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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글 6

The Night Article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은 온라인 잡지를 표방하지만, 사람이 만듭니다. 기사로 하는 이야기들과 다른, 밤과 새벽의 생각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글들은 대체로 다음날 아침에 보면 지워버리고 싶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밤 Night” 메뉴는 비정기적으로, 매일 밤 자정부터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 나타납니다. 낮과는 조금 다른 밤의 생각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2017년 12월 24일, 일요일 Sun, December 24, 2017

    홀로 보내는 연말, 불현듯 찾아와도 정상인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겨를없이 쏟아지는 일 때문이었다. 가만있자. 일단 원고를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지난주부터 거의 전력을 쏟고 있는 다른 일 하나를 한다. 끊임없이 통화하고 피드백이 오고 간다.

    문득 인연에 관해 생각하였다. 올해 친해진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멀어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기분이 든다.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오래된 사이의 동생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제대로 나눈 대화라고는 그가 궁금한 일 관련의 이야기일 뿐이었고 그조차 수년 전이었다. ‘주어’ 없는 안부 문자의 관계들이란, 하고 생각하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관하여 글을 쓴 기분도 들지만, 사람들도 오늘 처음 연말 기분이 난다고 이야기 나누었다. 아슬아슬하게 (일단) 일을 마무리한 금요일 늦은 저녁, 조촐한 생일 축하 자리를 연 친구 생일에 가서야 사람들도 나도 연말이 되었노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 가로로 긴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고 떠들고, 마시고 먹었다. 새벽, 남은 사람들의 자리에서도 주제는 어쩐지 사람들이었다. 주로 듣는 편이었고 연료 냄새나지 않는 신기한 풍로 옆에 강아지들과 함께 조금 앉아 있었다. 라면과 설거지는 나의 담당이었다. 동갑내기 ‘생일자’를 빼면 가장 막내였던 모임의 마무리는 오랜만이었다.

    몸살 기운인가 싶을 정도로 몸이 뻐근하여, 낮에 팟캐스트 Podcast 녹음할 때부터 연신 전신 스트레칭하였건만 토요일 저녁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자고 보았다. 일어나니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한 시에 가까웠다. ‘그런’ 개념이 사라진 올해, 그나마 의미 부여한 관계 ‘부재’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반대로 친구 이야기처럼 사람들 사이에 더 파고들지 않게 되었을 때의 무신경한 기분이 더 위험하지 않은가, 잠시 생각하였다.

    1965년에 나온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 A Charlie Brown Christmas 음반과 디스트로이어 Destroyer포이즌 시즌 Poison Season을 차례로 듣는다. 차가운 커피로 먼저 목을 축이고 담배를 한 모금 빤 후, 위스키 온더록스에 커피와 꿀을 아주 조금 섞어 천천히 마실 것이다. 새벽에 일할 때.

    올해는 어쨌든 간다. 내년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더 만나보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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