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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글 2

The Night Article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온라인 잡지를 표방하지만, 사람이 만듭니다. 기사로 하는 이야기들과 다른, 밤과 새벽의 생각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글들은 대체로 다음날 아침에 보면 지워버리고 싶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밤 Night” 메뉴는 비정기적으로, 매일 밤 자정부터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 나타납니다. 낮과는 조금 다른 밤의 생각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Tue, November 07, 2017

    비가 온다는 서울은 생각보다 쌀쌀해진 듯 아닌 듯하였다. 낮은 며칠 전 갑작스러운 추위보단 확실히 개었다. 내년 일 이야기를 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전망이나 흥미롭게 보는 것들에 관해 질문받는다. 패션으로 한정하면 사실 관심이 있으면서도 또 흐릿한 기분이 든다. 마치 안개처럼, ‘브랜드’나 ‘경향 trend‘을 콕 집어서 말한다기보다는 그사이 부유하는 현상이 그 외 관심사들을 배회한다. 면도날, 사진집, 아이코스 IQOS 파란색 담배, 향이 좋은 핸드크림과 스니커즈 그리고 길에 나 빼고도 100명은 족히 본 커다란 검정 오리털 재킷이 구매 목록이었고 하나씩 지웠다. 지금 좋은 옷이란 그 밖의 가치들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조금 희석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이 나이가 드는구나, 나이를 먹었구나, 혹은 먹고 있구나 하는 감정을 주변 친구들이나 남들 모습을 보며 느낀다. 각기 다른 이야기, 고민, 걱정과 부푼 연민과 희망의 이야기를 지닌 이들과 어딘가 저녁 도시에 모여, 밥을 먹거나 반주를 기울이거나 시간을 보내고 있자면, 사람들은 처음 조용했던 모습보다 더 말소리가 커지기도, 좀 더 웃기도,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르기도 한다. 그사이 조금씩 더 진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오가며,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듣고 있자면 아, 하고 어떤 감흥이나 마음의 걸림 같은 것이 온다. 가끔은 서글프고 그보다 더 자주 어떤 자극이 된다. 지금으로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밤에는 조금 가라앉는다.

    여러 가지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을 만나며, 기사를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고 다음 주를 생각하며, 카메라로 담아낸 흐릿한 용산구 어딘가의 나뭇잎을 생각한다. 스트로보를 터트려 찍은 사진이 오래 멀어진 이유는 단순하였다. 그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가격도 비싸고 투박하며 무거우나 성능은 탁월한 ‘라이카 Leica SF 26’을 달고 한두 장 건지면 다행이었다. 종종 삶의 루틴에서 어떠한 종류라도 사소한 변주를 넣길 바란다. 혼자 알고 누구에게 말할 대단함이 아니어도 작은 음표와 비슷한 다른 것들이 하루에 하나씩 같은 목표가 되기도 한다.

    겨울이란 계절이 오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날이다. 한발을 걸쳤다, 떼었다, 다시 걸쳤다. 반복의 나날이다. 월요일, 천둥까지 동반하였던 비는 기온을 대폭 낮출까? 여러 불안한 마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혼재한다. 지난주 크게 앓은 몸살이 전화위복이길 바란다. 그새, 그저 한 사람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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