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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VY Magazine x SFCS Article 06. The Designers Talks Vol. 2

 

Text & Photography  Hong Sukwoo

목차 INDEX

소개 Introduction

대화 The Designers Talks in Seoul — 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

— 5기 오유경, 스튜디오 오유경 Oh Yukyoung, Studio Ohyukyoung 

— 14기 이두성 / 워크워크 Lee Doosung, WorkWork 

— 16기 박상욱 / 에쏘피 Park Sangook, Esopie 

— 16기 박익제 / 이케 Park Ikje, Ike 

키워드 The Keywords

패션쇼, 패션위크

영감

협업, 크루

편집매장, 오프라인과 온라인

제너레이션, 청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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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Introduction

    지난 10년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SFCS 거친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있다. 그중 일부는 서울 패션의 상징이 되었고, 일부는 묵묵히 자기 작업을 이어가며, 배움을 마친 이제 브랜드를 만들고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한 브랜드가 있다.

    서울에 없는 패션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서, 현재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 디자이너들과 졸업한 디자이너들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지만, 패션 fashion이란 종종 무척 사적인 취향이 깃들어 있으며 오롯이 지역 local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오프라인 쇼룸 showroom 열거나 패션위크 fashion week 참여하고, 동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모하거나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길로 나가기도 한다. 

    지금까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몸담았던 명의 디자이너와 만났다. 구름이 제법 끼었다가 화창하게 7 중순 어느 일요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살림터 2층의 크레아 CREA에서 그들은 지금의 서울과 패션, 소셜 미디어와 홍보, 경계가 흐릿해지는 남성복과 여성복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담은 3시간 정도 진행했다. 가능한 모든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에 번에 걸쳐 기사를 올린다. 번째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 The Designers in Seoul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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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 Ikje of IKE, Park Sangook of ESOPIE, Lee Doosung of WORKWORK, Oh Yukyoung of STUDIO OHYUKYOUNG.

대화 The Designers Talks in Seoul 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

2019 7 21 일요일, DDP 살림터 2 크레아 CREA on DDP, Sun, July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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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KE Autumn/Winter 2019 Collection at Generation Next, Seoul Fashion Week.

06. 패션쇼, 패션위크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패션위크 fashion week에서 패션쇼 fashion show 선보이는 분들과 아닌 분들, 혹은 그럴 예정인 분들이 함께 계십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런웨이 컬렉션 runway collection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지금 시대에는 패션위크 무용론이 나오는 변해가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가령, 최근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통합하는 움직임도 있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분에게 패션쇼와 패션위크는 어떤 의미이며, 지금 시대에 이러한시스템 어떠한 점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혹은, 패션위크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홍석우 Hong Sukwoo, The NAVY Magazine

이케 IKE처럼 현재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도 있고, 모스카 MOSCA 역시 서울패션위크에 수년간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많은 이가 고급 기성복의 정점인 런웨이 무대를 보며 꿈을 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요즘은패션위크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요.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오유경 Oh Youkyung, Studio Ohyukyoung

    브랜드를 처음 만든 후,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Generation Next 프로그램으로) 세 번 런웨이 쇼에 나가고, 계속 컬렉션 무대에 서는 걸 규칙처럼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저도 그런 흐름에 따라서 진행했고요. 하지만 다양성 문제가 있어요. 예전에는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다면, 사실 (패션쇼가)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도 있거든요. 자기 브랜드의 색과 방향을 고려하기 전에 선택지가 서울 컬렉션 Seoul Collection밖에 없는 느낌? 떠밀려서 쇼를 하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반응이 무수히 많거나 재정 지원을 받아도 브랜드 수명을 단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환상 fantasy은 장점으로 봐요. 모든 사람에게 ‘판타지’를 줄 수 있잖아요. 시장이 좀 더 다양해지면, 서서히 자연스럽게 패션위크를 대체할 만한 프레젠테이션 presentation이나 여러 채널이 많아질 거로 생각해요.

작은 브랜드의 딜레마 하나가 옷을 만드는 외적인 부분에서 발생해요. 그중 하나가 홍보이죠. 프레젠테이션에 정성을 들이고 온라인 매장과 소셜 미디어를 꾸며도, 많은 사람에게 노출이 되어야지 실제 관객이 생기니까요. 인스타그램 광고를 띄워도 구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죠. 여러 브랜드가 모여서 협력한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어요.

