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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Control to Major Tom

David Bowie, Space Oddity.

 

Text  Hong Sukwoo

Image Courtesy of Mercury Records

© David Bowie, David Bowie Remastered Version, 2015.

    얼마 전 MBC 파업 사태가 끝난 후 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팟캐스트 재방송에 노래가 한 곡 나왔다. ‘여기는 관제소, 톰 소령에게 Ground Control to Major Tom’라는 후렴구가 떠나지 않는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의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였다. 우주비행사 톰 소령과 지구의 관제탑 교신 내용을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곡이다. 정극 연기에도 해학이 배어 나오는 벤 스틸러 Ben Stiller 주연·감독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 이 노래가 나온다. 월터가 용기를 내며 헬리콥터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위그 Kristen Wiig가 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한다(월터의 상상이지만). 망상 속에서만 어딘가로 떠나던 월터처럼,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평소 갈 일 없던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가끔 영화란 가사가 오래 맴도는 노래와 닮았다. 어떤 영화들은 남의 일처럼 동떨어진 채로 볼 수 없다. 극적으로 포장한 월터의 여정이 내 삶과 비슷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세세한 장면 장면에 나타난 감정이 마음에 겹쳐 들어와 몇 번 찔끔 눈물이 났다. 닷컴 시대를 지나며 결국 사라진 종이 잡지 라이프 LIFE에 무엇이든 쉽게 잊고 마는 요즘 시대가 겹쳐 보여서 더 짠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둘러싼 변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에 하필 ‘삶’이란 이름의 잡지가 있었다는 점은, 복잡한 예술영화에 비교할 수 없을지언정 명쾌하고 충만한 주제였다.

    스태프 자막도 마지막에 도달할 무렵, 수년 전 기내에서는 보지 못한 오로라 풍경이 천천히 스크린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채도가 낮은 영화관 건물 바깥에는 언제 미세먼지가 있었냐는 듯 아스팔트 바닥 틈새를 물들이는 햇볕이 내리쬐었다. ‘스페이스 오디티’ 오리지널 버전이 수록된 David Bowie 음반을 들으며 여운을 곱씹었다. 눈에 띄게 사람이 적은 종로3가와 을지로, 충무로 골목을 거쳐 명동과 덕수궁을 지나 광화문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떨어졌다. 생각보다 괜찮은 2017년 마지막 날 오후였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Cine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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