 약 300억 규모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스타일쉐어는 작년 출시한 전자상거래로 단숨에 거래액 300억을 달성하고, 올해는 1,200억 원을 예상한다. 10대 고객 위주 스타일쉐어와 20-30대 여성에 초점을 맞춘 29CM의 합병이 두 서비스의 물리적인 결합을 의미하진 않는다. 운영은 독립적이되, 마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각자 서비스를 운영하며 일부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처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공동의 역할을 차츰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10대부터 20대 남성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무신사 역시 2018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입점 브랜드 3,000개와 250만 회원을 돌파하며 한국 패션 전자상거래 쇼핑몰 중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와 고객 양쪽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무신사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신진 브랜드 제품 생산 및 마케팅 자금 지원, 시즌 룩북 제작 지원을 포함한다. 대신 무신사가 지원한 룩북은 독점 콘텐츠로 선보이며, 브랜드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상호작용을 높이고 소비자와 브랜드의 충성도를 올리는 접근 방식이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쇼핑 패턴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최대 장난감 소비 체인점 토이자러스 Toysrus가 문을 닫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회사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온라인 쇼핑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는 시도 역시 더욱 다양해졌다. 팝업 매장과 패션위크 개최 등의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 1:1 퍼스널 쇼퍼 서비스, 국적을 가리지 않는 빠른 배송과 무료 교환, 자체 콘텐츠 및 커뮤니티 기능 증대 등을 각자 전략에 맞춰 전개한다. 자국에서 힘을 키운 패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사례 또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진다. 시장 경제의 적자생존 논리가 무섭게 적용하는 이곳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아직은 누구도 정답을 모르지만, 그 치열한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히 흥미로운 일이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Fashion Insigh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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