이두성 Lee Doosung, WorkWork 

    패션쇼는 어쨌든 자기 것을 팔기 위한 건데, 신인 디자이너들이 염원해서 쇼를 했다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문을 닫는 친구들도 봤어요. 어떻게 보면 다행인 게 쇼를 하는 브랜드에서 잠깐 일하거나, 편집매장을 하는 주변 분들 덕분에 구매자 buyer로도 파리 Paris에 가서 쇼룸을 방문하거나 쇼를 보기도 했어요. 그게 환상이 아니라고 느꼈죠. 여러 남성복 쇼를 보면서, 예전에 느낀 감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건 얼마인지’를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쇼가 다는 아니구나, 일찍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에 참여해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는 같이 축구팀을 만든 패션 쪽 지인들과 티셔츠만 모아서 판매하는 이벤트를 쇼룸에서 열었어요. 편집매장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으니, 우리끼리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계속할 생각이에요. 주변 친구들부터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네요.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시기가 중국 시장이 커질 때와 맞물렸어요. 2014년 정도에는 현금을 주고 바로 사가는 경우도 있었죠. 외국 시장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홍콩 백화점에 큰 금액을 수주받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고 브랜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기본 자본금이 적으니까, 큰 수주를 받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거예요. 그 사이, 돈을 모아서 다시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은 굉장한 악순환이었어요. 결국 외국 구매자 시장은 나쁘지 않았지만, 힘들어서 정리했어요. 다시 국내에서만 조금씩 잘해서 팔자고 다짐한 와중에 인스타그램으로 외국 손님들이 구매하거나, 쇼룸이 어디인지 문의하기도 해요. 일종의 다른 가능성인데, 한국에도 ‘아예 길이 없지 않구나’ 싶었어요. 가장 중요한 콘텐츠, 그러니까 옷을 만들고 아카이브 archive 잘해서 단단해지는 것들. 그 정도 생각을 지금 해요.

박상욱 Park Sangook, Esopie

    처음에는 무조건 ‘쇼’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직접 옆에서 듣고 보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쇼를 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어요. 언젠가 하고 싶지만, 지금은 우선순위를 조금 뒤로 미뤘죠. 쇼를 하면 인지도가 많이 쌓이겠지만, 한정된 자원에서 균형을 찾다가 대중과 구매자 모두에게 외면받으면 다음 시즌을 진행할 없게 수도 있으니까요.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진 브랜드가 구매자에게 주문을 받는 경우가 아무래도 드문 편이니까요.

패션쇼는 꿈을 보여주기보단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기회여야 하니까요. 서울패션위크도 많이 발전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의 패션 유통 시장은 어떤가요? 너무 저렴한 옷들이 사실 점령하고 있어요.

    굉장히 안타까운 점이 있어요. 오프라인 편집매장이 너무 어려워요. 입점했던 매장 중에는 장사가 안돼서 접은 곳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2019년도 봄/여름 시즌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들과 상생하고 싶었어요. 10% 할인 쿠폰을 주고, 5%씩 나눠서 분담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보였어요. 온라인 매장들이 계속해서 쿠폰을 발행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옷을 사지만, 분명히 입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계속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니까요. 

박익제 Park Ikje, Ike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분기별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반짝이며 획기적인 콘텐츠로 무장한 협업 collaboration를 실행하는 많은 브랜드 보면 상당히 부러운 게 사실이에요. 순발력이 있으니까요. 때론 시샘도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트렌드와 상관없이 저에게는 전통적인 런웨이 방식이 맞는 듯해요. 비록 신선함을 주지는 않지만, ‘클래식 classic’이 주는 매력도 분명히 있어요. 이케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는 않은 브랜드라서 운영에 관한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예요. 이미 우수한 타 브랜드와 경쟁이라도 해보기 위해서는 본질에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 벌을 만들더라도 더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도 많은 시간을 쏟고 집중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1년에 두 번씩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느껴요. 언제나 베스트는 클래식이고, 클래식은 언제나 베스트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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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KWORK Project No. 001, VIVID DREAM Collection.

