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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더스, 반항과 순수

grds Autumn/Winter 2017, Resistant & Innocent.

 

Text  Hong Sukwoo

Film  lwa, grds

© grds Autumn/Winter 2017 ‘Resistant & Innocent’ film short/long version. Collaborated with lwa. Images courtesy of grds.

    모닥불 앞, 남자가 있다. 숲, 침낭 같은 패딩 점퍼를 입은 여자가 깨어난다. 카메라는 조용히, 천천히 둘의 움직임을 따른다. 흰 티셔츠와 붉은 바지, 비슷한 옷을 입은 둘은 같은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교차하며, 걷거나 돌무더기를 헤쳐간다. 물에 젖은 바지 사이 슬쩍 오래 신은 듯한 미드탑 스니커즈 mid top sneakers가 드러난다. 새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 물, 자연 그대로의 소리뿐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2분 30초 남짓한 영상은 끝이 난다.

    스니커즈 브랜드 그라더스 grds가 2017년도 가을/겨울 Autumn/Winter 2017 단편 영상 short film을 공개했다. 단편영화와 드로잉 작업 등 패션 영상 fashion film과는 다소 거리를 두었던 이와 Iwa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라더스의 2017년도 가을/겨울 컬렉션은 음악가 커트 코베인 Kurt Cobain의 삶에서 영향을 받아 ‘반항과 순수 Resistant & Innocent’로 지었다. 그라더스가 만든 스니커즈의 외형은 단정하고 간결하지만, 패션 디자인이 아닌 예술을 전공한 디자이너 박유진 Bahc Eugene은 잘 만든 가죽 스니커즈 안에 자신이 믿는 신념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만듦새와 완성도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감이 있지만, 그라더스가 작업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또 깊숙하게 들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콘셉트와 주제를 떠나, 신어 보면 대번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착용감은 그라더스 스니커즈만이 지닌 고유한 착화 기술과 맞물려 큰 만족을 준다.

    컬렉션 주제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들었기에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 박유진이 중학생 시절부터 탄 스케이트보드 스니커즈 skateboard sneakers에서 영감 얻은 – 새로운 디자인의 발모럴 03 Balmoral 03 Nubuck Tan 스니커즈가 잘 보이진 않는다. 대신 연남동 그라더스 쇼룸 showroom에 방문하면, 좀 더 자세히 이 곱고 아름다운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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