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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글 4

The Night Article.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온라인 잡지를 표방하지만, 사람이 만듭니다. 기사로 하는 이야기들과 다른, 밤과 새벽의 생각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글들은 대체로 다음날 아침에 보면 지워버리고 싶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밤 Night” 메뉴는 비정기적으로, 매일 밤 자정부터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 나타납니다. 낮과는 조금 다른 밤의 생각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2017년 12월 2일, 토요일 Sat, December 02, 2017

    더 네이비 매거진을 열고 한 달이 조금 안 되게 지났습니다. 종종 이 잡지(라고 스스로 우기는 모바일 매거진)를 만들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미 훌륭한 작업을 잇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기도 하며, 그럴 때 아직 ‘하지 않아서’ 두근거리는 순간이 옵니다. 반대로 ‘이 작업이 의미(혹은 실질적인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하는 고민의 새벽과 비슷한 빈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일은 꽤 했지만 오롯이 (아직은) 혼자 힘으로 만드는 걸음마 단계의 0살짜리 온라인 매체에 하고 싶은 것들이 꽤 많습니다. 그건 즐거워요.

    패션에 관한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플랫폼 The Platform for Critical Thinking on Fashion이라는 주제로 종이 잡지와 온라인 잡지를 동시에 전개하는 베스토이 Vestoj이라는 잡지가 있습니다(발음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 단어인지 불분명한 이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스웨덴어가 아닐까 했는데, 세계 공용어를 목표로 제작한 ‘인공어 artificial language‘ 에스페란토 Esperanto로 옷 clothes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그리고 누구나 건드리고 싶지 않아 하는 진지한 패션 인터뷰와 논픽션이 가득 차 있습니다. 긴 영어 문장들은 모국어로 영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지만, 종종 베스토이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들은 ‘아주 작은’ 잡지이지만, 누구도 행하지 못한 대단한 작업을 합니다. 덕분에 더 네이비 매거진에 글이 쌓이면 종이 책으로 한 권씩 내보자는 작은 목표 또한 세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편집자들과 대화하게 된다면, 하고 상상합니다.

    3D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피너츠 Peanuts가 다시 세상을 휩쓴 후 찰리 브라운 Charlie Brown과 스누피 Snoopy의 온갖 출판물이 다시 서점에 등장한 건 반갑습니다. 얼마 전 커즈 KAWS와 유니클로 UNIQLO가 협업한 두 번째 인형 시리즈는 작은 것과 큰 것 중 후자를 샀습니다. 작은 건, 너무 작았거든요. 큰 인형은 딱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방 책상 창문 앞 책장에 아래를 향해 누워 있습니다. 커즈 특유의 ‘X’로 표현한 눈은 까매서 보이지도 않아요. 밤과 새벽, 방 조명은 노란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두기 때문에 더욱 어둡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꽤 커다란 인형이 건조한 남자 방에 하나 있다는 게 뭔가 귀여운 위안이 됩니다. 스누피 같은 철학을 언제쯤 터득(?)할 수 있을까 야심한 밤에 생각합니다.

    더 네이비 매거진은 몇 가지 수정이 보이게 안 보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각 원고 맨 아래는 페이팔 Paypal을 사용한 후원 구독 donate to subscribe 기능이 들어갔습니다(현재 잠시 보류 중이며 다른 경로를 찾을 예정입니다). 얼마 전, 어린 시절 편애한 잡지가 누가 봐도 베낀 게 분명한 구두를 올해의 신발로 선정한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어 좀 슬펐습니다. 이 잡지가 더 커진다고 해도, 그러한 일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느 정도 독립적인 시선을 꾸준히 오래 유지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커피 한 잔 가격으로 후원하는 기능은 그래서 소중하다고 느낍니다(아직 실적(?)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첫 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 중에는 색인 Index 기능을 넣을 겁니다. 사실 현재 보이진 않지만 ‘디렉토리 Directory‘라는 페이지를 만들어두었는데, 원고의 절대 수량이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기에 특정한 페이지 안에 각 기사에 들어간 인물이나 브랜드, 주요 키워드를 연결한 목차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태그 tag 기능과는 좀 다른 느낌이고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괜히 넣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요즘 저를 즐겁게 합니다. 누구도 모르는 일종의 자기만족입니다.

    웹사이트에 굳이 들어가서 글을 읽는다, 는 행위가 요즘 시대에 얼마나 귀찮은 일인 줄 잘 압니다. 하지만 기사와 글, 사진과 심상, 영상과 이야기를 쌓을 플랫폼 platform은 필요했습니다. 개인 블로그와 더 네이비 매거진은 어느 정도 엮여 있지만, 점차 분리되어 이곳은 사적인 공간으로 남을 것이고 ‘일’에 관한 부분은 점점 더 매거진을 향할 것입니다. 그런 사이, 여러 생각을 합니다. 그중에는 어떠한 사회적 위치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고 종종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을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친한 동료들의 엄청난 내년 작업을 들으며 타국으로 이미 향한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이 잡지를 정식으로 열기 전, ‘편협’하게 가자고 생각한 신조는 항상 중심에 두고 싶습니다. 온갖 대중을 휘어잡을 기술은 어쩐지 타고나지 않았습니다(가끔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속삭이듯 퍼지는 말투나 이야기에는 그나마 소질이 있나 싶습니다. 바깥에서 하는 돈을 버는 일도 물론 합니다만, 마음 깊은 속에서 우러난 ‘그런’ 것들을 삼십 대 중반의 끄트머리에 막 시작하여 이십 대 중반 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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