07. 영감컬렉션을 준비할 , 어떻게 시작하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컬렉션을 준비하시는 과정이 궁금해요. 어떻게 시작하는지,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Park Ikje, Ike

    항상 이케의 주제와 키워드는 여성, 그리고 신체입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여성을 기반에 두고 있어서 그에 맞는 철학을 만들고 있어요. 특히 포스트 모더니즘 postmodernism 예술과 철학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합니다. 그 안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죠. 딱히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고정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방식과 방법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이 방법이 좋아요. 새로 준비하는 시즌의 주제 또한 여자이고, 나의 욕망과 여성의 관능이 주제입니다.

Park Sangook, Esopie

    영국에서 작업하던 방식 그대로 계속 진행해요. 콘셉트를 잡고, 그에 맞춰서 조사 research하고, 다시 그 안에서 디자인을 개발하고, 옷을 쭉쭉 뽑은 다음 계속 가봉 작업과 패턴 수정을 병행하며, 최종적인 한 벌을 만드는 식이에요. 일반적인 예술과 디자인보다 개인적으로 관심 두는 네 가지 분야로부터 많은 동기 부여를 받습니다. 인종, 언어, 역사, 천체물리학이에요. 보통 인종을 세 가지로 나누잖아요. 황인, 백인, 흑인.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인데, 다 다르게 생겼고, 신체 능력도 달라진다는 점이 신기해요. 우리가 정말로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면 말이죠. 언어도 우리나라와 영어는 순서가 다르잖아요. 같은 사람인데, 언어도, 생긴 점도, 많은 게 다르다는 점이 신기한 거죠. 역사도 그런 맥락이에요. 극동 아시아 역사를 예로 들면, 힘 센 열강이 들어오면 상대를 정복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지워버렸어요. 유럽은 그렇지 않거든요. 영국과 프랑스가 싸워도, 한때는 영국이 우세하거나 반대의 경우라고 해도 상대를 역사에서 지워버리지는 않아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고요. 다 같은 인간인데 왜 다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을까. 천체물리학은 영국 유학 준비하던 시절,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다가 상대성 이론을 건드렸어요. 조사하다가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어요. 차원, 시간, 공간 왜곡 같은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관련한 영화도 많이 보고,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와 인셉션 Inception도 재밌게 봤어요. 졸업 컬렉션 주제도 ‘외계인’이었어요. 2019년도 봄/여름 컬렉션 주제는 ‘로켓 rocket’이었고요. 이처럼 개인적인 흥미와 관심에서 영감을 얻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되네요. 

Lee Doosung, WorkWork

    ‘일하는 사람들’ 사진을 많이 찍어요. 홈페이지에도 워커스 workers 메뉴가 따로 있어요. 일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계속 올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일상적인 모습을 좋아해요. 예전에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 경험에 입각한 걸 작업으로 풀어냈어요. 파리에서 유학하며 처음 집을 구하는데, 외국인에게 집을 쉽게 주지 않아서 두 달 동안 돌아다니며 어렵게 얻었어요. 그런 모습이 마치 노숙자 같기도 하고, 텐트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의 옷으로 이어졌어요. 2019년도 가을/겨울 컬렉션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보며 느끼는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해요. 동생이 테헤란로에서 일해서 아침 일찍 나가거든요. 그 새벽 공기와 정장 suit 입은 친구들의 모습이 멋져요. 그들이 쉴 때는 무얼 먹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회사원을 위한 수트가 주제이고, 이번 콘셉트는 동생이에요. 지금 한창 준비하고 있어요. 퇴근하고 축구 경기를 하러 오는 회사원처럼, 재밌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Oh Yukyoung, Studio Ohyukyoung

    이전에는 좀 더 자유롭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서 출발했어요. 만화에 관련된 것도 많이 디자인에 반영했죠. 브랜드를 바꾸고 컬렉션을 쉬고 나서는 화려한 게 아니라, 정말로 기본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요.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생각해요. 점, 선, 면을 연결하고, 다시 공간이 되고, 그런 걸 생각하죠. 최근에는 협업을 자주 하다 보니, 뭐든지 문자 text 먼저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단어가 명제가 되는 식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번 단순해요. 선, 아니면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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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IO OHYUKYOUNG archive — MOSCA Spring/Summer 2019 Presentation with OBJECT LABS Space and Product Design & IM JUNGJOO Object Art Work.

