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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짧은 감상

Burning, a film by Lee Chang dong.

 

Text  Hong Sukwoo

Image Courtesy of Fine House Film Co.,LTD

    엠바고가 풀린 후 몇 가지 감상 포인트를 올린다. 영화 자체에 관한 내용은 되도록 쓰지 않았지만, 혹시 이 글을 보는 분 중 내용을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볼 분이라면, 고이 발길을 돌리시길.

© 버닝 Burning. 감독 이창동 Lee Chang dong, 주연 유아인 Yoo Ahin, 스티븐 연 Steven Yeon, 전종서 Jeon Jongseo, 2018.

    무라카미 하루키 Murakami Haruki·村上春樹헛간을 태우다는 보지 않았으나, 작가의 소설이 지닌 ‘모호함’은 극을 이끌어가는 커다란 동력이다.

    종수(유아인)는 마음속에 품은 감정을 억누르는 청년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작 몇 번의 장면에 등장하지만, 종수의 행동을 은유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벤’이 어떨까 궁금했다. 교포 3세 정도 되는 캐릭터의 한국어 연기는 탁월하였다.
    어떤 영화를 볼 때, 휘몰아치듯이 빨려드는 인물에 몰입하게 된다면 그 영화는 적어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영화다.

    버닝 Burning은 조금 다르다. 연기는 훌륭하지만, 영화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듯한 요소, 장면, 작은 소품까지 신경 쓰이게 한다.
    말하자면 영화 자체로서, 화면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요소를 꼼꼼히 관찰하고, 뜯어볼수록 즐기게 되는 영화다(즐긴다는 표현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은 물론 화면의 왼쪽 끄트머리에서 오른쪽 끄트머리까지 세심하게 구성하였다고나 할까.
    ‘아름다운’ 장면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다소 ‘우연’과 맞물리는 지점일까, 생각하며 감상해도 좋겠다.

    두 시간 반짜리 상영 시간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1시간 반 정도로 느껴질 만큼 몰입감이 상당했다.
    종수의 시선으로 영화를 따라가면, 관객이 마주하는 몇 가지 상황이 단서가 되어 끊임없이 ‘진실’이 무엇인가, 그의 시선과 감정으로 따라다니게 된다.
    몇 가지 단서들은 영화 초반부터 아무렇지 않게 보이기도 하며, 극이 진행하면서 자꾸 그 흔적을 복기하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스터리를 극 중 내포한 작품은 우리가 흔히 이 단어로 포장한 영화에서 기대한 짜릿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종수가 흐릿하고 안개 낀 어딘가를 내달리는 예고편과 공식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는, 오롯이 관객 몫으로 남는다.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해미를 연기한 전종서는 생각보다 더 안정되어 있었다.
    영화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해미의 독무대와 다름없다.
    사소한 몸짓, 말투, 오므리는 입 모양까지 생각한 듯한 유아인은 이 영화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아주 중요한 작품으로 추가할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생각한 요즘 젊은이들의 묘사를 보며, 어쩐지 각본가와 연출한 감독은 물론(이창동 감독은 두 명의 공동 각본가 중 한 명이다), 배우들의 생각 또한 꽤 반영하지 않았나 추측하였다.

    어떤 영화를 보고 나면 여운이 남는다.
    저명한 평론가들의 해석에 기대지 않고, 주변에 함께 영화를 본 누군가와 그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는 그런 감정이 충만해지는 영화가 있다.
    버닝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 거친 면모에 아름답고 불가사의한 인물들, 그리고 장면들의 조화를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번갈아 보여준다.
    제목은 영화에 등장하는 어떠한 사건의 행위이자, 또 다른 은유로 읽힌다.

    결말에 도달하여 스태프 롤이 올라가는 시점이 되면, 마지막 장면과 그 이전 장면의 배치가 사람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길 것이다.
    호불호는 다소 있겠으나, 이창동 감독은 내리 보고 다시 생각이 나서 마음에 남아 있는 영화로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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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5-14
프라다의 메신저 백
2018-05-22
카고 — 좀비, 황무지,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