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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만즈의 1994년

1991-1994 – Singles & More.

 

Text  Hong Sukwoo

Image Courtesy of Fishmans

© 피쉬만즈 Fishmans, 1991-1994 – Singles & More, 1999.

    음악은 패션과 비슷하다. 고작 몇 년 지나면, 제법 과거처럼 느껴진다. ‘마감인간’ 필진인 배순탁 작가님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한 얘기가 떠올랐다.예전에는 음악을 어떤 흐름대로 들었다면,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꽂히는 대로 골라 듣는다고.

    며칠 전 오래 안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 합석하였다. 경이로울 정도로 벚꽃이 만개한4월 초순, 수없이 경험한 계절을 한 살 더 먹은 기분으로 마주한 탓일까? 그들의 유학 시절 얘기를 듣다가, 교집합 같은 이름이 나왔다. 10년도 더 된 과거 몇 년간 열성적으로 참여한 블록 파티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파티의 첫 번째 개최지는 서교동 지하 ‘공중 캠프’였다. 작고 조용했으나 종종 공연과 함께 시끌벅적했던 공중 캠프는 일본 덥 밴드 피쉬만즈 Fishmans가 발표한1996년 음반 제목에서 따왔다. 이 밴드 팬들에게 성지와 다름없는 장소였다.

    1991-1994 – Singles & More는 피쉬만즈가1991년부터1994년까지 발매한 싱글을 모은 편집 음반이다. 1987년 결성 이래, 피쉬만즈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사토 신지 佐藤伸治를 주축으로 몇 번의 멤버 교체가 있었다. 덥 스탭, 앰비언트,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을 듬뿍 받은 멜로디에 사토 신지가 쓴 가사는 경쾌하면서 허무했다.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나긋나긋 읊으면서도 엉뚱한 은유에 공감하고는 했다. 이 음반에서 버릴 곡은 하나도 없지만, ‘비행기 ひこうき’, ‘이카레타 베이비 いかれたBaby’, ‘멜로디 Melody’를 특히 좋아했다.

    피쉬만즈의 공식적인 활동은 1999년, 인플루엔자로 사토 신지가 사망하면서 끝이 났다. 2000년대 초반 공중 캠프 음반을 듣고, 같은 이름의 카페 겸 바에서 파티를 열고, 시부야 음반 가게에서 베스트 음반을 사고 CD 플레이어로 듣던 시절은 지났다. 그래도 음악만큼은 남았다. 피쉬만즈의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어슴푸레한 기억이 좋았다. 그들의 전성기는 벚꽃처럼 사라졌지만, 듣는 이가 존재하면 언제 어디서나 살아있다. 단순하고 위대한 음악의 명제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Cine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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