© STUDIO OHYUKYOUNG archive — Mosca ‘Point • Point • Point’ Autumn/Winter 2018 Collection.

08. 협업, 크루 — ‘크루 crew 하나의 상승효과를 내는 문화로 자리 잡고, 특히 젊은 층에 그런 감이 있습니다. 외부와 어떤 협업을 진행하셨고, 준비 중이신가요? 여러분에게크루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 있다면, 누구이며 어떤 식으로 함께 작업하나요?

방금 유경 실장님이 협업 이야기를 해주셔서, 현재 같이 진행하시는 작업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크루라는 현상에 관한 생각도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Oh Yukyoung, Studio Ohyukyoung

    좀 특이하게도 처음 브랜드를 선보일 때, 그래픽 디자이너와 스튜디오를 함께 썼어요. 그러면서 삽화가 illustrator 김아람이나 그래픽 스튜디오 myck와도 협업하고, 인디 밴드와 함께 영화도 만든 적이 있어요. 은근히 협업을 많이 했네요. 그런데 티가 많이 나지 않았어요. 보여줄 기회도 적었고, 쇼를 하다 보니 그에 묻힌 것도 사실이에요. 최근에는 제 나름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같이 하는 협업들이 빛나게 되었다고 할까요. 좀 더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는 듯해요. 같은 패션 분야와 협업할 수도 있지만, 디자인 씬 scene에 있는 분들 중 방향성이나 분위기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뭔가 같이 만들고 있거든요. 패션 상품과 비 패션 제품, 영상과 룩북까지요. 그러다 보니 상승효과가 나지 않을까 해요. 룩북 lookbook은 (독립 출판물 전시와 마켓인)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의 포스터를 만드는 박선경과 협업하고, 사진은 스튜디오 친구들이 찍고, 가방은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최정유와 같이 디자인했어요. 행거와 옷걸이도 전부 그 시즌에 맞게끔 제작해서 만들어요. 전시와 판매도 하고요.

소량으로 제작하는 건가요?

    물론 대량으로 만들어야 나오는 기술 skill도 있지만, 모두 독립 디자이너들이잖아요. 저희가 옷을 한 장씩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그분들도 한 장씩 만들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 범위 안에서 우리끼리 뭉쳐서 하나의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면, 그걸 보러 (사람들이) 와주세요. 최근에는 나무를 다루는 오브젝트 디자이너 object designer 임정주 작가님과 작업했는데, 역으로 그분 전시회 때 패브릭 아트워크 개념으로 발을 만들어서 걸기도 했어요. 

협업의 결과물이 반드시 옷이 아닌 경우도 있군요.

    가장 최근의 협업은 룩북이에요. 모델과 옷이 들어간 사진을 넣을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결국 넣지 않았어요. 2019년도 봄/여름 시즌은 ‘셰이드 프롬 오브젝트 shade from object’라고 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오브젝트를 만들고, 그것들의 그림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행거도 굉장히 두껍고 각이 지도록 만들었어요. 거기에 옷을 세우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단추도 다 개발했죠. 대신 한두 착장만 만들어요. 어떤 때는 소재를 짜기도 해요. 

기존에 있는 단추 위에 로고를 새기는 방식이 아니라, 단추 자체를 만드셨다는 거죠? 

    맞아요. 저희가 만든 룩북을 사러 오는 분들도 계셔서, 요즘에는 아예 룩북이 아닌 글로 이뤄진 책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작가님들에게 글을 받거나, 저희의 글을 쓸지 고민하고 있어요. 패션을 하기는 하는데, 패션에 기반을 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는 셈이지요. 요즘은 협업에 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서, 다양한 분야가 허물어지고 있어요. 우리 영역을 어떤 식으로 확대하고, 확장할 것인지 생각도 많이 하고, 시대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Lee Doosung, WorkWork

