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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edish Labels

Swedish Cool in These Days: Acne Studios, Très Bien, Cos, Polar Skate Co., Stutterheim.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Various Labels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스웨덴 브랜드가 존재한다. 패션으로 분야를 좁히면, ‘아 이런 브랜드도…?’ 싶은 것도 많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 에이치앤엠 H&M이 전개하며 더 높은 가격과 정갈한 디자인으로 알려진 코스 COS, 남성복 브랜드 겸 편집매장 트레비앙 Très Bien과 북유럽 청년 문화 youth culture와 스케이트보드 씬 scene를 다룬 폴라 스케이트 Polar Skate Co.가 대표적이다. 기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Scandinavian design’으로 정의하기엔 새로운 물결이 그 안에 일렁이고 있다.

© Acne Studios Spring/Summer 2017 campaigns. Image courtesy of Acne Studios. Photographed by Paolo Roversi.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tudios

    처음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tudios를 접한 건 12년 전이다. 도쿄 어느 편집매장에서 고전적인 서체를 가죽 위에 음각한 아크네 진 Acne Jeans이었다. 스톡홀름 Stockholm에 기반을 둔 창작 집단이자 에이전시로 존재하던 아크네는 알려졌다시피 친구와 고객들에게 직접 만든 청바지를 선물하며 브랜드 형태를 갖췄다.

    2000년대 중후반, 디올 옴므 Dior Homme의 영향으로 ‘스키니 진 skinny jeans’이 거리를 휩쓸었다. 미국발 프리미엄 데님이 화려한 장식으로 흐름을 선도했다면, 과장한 디자인에 태생적인 거부감을 지닌 이들이 이 작은 청바지 브랜드 입소문을 듣고 수소문했다. 여드름이란 뜻의 귀여운(?) 이름을 빼면, 겉모습에서 브랜드를 설명하는 요인은 오직 날렵한 디자인뿐이었다.

    지금이야 수많은 브랜드에서 적당한 가격대의 잘 만든 청바지 한 벌 찾는 게 어렵지 않지만, 온갖 바늘땀 stitch 장식을 점철한 당시에는 최소주의 minimalism에 기반을 둔 담백한 청바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크네의 초기 성공은 이처럼 ‘사람들이 원했지만, 사라지고 없던’ 청바지를 만들고, 브랜드 로고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통합해 신경 쓴 결과였다. 세계 주요 편집매장과 백화점은 빠르게 아크네 진을 사들였다. 청바지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와 기성복 전체로 범주를 넓힌 것도 이 무렵이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옷에는 스웨디시 패션 Swedish fashion의 주요 특징이 담겨 있다. 먼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청바지를 비롯하여 울과 캐시미어 혼방 코트나 니트 스웨터, 혹은 가죽 소재의 작은 지갑 등을 보면,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흔히 강조하는 ‘디테일 detail’을 되려 덜어낸다. 헬무트 랑 Helmut Lang이나 질 샌더 Jil Sander가 이룩한 1990년대, 그리고 지금의 셀린 Céline과 라프 시몬스 Raf Simons로 이어지는 스타일과 궤를 같이한달까? 로고와 그래픽을 한가득 채운 ‘고급 스트리트웨어 high-end streetwear’의 부상과 함께 시장성 부재를 이유로 한때 사라진 고급 기성복의 가능성에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깃발을 꽂았다.

    단순히 독립 패션 브랜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던 강점을 ‘이야기 storytelling’로 승화한 점 역시 주효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절판했지만, 어떤 패션 잡지보다 큰 판형에 ‘브랜드 북’ 역할 이상을 해낸 아크네 페이퍼 Acne Paper는 작은 편집매장 한편이나 실제 옷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철학을 녹였다. 패션 특유의 화려함 대신, 진중한 주제와 아트워크를 담은 잡지는 도시 city와 교육 education, 에로티시즘 eroticism과 청소년 teenage 등 다양한 주제를 장문의 글과 사진 작업으로 소개했다. 표면에 드러난 디자인으로만 패션을 바라보지 않고, 사유가 깔린 지성 intelligence으로 대하며 일종의 작가적 접근을 시도한 셈이다.

