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버린 것들 Nº1
Text Hong Sukwoo
물건은 계속 집과 사무실을 드나든다. 버렸거나 내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다시 공간이 채워진다. 작년 봄에는 ‘9월이 올 때까지 옷을 사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으나 여름 이후 소비는 다시 늘었다.
전자책을 사고서 작은 화면 안 서재에 둘 책을 찾았다. 한국에서 출판하는 책 전체를 아우른다면 달라질 수 있으나 몇 가지 인기 주제와 키워드에 함몰한 구성이 빈곤하고 씁쓸했다. 실용서 대부분이 쓸모없는 가치로 보이는 와중에 눈에 띈 제목이 한 권 있다. <1일 1개 버리기>. 저자는 미쉘. 1978년생, 일본 야마가타현 출신, 이른바 ‘인기 미니멀리스트’란다.
아직 몇 장만 읽었지만, 주제가 쉽고 명확하여 실천하고 싶은 ‘의지’를 만들어 내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전부에 가깝다. 하루에 한 개씩 버리자는 거다. 버릴 게 정 없는 날에는 영수증이라도 버리라는 거다.
일요일 오전, 몇 장을 더 읽다가 문득 실천하기로 했다. 차곡차곡 쌓인 물건이 수납공간 안에 숨어 겉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미 그곳에 무조건 존재하는 것처럼 대체로 그대로 둔 것들은 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같은 이유로 쓸모없음의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버렸다.
Seoul, S.Korea
Sun, January 06, 2019
오늘 버린 것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창 달릴 때 쓰던 습윤 밴드 조각. 언젠가 세금폭탄 대비용으로 남긴 흐릿한 영수증 뭉치. 에어팟 고정용 실리콘 포장 봉투. 쓰지 않는 안경 닦기. 한쪽만 있는 이어폰 팁. 다 쓴 카메라 건전지. 미술관 초대장의 장식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