    패션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만드는 데 협업이란 영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과 처음 작업을 같이 시작했어요.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가 워크워크 WORKWORK 로고를 만들어주고,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해주는 식으로 작업하는 게 좋았어요. 혼자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크루’이고, 지금도 같이 이야기하며 진행해요. 요즘은 주변의 젊은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그들이 필요한 것들, 그 안에서 내가 모르는 직업과 얻을 수 있는 것을 연구해요. 그리고 MMC라고, ‘물망초’라는 이름의 축구팀을 만들었어요. 디자이너부터 다양한 분들이 속해 있고요. 디자이너들끼리 만나면 힘든 이야기를 하니까, 그냥 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축구를 하자고 모았어요. 혼자서 잘할 수 있는 것보다 함께 커가는 게 더 좋잖아요.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요.  

    이 시간이 굉장히 재밌는 게,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나가니까 이제 (새로운 사람들을) 못 보는 거에요. 알던 디자이너들만 계속 보니까요. 

Park Sangook, Esopie

    아직 에쏘피 ESOPIE로 협업해본 적은 없어요. 신진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을 수박에 없으니까요. 상승효과 차원으로 협업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있어요. 브랜드마다 로고가 있잖아요. 지금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있는 브랜드 로고들을 티셔츠 안에 담아서, 일회성에 그치더라도 해보면 어떨까. 여름에 접근하기 쉬운 아이템으로 ‘윈윈’하는 차원에서 말이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보고 티셔츠를 사기는 어려우니까,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인 거죠. 

마치 음악 축제 포스터가 떠오르네요. 각각의 밴드가 로고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Park Ikje, Ike

    저도 계획 중인 것은 없어요. 이전에 제의는 몇 번 받았지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원단 회사에서 샘플 디자인을 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잘 모르는 일이라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을 ‘크루’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아주 운 좋게도 훌륭한 분들과 작업해왔어요. 처음 브랜드를 선보일 때부터 같이 한 봉제 선생님은 40년 넘은 경력과 10년 넘게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 샘플을 담당하셨어요. 그리고 새로운 패턴 선생님과 합을 맞추는 과정에 있고, 훌륭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2020년도 봄/여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담인데, 친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에 놀러 적이 있어요. 새벽 시쯤, 이제 힘들어서 가려는데 어떤 중년 남성이 그곳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근처 주민이 항의하러 올라가는 알고 관계자에게 얘기했더니, 그분이 브랜드의 봉제 선생님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뭔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봉제 선생님들이 이제 막 아프세요. 나이도 많이 드셨고요. 벌써 칠순 잔치에 다녀왔어요. 

밑에 계신 분들이 이어받지 않는 경우가 많겠죠.