© Très Bien shop in Malmö, Sweden. Images courtesy of Rope Dye by Denimhunters Ltd.

© Très Bien Fall/Winter 2016 and Fall/Winter 2017 collection Lookbook. Images courtesy of Très Bien.

트레비앙 Très Bien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온라인 편집매장으로 출발하여, 소위 ‘로우 패션 low fashion’과 ‘하이패션 high fashion’의 장점을 섞은 남성복도 있다. 트레비앙 Très Bien은 사이먼, 한스 호그먼 Simon and Hannes Hogeman 형제, 그리고 비에른 린덴 Björn Lindén과 야콥 토른베기 Jakob Törnberg가 2006년 스웨덴 말뫼 Malmö 에 설립한 편집매장이다. 2006년은 지금처럼 온라인 패션 시장이 활발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들은 세계 남성복 시장이 아직 고급과 대중 브랜드로 엄격하게 나뉘었던 시기의 ‘경계’를 허물었다. “브랜드를 혼합하고 스타일을 결정하는 방식이 우리를 차별화한 요인이었습니다. (나이키) 에어 맥스 스니커즈는 최신 질 샌더 컬렉션만큼이나 중요했고, 많은 사람과 잘 어울렸죠.” 메탈 매거진 Metal Magazine과 나눈 대화에서, 이미 포화 상태의 대도시들 – 뉴욕과 런던, 파리와 도쿄 등 – 에 본사를 두고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면 지금 같은 성공은 어려웠다며 덧붙였다.

    트레비앙은 동시대 패션이 단순한 고급 진열장이 아닌, 문화의 혼합 mix & match이라는 걸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사세를 확장한 2014년부터는 남성복 컬렉션도 함께 선보인다. 현재 트레비앙은 세계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온라인 매장이자, 현대 남성복과 스포츠웨어 sportswear를 접목한 ‘컬트 cult’ 스웨디시 패션 하우스가 되었다. 파스텔 색조와 고급 소재를 쓴 후드 파카와 스웨트셔츠, 방한 재킷 anorak은 아웃도어와 어반 스트리트웨어, 그리고 성 중립적인 디자인에서 받은 영감을 은은하게 담아낸다.

© COS Fall/Winter 2017 Campaign. Images courtesy of COS.

코스 COS

    일주일에 한 번씩 쇼윈도를 갈아치우는 SPA 브랜드의 속도감에 지칠 때가 있다. 코스 COS는 패스트 패션 시대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스웨디시 패션의 특징을 천천히 보여주는 유니섹스 브랜드로 영역을 넓혀 간다. “우리는 ‘일상의 본질 everyday essential’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제품을 만듭니다. 고급 지향과 높은 품질이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해요. 시간과 유행을 넘어서 입을 수 있고, 현대적이어야 합니다. 미학적으로 절제한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깨끗한 선과 기능성 같은 ‘북유럽 디자인’을 버무립니다.”

    코스의 남성복 디렉터 마틴 앤더슨 Martin Andersson은 스웨덴의 작은 마을 올로포스트롬 Olofström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한 후 다시 스웨덴에서 남성복을 만들고 있다. 그의 말처럼 코스의 옷에는 시대와 유행이 과감할 정도로 배제되어 있다. 2014년에 베를린 매장에서 산 티셔츠는 색과 디테일만 조금 바뀐 채 2017년 한남동 플래그십 매장에서 볼 수 있다. 고급 기성복을 지향하는 패션이 종종 비현실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모습을 떠올리면, 개성 대신 통일성을 중시한 디자인 철학은 시대를 초월한 북유럽 패션 디자인의 특징인 것이다.

© Polar Skate Co. x Converse CONS film. Images courtesy of Polar Skate Co., 2017.

© Dane Brady & David Stenström, Pro skateboarders of Polar Skate Co. Team.

