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

카테고리

A Few Fashion Questions

클래식 수트 그리고 셰인 올리버의 헬무트 랑.

 

Text  Hong Sukwoo

Image Courtesy of Helmut Lang

더 이상 한국에서 클래식에 심취한 젊은이들을 찾을 수 없다. 클래식 수트의 시대는 끝난 걸까?

    소위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highend streetwear’가 유행하기 시작한 몇 년간, 수없이 늘어난 후디와 운동복 바지, 스니커즈와 반대로 몸에 꼭 맞는 수트 차림의 남성들은 줄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서울에 온 어느 록 밴드의 스타일리스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뉴욕은 지금 다들 ‘전통적인 옷’을 입기 시작했어.” 돌아보면, 당시는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즈 Band of Outsiders부터 톰 브라운 Thom Browne을 위시한 미국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당대 젊은이들을 위한 수트와 옥스퍼드 셔츠를 지었다. 편집매장들이 피렌체와 런던의 유서 깊은 수트 메이커를 소개하고, 구두를 고르고, 심지어 수선하고 관리하는 문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었다.

    고수한 전통을 지금 시대에 맞춰 입는다는 표어는 유행의 격한 변화에 휩쓸렸을까? 화려한 색상과 로고, 그리고 한정판 스니커즈 붐과 함께 온 스트리트웨어의 득세로 거짓말처럼 수트 차림의 젊은이들이 사라졌다. 곳곳에 오르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보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행하는 맞춤 수트 문화에 편승한 이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수많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가 더 편한 캐주얼웨어를 소개한다고 해서, 과연 그 문화 자체가 사그라든 것일까? 여전히 수트를 매일 입는 사람들은 셔츠와 테일러드 재킷을 맞추고, 응당한 가치를 낸다. 다만, 워크웨어와 헌팅 재킷과 오래된 청바지들이 비슷하게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거나 스트리트웨어의 범주 안에 편입한 것처럼, 그 ‘유행’을 즐겼던 사람들에게서는 확실히 멀어졌다.

© Helmut Lang Re-Edition Collection, Autumn/Winter 2018. Images Courtesy of Helmut Lang.

셰인 올리버가 선보인 첫 번째 헬무트 랑, 과격하고 다소 난해한 이 감성이 한국에 잘 먹힐까?

    2017년 봄, 헬무트 랑 Helmut Lang이 브랜드를 전면 재단장하고 그 후드바이에어 Hood by Air의 셰인 올리버 Shayne Oliver가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거 헬무트 랑 본인이 브랜드를 이끌던 시절과 디자인과 가격대 모두 슬플 만큼 변모한 자취를 떠올리며, 전위적인 스트리트웨어를 컬렉션에 올리는 뉴욕 디자이너의 행보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셰인 올리버의 헬무트 랑은 제법 훌륭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헬무트 랑이 스트리트웨어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셰인 올리버는 자신의 첫 컬렉션에 ‘리에디션 Re-Editio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헬무트 랑이 과거에 이룩한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길을 택했다. 뉴욕에서 열린 컬렉션 런웨이에 오른 옷들은 펑크의 본디지와 헬무트 랑이 편애한 군복의 요소를 과격하게 섞었지만, 실제 매장에서 보면 그보다 차분한 데일리웨어로 눈에 들었다. 특히 손목을 접어 올린 데님 트러커 재킷이나 ‘COWBOY’ 프린트를 넣은 반소매 티셔츠,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가 입어 화제가 된 후드 파카는 이미 옷장에 있는 평범한 옷들과도 특별히 모나지 않은 몇 벌이었다.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GQ Korea, 2018.

Follow on Facebook & instagram.

Comments

2018-05-31
Radio BSNN Episode 134 — 더블 러버스, 장석종
2018-09-13
미니멀리즘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