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

카테고리

After Kanye, After Virgil, After Heron

Text  Hong Sukwoo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에 흥미로운 패션 기사가 나왔다(항상 잘하지만). ‘After Kanye, After Virgil, After Heron’이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제목은 힙합 hip hop과 고급 기성복 high fashion이 조우한 지금 패션의 ‘다음 세대’를 조명한다. 거의 모두가 카니예 웨스트의 그늘에서 출발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지역, 흑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위시한 동시대 현대 문화의 롤러코스터를 체득하고 스타일과 브랜드에 반영하며 패션을 확장해가는지 풀어낸다. 헤론 프레스톤 Heron Preston과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는 기사 전면에 등장하지 않으나, 중간중간 굵직한 코멘터리로 그들 이후 세대에 관한 설득력 있는 해설을 제공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 (From left) Du of Bstroy, Ev Bravado (on the floor), Brick of Bstroy, Bloody Osiris and Tremaine Emory. Photographed by Gioncarlo Valentine for The New York Times.

    “Tremaine is drawing parallels with actual moments in culture that are 30, 40, 50 years deeper, and ultimately recontextualizing the black image. His clothing won’t simply be stuff for the closet(트레메인은 30년, 40년, 50년 더 깊은 문화에서 실제 순간들과 유사하게, 궁극적인 흑인의 이미지를 재조명하여 그려냅니다. 그의 옷은 단순한 옷장용 물건은 아닐 거예요).” – 버질 아블로.

    곳곳에서 그들이 얼마나 끈끈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으며, 경쟁자라기보다는 선배이자 하나의 세대로서 다음 주자들을 응원하는지 느껴지기 때문에 조금 부러워진다. (당연하게도) 어떠한 유명인들과 그들이 관계하는지도 논하지만, ‘타임스’답게 저속하거나 흥미 위주로 풀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지금 이 문화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컨트리뷰팅 에디터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곤조곤 꺼낸다.

    이 기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인터넷과 모바일 문화로 취합한 비슷한 취향을 지닌 세대의 – 98년의 헬무트 랑 빈티지 티셔츠라든지, 이세이 미야케의 과거 복식, 혹은 일본의 거리 패션과 데님을 향한 오타쿠 비슷한 열정 같은 것 – 이야기가 어떻게 그들의 문화가 되었는가를 말하고, 선언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단지 인터넷판의 수많은 단신 중 하나가 아니라, 2019년 9월 12일 발행한 <뉴욕 타임스> 목요일 스타일 섹션 ‘Thursday Styles’의 머리기사를 장식하였다.

    패션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작업을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거대한 신문사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기고자와 함께, 지성과 스타일의 중간 즈음에서 주류로 발돋움하는 발판과 비평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도 한국 패션 문화와는 어느 정도 온도 차가 있다. 뭐라고 할까, 더욱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더 해나가고 싶어진다. 반성과 자극이다.

Follow on Facebook & instagram.

Comments

2018-06-06
케이트 스페이드를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