폴라 스케이트 컴퍼니 Polar Skate Co.

    스케이트보드 씬의 모든 요소는 하나로 연결된다. 가장 중요한 스케이트보드와 보더가 있고, 그다음 비디오와 사진이 있다. 낙서와 상처 가득한 보드 데크와 그래픽 티셔츠는 스케이트보더들의 라이딩을 담은 비디오에 담겨 세상으로 퍼진다. 스웨덴 말뫼에 기반을 둔 폴라 스케이트 Polar Skate Co.의 설립자 폰투스 알 Pontus Alv은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여느 대도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는 출발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스웨덴 스케이트보드 잡지 트랜스월드 스케이트보딩 Transworld Skateboarding과 나눈 2015년 대담에서 ‘폴라 스케이트’가 어떻게 차별점을 띄었는지 설명했다. “(저는) 절대적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어요. LA(스케이트 문화와 스트리트웨어의 중심 도시)에는 안 좋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같은 장소에서 오는 경우, 새로운 관점을 찾기 어려워져요. 때로는 모든 걸 멀리하는 것이 좋아요.”

    폴러 스케이트의 후드 티셔츠와 말뫼 출신 프로 스케이터들의 오리지널 그래픽을 프린트한 데크에서 굳이 스웨디시 패션의 흔적을 찾을 필요는 없다. 많은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스케이트보드) 영상 기록자로서 프로모션 필름을 전파하고, 페인터로서 그래픽을 티셔츠와 데크에 담는다. 연한 파스텔 색상의 플리스 재킷과 긴소매 티셔츠만이 더 강렬한 햇볕이 비추는 서부 도시들과는 ‘다른’ 브랜드임을 실감하게 한다.

© Stutterheim x Marni raincoats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Images courtesy of Stutterheim.

© Stutterheim raincoats Spring/Summer 2017 collection.

스투터하임 Stutterheim

    비가 자주 내리는 기후에 착안하여 실용성을 중점에 둔 스톡홀름 기반 브랜드 스투터하임 Stutterheim Raincoats도 흥미롭다. 레인코트, 즉 ‘우비’로 유명한 이 스웨덴 브랜드는 ‘레인코트’라는 특정 의복으로 동시대 스웨디시 패션의 줄기와 궤를 같이하여, 기능적이고 우아한 코트를 짓는다. 그들의 대표작 레인코트는 너무 얇지 않은 질감과 정교한 재봉으로 마감한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스웨디시 패션의 색채 팔레트보다 밝고 다채로운 점은 단지 국내용 브랜드가 아닌 탓이다. 노랑과 주황색 코트는 여성적이며 활동적이고, 어두운 남색과 베이지색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좀 더 차분하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본 레인코트 이름이 수도 스톡홀름 Stockholm이라는 재치도 있다. 필자 역시 ‘스톡홀름’이 옷장에 있는데, 너무 습한 날씨가 아니면 일상복으로도 유용하다.

    2017년 서울에서 여러 외국인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 종종 그들이 인터뷰를 요청할 때가 있는데, 케이팝 K-pop과 케이패션 K-fashion처럼 한류를 타고 형성한 대중문화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묻는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에 둔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그 세부 시스템이 어떻든 간에 확실한 정체성이 보인다. 마치 과거 홍콩 누아르 영화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패션을 스웨디시 패션처럼 명쾌하게 정의하긴 어렵다. 오랜 전통, 기후, 예술과 건축을 포함한 문화 전반을 의복까지 적용한 사례가 디자인 가치로 정립했다는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과점으로 스웨디시 패션의 지금을 보면, 런웨이 무대의 고급 기성복부터 스트리트웨어까지, 고유한 디자인 요소를 속에 담고 유심히 관찰할수록 한 나라의 브랜드처럼 보이는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의 지역과 생활, 환경과 사람들이 모이니 각기 다른 장르의 브랜드라고 해도 어떠한 교집합이 생긴 셈이다.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Magazine 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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