    그런 분들도 있고, 다행히 2세들이 잇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에 스튜디오 오유경 STUDIO OHYUKYOUNG에서 테일러링 기반의 옷에 들어가는 단춧구멍을 만들었거든요. 그걸 적용하여 옷을 만들 수 있는 샘플 선생님은 계시는데, 공장에서 진행하기는 힘든 거예요. 수량도 수량이지만, 기술자분들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껴요.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조금 다른 질문인데, 다들 옷은 한국과 서울에서 만드시나요? 메이드 코리아 Made in Korea 장단점이 있을 듯합니다. 보통 QC라고 하는 품질 관리 quality control 측면에서 편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문가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나 원가와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지금의 대량 생산 시장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그런데 한국은 전통적인 제조 국가였잖아요. 그러다 서서히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현재 제조하는 분들이 ‘생산성’만 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디자인 개발 design development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분들은 그만큼 적죠. 디자인과 봉제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 줄어들기도 하고, 가끔은 넘어야 할 산이 돼요. 일일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힘든 거예요.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너무 고민하고 있어요. (브랜드 이름을) ‘스튜디오’로 바꾼 것도, 그런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의지가 들어 있어요. 젊지만 봉제나 패턴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두기도 하고, 우리 안에서 실험해보고 있거든요. 그래도 한계가 있기는 해요. 그것들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원래는 신사동에서 샘플을 만들고, 종이 패턴을 뜨는 분들에게 받아서 치수와 수정을 맡기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최근에 젊은 친구들이 하는 스튜디오와 협업했어요. 예전부터 인터넷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이 참 젊더군요. 3D 프로그램으로 작업도 하고, 여러 작업에서요. 패턴사 등의 직업에서 그런 친구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하는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어떻게 브랜딩해서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경우를 보게 돼요. 지금 협업하는 팀의 홈페이지와 로고 디자인을 해주거나, 유니폼을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작업하고 나서 보니까 그런 스튜디오가 생각보다 많은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선생님들과 샘플 작업을 함께 하는 식으로요. 그들이 열심히, 새롭게 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있는 건 사실인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나 품질과 간극이 있거든요. 단기간에 배운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잖아요. 사실 이 문제는 업계나 사회 전체가 고심해야 할 문제인데,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해요. 보통은 마케팅을 비롯한 패션 관련 직종을 선망하니까요. 젊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런 문제를 한 번 진지하게 다뤄볼 필요가 있어요. 멋진 이미지를 관리하고,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보면서 ‘큐레이션 curation’ 자체가 패션의 목적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생산은 많이 부담돼요. 몇 장을 생산하든지, 얼만큼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만큼 돈을 들여서 생산하는 것이 말이죠. 아마도 익제 실장님도 비슷한 생각이실 텐데, 처음 시작하는 인지도 없는 브랜드가 크게 생산량을 잡는 게 현명한 처사는 아니라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가고 싶거든요. 공장에 어느 정도 수량을 얘기하면, 대부분 못 한다고 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기회가 없어지는 거죠. 디자인이 조금 복잡해지면 생산비가 오르고, 결국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져요. 가격은 비싼데 디자인 측면에서 H&M이나 유니클로 UNIQLO와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죠. 홍보는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생산은 가장 현실적이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저희 브랜드가 아직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품질 관리 문제도 있고, 원하는 걸 다 만들 수 있는 봉제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찾기도 어려워요. 원하는 수준으로 만드는 샘플실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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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OPIE Spring/Summer 2019 Collection.

09. 편집매장, 오프라인과 온라인 —‘오프라인 offline 매장 점점 , 세계적으로도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온라인 online 오프라인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거래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하여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다른 자리에서 편집매장 이야기를 하다가, 오프라인 매장들이 힘을 잃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바니스 뉴욕 Barney’s New York 파산 소식도 전해졌지요. 반대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은 여전히 성장할 기회가 많아 보여요. 패션 브랜드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장단점이나 한계 등을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Oh Yukyoung, Studio Ohyukyoung

    저희는 입점했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전부 뺐어요. 과감한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과거에는 다녀보지 않은 백화점 팝업 매장 pop-up store이 없을 정도였고,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도 실시간으로 경험했어요. 그런데 의지하고, 의존하게 되는 점은 어쩔 수 없었어요. 자사 웹사이트와 플랫폼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알아보고 싶었어요. 컬렉션을 그만하기로 하고 부담이 줄면서, 한 곳을 빼봤어요.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아서 다음 온라인 매장을 빼고, 다시 빼는 식으로 주요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철수했어요. 아직은 잘 버티고 있는데, 언제 다시 들어갈지는 몰라요. 어딘가 좋은 매장이 생기고 입점하면 좋죠. 그런데 지금은 오프라인이 죽어 가고 온라인이 커지면서, 오히려 본인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유통사에 기대는 꼴이 돼요. 그쪽에서 흥미롭지 않은 카드가 되면, 고객들이 살 기회도 사라지고, 한순간에 매출이 떨어지거나 재미없는 브랜드가 되는 느낌이 생겨요. 그래서 칼을 빼 들었던 거죠. 지금은 자사몰 studioohyukyoung.com과 사무실 한쪽에 행거를 놓고 판매해요.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해보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힘을 빌리는 방향이 역설적으로 브랜드 자생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겠네요. 반대로 주요 전자상거래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도, 힘이 주는 부분이 크고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실장님이 가방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오게 되었는데, 여름 한철 들기 쉬운 가방이라는 주제였어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유투브의 힘이 대단해요.

    정말로 우리의 자립성을 기르고, 뭔가 단단하게 해야 해요.

