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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의 시티 팝

Tatsuro Yamashita, For You.

 

Text  Hong Sukwoo

Images  Tatsuro Yamashita

© 야마시타 타츠로 Tatsuro Yamashita, For You, 1982.

    설악산에 다녀왔다. 기억도 희미한 유년기를 빼면 처음이었다. 울산바위는 표지판보다 1km는 더 걸어야 했고 근육통은 훈장처럼 남았다.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로 돌아왔지만, 며칠 전 마주한 경치와 눈부신 도로 드라이브를 상상하면 가슴이 탁 트인다. 

    같이 간 친구 중 자신의 이름을 딴 기성복 브랜드를 만드는 서혜인 Seo Hyein이 있다. 종종 음악과 책,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물론 술도 빼놓을 수 없다). 혜인 씨와 함께 브랜드를 전개하는 이진호의 차에서 아이폰 속 음악을 듣다가, 내 플레이리스트와 겹치는 곡이 몇 개 나왔다. 상쾌한 기분에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다분히 복고풍인 일본 음악가들의 흥겨운 멜로디. 시티 팝 city pop이라는 ‘장르’는 이러한 음악을 한참 들은 다음에야 인지하게 되었다.
 
    시티 팝 저술가이자 전문 기자 기무라 유타쿠 Kimura Yutaku디스크 컬렉션: 재패니즈 시티 팝 Disc Collection: Japanese City Pop에서 이 장르를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도시형 팝 음악 urban pop music for those with urban lifestyle’으로 정의한다. 일본의 80년대는 버블 경제 붕괴가 다가오기 전, 아무리 흥청망청해도 세계1위 경제 대국이 머지않았다는 환상의 시절이었다. ‘흙수저’ 같은 단어가 일상과 맞닿은 한국 젊은이들은 겪어보지 못한 삶이지만, 당시 음악이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고, 디제이 DJ들의 믹스테이프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이 장르의 대부 타츠로 야마시타 Tatsuro Yamashita가 1982년 낸 포 유 For You는 시티 팝의 걸작이다. 열 곡을 담은 풀 앨범에 35분이라는 다소 짧은 재생 시간은 서구 문화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가볍고 휘발성 있는 삶에 푹 빠졌던 정서를 반영한다. 여전히 명곡으로 추앙받는 ‘Sparkle’과 ‘Morning Glory’도 이 음반에 있다.
 
    내 중고교 시절은 막 일본 문화를 개방한 시절과 겹친다. 처음 패션에 진지하게 관심 둔 이래 제돈 주고 산 책도 일본 스트리트 패션 잡지였다. 그들의 80년대와 90년대 문화는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어느 정도 향수로 남았다. 처음 그 노래들을 들었을 때 인지하지는 못하였으나, 시티 팝이 주는 긍정적인 성향과 부드러운 사랑의 멜로디는 확연히 통속 적임에도 어쩐지 거부감이 없다. 훌쩍 나이 든 지금도 밤의 드라이브와 도시 생활의 여유로움, 걱정 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시절을 향한 동경이 되레 강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Cine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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