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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VY Magazine x SFCS Article 10. Recollection

 

Text & Photography  Hong Sukwoo

    이번 연재 기사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셨다면, 글이 많고 길구나, 라고 느낀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확신한다. 종종 일부를 기록하고 일기로 남긴다. 1 남짓한 시간 동안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다시 편집하면서, 그때 느낀 감정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고 발췌하며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것이 책의후일담 recollection이다.

    먼저 차례 원고를 쓰고 계획만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 2018 2 8일에 글이 있다. 쪽의 글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스스로 운영하는 작은 매체 네이비 매거진 만들고, 일반적인 패션 잡지들이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젊은 패션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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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8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더 네이비 매거진이 함께 콘텐츠를 만듭니다. 한 번에 끝나는 단발성 작업이 아니라, 화보와 인터뷰, 공간 소개와 영상, 다큐멘터리 기반의 르포르타주 기사까지 약 반년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 네이비 매거진을 만들기 전, 진심으로 좋아하는 잡지와 신문이 어떠한 ‘지역 local‘ 현상과 인물들에 관하여, 한 번의 취재로 끝내지 않고 장기 취재하여 써 내려간 글과 사진에 매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매체를 거치며 – 일부는 편집장을 맡으며 –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형태의 기사는 언제나 마음속 버킷 리스트에 있었고 조금 다른 형태로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패션 fashion과 청년문화 youth culture의 상관관계를 생각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믹스 앤 매치, 현란하고 허무한 기법,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동작들…. 물론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생략한 이미지들이 우리가 사는 곳의 문화일까, 생각하면 종종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처음 만들고, 생산과 홍보와 제작과 재고 관리의 험난한 과정을 몸소 거치며, 하나씩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동시대 패션이란, 이제 막 패션과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업, 그 자체가 아닐까요. 

    거창한 무언가를 해나가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하여 하나씩 기사를 내보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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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5

(중략)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도 1년에 걸쳐서 콘텐츠를 만든다. 지금 속한 15기와 16기 디자이너부터 과거 이곳을 거쳐 간 디자이너들과 나눌 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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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7

    올해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의 10주년입니다. 이곳을 거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들이 아주 많이 생겼습니다. 저는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속하거나 속했던 디자이너들과 만나서, 총 열 개의 글을 쓸 예정이고, 그를 모아 한 권의 책을 펴낼 생각입니다. 첫 번째는 김제상과 박종주 디렉터가 만드는 ‘투빌더스하우스’입니다. 이 연재 시리즈는 더 네이비 매거진에 매달 하나씩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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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7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품평회를 취재하러 갑니다. 서울의 젊은 패션 브랜드를 후원하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2019년 2월부터 긴 르포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 취재하고, 단순히 겉에 드러나는 정보가 아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기사로 풀어내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았으나 직업적으로 – 패션 저널리스트 fashion journalist로서 – 중요한 일입니다. 그 작업을 올해 하고 있어서 몸과 마음은 종종 힘들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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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월 11

    오전 일찍 더 네이비 매거진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가 만들 다섯 번째 기사기획 회의를 했다. 오랜만에 홍성보 소장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추후 맡게 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련 전화를 드렸다. 그사이 동대문에서 창신동을 지나 왕십리까지 걸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이 적당히 끼고, 작은 리코 Ricoh GR III 대신 라이카 Leica M10을 손에 쥐고 낯선 동네 곳곳을 향하여 종종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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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월 27

(중략) 그리고 원고를 썼다. 곧 영상 및 사진과 공개할 어떤 기기에 관하여. 지금은 택시 안인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팝업 세일 오프닝에 가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일요일 낮에 간단히(?) 인터뷰할 디자이너 브랜드를 물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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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월 21

    약 5시간 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더 네이비 매거진이 함께 만드는 여섯 번째 기사 취재를 하러 간다. 서울에서 다양한 남성복과 여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모인 ‘대담’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의 인물 사진만을 자연스럽게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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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월 16

    오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FCS 기획 기사 회의, 그 사이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 촬영 준비로 분주하게 보냈다. 저녁의 숙면은 도연이 전화로 깼다. 다음 주에 가는 거 아니야? 여유를 가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수화기 너머 친구의 목소리에 횡설수설 기억나지 않는 말을 하고, 조금 각성하였다.

    그러나 문을 여니 바람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겁게 밀려오던 밤의 미지근하게 데워진 공기가 조금 선선해졌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은 항상 의식적으로 글로 남기려고 한다. 나중에 그때를 이따금 돌아보게 되면, 아, 작년에는 그랬다고 하며 떠올리는 순간을 좋아한다. 사실 이것은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아까 회의 때 불쑥 튀어나온 말 역시, 이제 조금 아침에는 가을 같아지는가 봐요, 였다. 