Lee Doosung, WorkWork

    브랜드를 시작하며 편집매장에 많이 입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로우 클래식 Low Classic 대표님 얘기도 많이 들었고, 자기 브랜드 범위를 잘 확립한 브랜드가 더 단단하게 커가더라고요. 그래서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나오며 쇼룸을 구할 때도 고민을 아주 많이 했는데, 결국 우리만의 공간을 가져보자고 결론 내렸어요. 그래서 한남동에 쇼룸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공간에서 만나거나 이야기도 자주 해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할 수도 있고, 우리 것을 보여줄 수도 있어요. 공사장에서 많이 쓰는 도구와 물건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꾸며보자, 하는 식으로요. 물론 인플루언서 influencer도 무시할 수 없어요. 오프라인 행사에 유명한 분이 잠깐 왔는데, 그 옷이 바로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편집매장이 있다는 게 저에게는 참 좋은 점이에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편집매장에 기대하는 부분 중에는 물론 판매가 있지만, 어떤 매장에 들어가 있는지 알릴 수도 있고, 그 매장이 지닌 힘으로 홍보가 되는 측면도 있어요. 아이엠샵 IAMSHOP처럼요. 한 번은 교토에서 스타더스트 Star Dust라는 매장 겸 카페에 갔는데, 자신들의 감성에 맞는 도자기와 물건을 함께 파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오프라인 매장들도 점점 그렇게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Park Sangook, Esopie

    항상 오프라인 매장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같이 가고 싶어요. 그런데 매출은 온라인에서 발생해요. 오프라인 매장 대표님들이 느끼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10분의 1 정도는 느낀다고 생각해요. 함께 크는 구조가 되면 좋겠어요. 좀 낡은 쇼핑 접근 방식일 수 있지만, 사람이 무언가 살 때, 직접 입어보고 옷에 관한 특징과 이야기를 점원과 나누고 누리는 것을 올바른 소비로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이 점점 더 조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안타까워요. 오프라인 매장과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현역 디자이너와 개인 매장 수준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에요. 좀 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프라인 매장이 생기면 그에 따른 운영 비용이 드니 온라인보다 비싸게 파는 게 맞는데, 사람들이 그런 점을 인지하지 않으니까, 안타깝죠.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방법 하나로 콘텐츠 만드는 이야기하면, 딜레마가 있습니다. 인력을 축소하게 되면,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기니까요.

Park Ikje, Ike

    이케는 아직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 있지 않아요. 2019년도 가을/겨울 컬렉션은 수주회만 참여했고, 2020년도 봄/여름 컬렉션을 기점으로 생산이 쉬운 제품을 바탕으로 조금씩 온라인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더 힘이 떨어지는 현상은 시대 흐름이 아닌가 해요. 누구도 거스를 수 없죠. 그와 상관없이 쇼룸 비즈니스를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해요. 온라인 플랫폼과 쇼룸 비즈니스로 이원화하는 필요성도 느껴요.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찾고, 개척하는 욕구보다 설득력 있고 품질로 승부를 겨루는 옷을 만드는 집중하고 있어요. 아주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면, 분명히 편집매장이나 구매자가 찾아줄 거로 믿어요. 다만 아직 외국 진출 계획은 없어요. 추후 비즈니스 노하우를 쌓고, 어느 정도 브랜드가 시스템을 갖추고 성숙해지면, 그때 계획을 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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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너레이션, 청년문화수많은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이제는젠지 GenZ까지 왔습니다. 앞으로의 세대를 칭할 명칭과 구분도 생기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생이 앞으로 패션계의 주요한 창작자이자 소비자가 것입니다. 그들과 그들의 청년문화 youth culture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패션이 어떤 문화보다 빨리 변하는 이유는 다양한 세대와 연령을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안에는 항상젊음 말하는 트렌드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와 청년문화의 주체들은 소비자이면서 창작자 역할을 동시에 실행합니다. 마치 <고등 래퍼>처럼, 이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서 노래를 만들고 스타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 관해 디자이너로서의 생각과 브랜드의 접근이 궁금합니다. 

Oh Yukyoung, Studio Ohyukyoung

    일단은 (그들을)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거예요. 반대쪽의 간극이 엄청날 수도 있고요. 가장 기본적이고 토대가 되는 걸 잘 쌓고, 만들고, 보여주는 것 외에는 딱히 없을 듯해요. 더욱더 디자인의 기본으로 아이디어를 잡거나 고민하는 식으로요. 제가 한참 젊었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이 친구들이 주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기본, 즉 베이직 basic이라는 것과 고전, 클래식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했어요. 안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덤덤하게, 꾸준히 해나가는 거죠. 엄청나게 소통을 하기 위해서 뭔가 한다기보다는요.  

Lee Doosung, WorkWork

    워크워크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일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또래에서 디자이너 선생님 밑에서 일했던 친구중에는 무급으로 일했거나, 지금도 그런 분들이 많아요. 결국 그런 것을 바꾸고자 하는 거로 생각해요. 시급을 올리는 문제도 있겠죠. 젊은 세대가 우리보다 당연히 더 좋다는 게 아니라, 우리와 다른 게 무엇이고,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겠죠. 한 번은 강연을 나갔는데, 20대 초반 친구들이 엠씨더맥스 MC The Max 노래를 듣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냉면집이 있는데, 거기도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와요. 결국 좋은 건 계속 좋구나, 싶어요. 좋은 게 있으면, 나이를 먹었든지 아니든지 좋아하는 거죠. 그런 문화를 만드는 작업의 하나를 우리가 만들자고 생각해요. 그게 청년문화, 유스 컬처가 될 수도 있어요. 

Park Sangook, Esopie

    이 질문을 듣기 전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것 때문에 지금 세대의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팝업 매장 등으로 고객들과 만날 때, 어떻게 보면 제가 어렸을 때보다 더 건강한 생각과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요즘 친구들은 브랜드의네임 밸류 name value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소위 ‘메이커’가 아니면 입지 않았거든요. 그런 데서 긍정적인 기운을 느껴요. 어린 소비계층은 아무래도 구매력이 낮으니까, 어쩔 수 없이 저희 고객으로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기도 해요. 

Park Ikje, Ike

    지금 패션계에 가장 큰 화두가 아닐까요. 작업하면서 이런 부분을 항상 먼저 찾는 편이에요. 스타일리스트를 구하거나, 콘텐츠를 만들면서 활동하는 사람을 찾고, 같이 뭔가 해보자는 식으로요. 

진짜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남은 2019년의 계획을 들으면서,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거예요. 브랜드를 전개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뛰어 넘고, 2020년도 봄/여름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에쏘피의 비즈니스 모델은 B2B를 전제로 결론 내렸거든요. 그에 맞추려면 시즌을 앞당겨야 하니, 건너뛰고 준비하는 거죠. 그리고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시스템을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선주문 pre-order를 받는 방식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그 작업을 마치면, 다시 다음 가을/겨울 제품을 준비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분과 B2B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 정도에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올해 워크워크의 키워드가 ‘대중 침투’였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레스토랑이나 카페와 같이 작업하려고 하고, 티셔츠를 만든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올해는 계속 대중 침투를 목표로 판매와 그 외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에요. 

    2019년도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데, 직물의 감촉과 질감, 그러니까 텍스처 texture를 주제로 잡고 있어요. 이번에는 니트 knit만 한 가지를 만들어서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에요. 브랜드로서도 대단히 큰 도전이거든요. 그리고 업사이클링 브랜드 레코드 RE;CODE와 협업도 있어요. ‘누빔’을 주제로 잡고, 분해한 것들을 녹여서 만든 조각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걸 엮어 내는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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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준비하고 키워드를 정하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했다. 처음 시작할 때도 말했지만, 이미 브랜드로서 다양한 경험을 이부터 이제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한 이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만드는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 관한 시리즈는 결국 지금 지역의 패션과 디자이너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하는 작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다른 취향과 철학, 브랜드의 개성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지금도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다. 그들 일부를 기록으로 남기고, 과정에 동참하는 . 소비자와 창작자로서, 혹은 동료나 그저 관찰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들의 지금을 들을 때마다 부정적인 시각보다 긍정에 충만한 기운이 든다. 우리가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조금씩 모아서 보내면, 결과적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패션과 옷을 있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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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VY Magazine x SFCS Article 06. The Designers Talks Vol. 1
2019-09-10
The NAVY Magazine x SFCS Article 07. Two Days in Seoul with LEMETE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