    내일은 (일 때문에) 밖을 조금 돌아다닐 것이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을 때 아, 이제 변하네 계절이, 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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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월 4

    이틀간 매달린 취재는 (일단) 끝났다. 새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에 나온 이야기, 사람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만드는 일곱 번째 기사. 이제 막 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켜보고 대화하며 남기고, 또 써 내려가는 것. 어제와 오늘, 몸은 힘들었지만 일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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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월 11

    오전에는 여러 정리를 하고, 점심부터 작정하고 더 네이비 매거진에 올릴 르메테크 원고만 썼다. 다른 원고보다 기사 분량을 대폭 줄인 대신 사진으로 이뤄진 관찰기를 만들고 싶었다. 거의 밤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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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월 24

    약간 졸린 기분으로 시작한 화요일. 할 일을 적어볼까.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더 네이비 매거진의 여덟 번째 기사 취재. 기사에 넣을 인터뷰가 앞뒤로 있다.

(중략) 오늘은 심사가 아니라, 취재하였다. 심사위원 자리 바깥에서 본 면접 대기실은 그야말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심사를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뵌 홍혜진 실장님과 최철용 교수님과 나눈 짧은 인터뷰가 좋았다(특히 혜진 실장님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2기를 수료하여서, 그들의 입장으로 본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제 오늘 느끼고. 담은 것을 (내일까지) 모아서, 좋은 기사를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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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월 27

    토요일 저녁부터 밤까지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르베흐미옹 Le Vermillon과 투빌더스하우스 김제상 실장님이 추천한 신진 남성복 브랜드 도스플뤼 Douce Pluie의 프레젠테이션을 보았다.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두 브랜드의 전시는 각각의 재미와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러한 부분을 포함하여 자기 길을 걷기로 한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다. 신사동, 홍대, 부암동, 문래동, 다시 철이와 일 얘기를 하러 연남동까지. 아, 물론 더배드저널 The Bad Journal에서는 위스키를 마셨다. 얼음과 함께, 좋아하는 아보카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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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월 20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에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SFCS와 총 열 개의 연재 기사를 썼다. 지금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적을 두고 있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1년을 취재하고, 기사와 사진으로 담은 작업이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내가 만드는 작은 잡지에서 분량 제한 없이, 쓰고 싶은 대로 원 없이 길고 긴 글을 쓰고, 직접 사진을 찍어서 채웠다.

    처음부터 이 작업은 출판물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방금, 출판물로 낼 편집본을 마무리하였다. 오탈자가 어김없이 튀어나오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장을 마친 기분이 들어서 글로 남기고 싶었다.

    한국, 아니 서울에도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있다. 이미 손을 내밀지 않아도 자생하는 브랜드도 많다. 물론 그들의 작업도 무척 좋아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그들의 옆에서 지켜볼 때 느끼는 어떤 에너지가 있다. 글 쓰고 사진 찍으면서, 그러한 면면이 느껴질 때 항상 자극을 받았다. 무수한 상업 작업으로 물론 돈을 벌지만, 적어도 직업명에 저널리스트 운운하면서, 이런 종류의 작업을 놓고 싶지는 않다.

    책은 원래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른의 사정(?)으로 비매품으로 남겨두기로 하였다. 몇백 부 정도 출판할 예정이다. 12월 초·중순이면 결과물을 손에 쥐게 된다. 산책 BOOKWALK도 몇 권 가져다 두고 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Microsoft Word 10포인트 기준, 총 열 개의 기사에 서문과 후일담을 합치니 총 114쪽, 24,107개 단어 분량의 기사가 되었다. 직접 취재하고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한 10년 넘게 해도 절대로 쉬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어떤 작업보다 큰 성취감과 보람이 있다. 여러 가지 일 중 글을 써서 내보내고 누군가 읽게 되는 행위가 꾸준히 이뤄진다는 데 감사하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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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일담이라더니 어째서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오는가, 불만을 토로할 분도 계실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하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정리하며 편집하던 기억에는 직접 사진을 찍고, 서울 곳곳을 디자이너들을 따라서 돌아다닌 기억이 맞물려 있었다. 그래서 어쩐지 이 책에 들어간 내용은 단순히 ‘일’이라기보다는 2019년의 삶과도 중첩되어 있다.

    원고를 모두 완성한 시점에 돌아보면, 보통 잡지나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기사 fashion article’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띠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녔고, 일부는 이제 막 자기 브랜드를 시작한 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느껴지는 어떠한 강렬한 에너지가 그사이에 숨 쉬고 있었다. 그들이 ‘그때’ 한 작업의 모음이 곧 2019년의 서울과 패션을 이야기하는 관점 혹은 시각 중 하나가 되었다고 믿는다. 

    남성복과 여성복, 장신구와 가죽 전문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서울의 다양한 패션 디자이너들의 지금을 이 책에 담았다. 직접 마주하고 나눈 대화 속 생생한 감정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한다.

홍석우 Hong Sukwoo,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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