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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메이어로위츠, 케이프 라이트

Joel Meyerowitz, Cape Light.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Joel Meyerowitz

    조엘 메이어로위츠 Joel Meyerowitz 1978 펴낸 사진집 케이프 라이트 Cape Light 미국 매사추세츠주 Massachusetts 작은 바닷가 마을 케이프 코드 Cape Cod 기록한 풍경 사진 모음이다.

    그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현대 사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흑백 사진이 컬러 사진 color photography으로 넘어가는 태동기, 아무도 컬러 사진을 예술가의 작업으로 바라보지 않을 뉴욕 New York 거리 풍경을 35mm 스냅 사진으로 담았다. 장의 프레임 안에 들어간 예기치 못한 순간들이 단지 부지런한 발품의 결과물이기에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것은 아니다.



© Cape Light: Color Photographs – A New Expanded Edition. Photographed by Joel Meyerowitz, Published by Aperture Foundation.

    렌즈와 프레임 라인을 사이에 두고, 두 눈과 직관으로 관찰한 피사체들은 시나리오 없는 도심 한복판에서 절묘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과물은 단 한 장이기에 생략할 수밖에 없는 앞과 뒤가 여백처럼 남았다. 그의 사진은 시대를 기록한 여느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정직한 결과물이라기보단, 정교하게 지어 황금비를 이루는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치와 유머, 돌발적인 온갖 상황이 깃든 다양한 인간 군상은 매일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리에서 펼치는 한 편의 연극처럼 메이어로위츠의 사진 속에 존재한다. 후대의 거의 모든 거리 사진가들이 그가 바라본 시선 아래 존재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광고 대행사 아트 디렉터 art director를 그만두고 카메라를 손에 쥔 채 매일 거리로 나섰을 때, 많은 사람에게 거리 사진, 즉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street photography’라는 단어 자체가 뜻 모를 의문이었다. 가치를 평가할 잣대도, 그 무수한 필름의 가치를 매길 평균조차 거리에 없었다.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사진 작업이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 시기를 그는 거리 사진가 동료들 – 다이안 애버스 Diane Arbus부터 게리 위노그랜드 Garry Winogrand까지 – 처럼 당대 함께 활동한 동료 사진가들과 자발적으로 감수하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 Cartier-Bresson이 라이카 Leica 카메라의 흑백 필름 속에 포착한 결정적 순간이 불멸하는 것처럼, 그는 자기 세대를 넘어 현대 사진의 대가 반열에 올랐다.

    1976년부터 메이어로위츠가 찍은 케이프 코드 풍경은 그가 60년대 뉴욕에서 찍은 거리 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먼저 35mm가 아닌 8×10인치 판형의 대형 카메라 large format camera를 썼다. 필름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고한다는 2018년 현재도 수많은 사진가가 중형과 대형 카메라로 작은 판형의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경계를 넘나들지만, 당시에는 수수하고 서정적인 풍경 사진이 작가적 관점의 예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Cape Light: Color Photographs – A New Expanded Edition. Photographed by Joel Meyerowitz, Published by Aperture Foundation.

    60인치까지 선명하게 현상하는 육중한 카메라로 담아낸 고요한 시골 마을 해넘이 sunset는 문외한의 시선으로도 번잡하고 역동적인 뉴욕 거리 사진과 같은 인물의 작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위해, 혹은 평론가나 관객들을 위해 작업 태도와 도구를 바꾸지 않았다. 단지 포착하는 피사체를 새로운 눈으로 조준하고, 그 순간이 영원처럼 보이는 시간으로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지금 별다른 의문 없이 편리하게 찍는 무수한 디지털 데이터의 원초적 요소 중 일부는 이 위대한 사진가의 필터를 거쳤다. 도시에서 찍은 메이어로위츠의 사진이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풍경과 인물이 공존하는 세상의 창으로 존재했다면, 해변이 코앞에 있는 작은 시골의 단출한 풍경들은 전위와 과격의 방법론을 배제하고도 부드럽게 세상을 기록하는 예술가들의 당위성이었다.

    감각적이고 강렬하며, 몇 초가 안 되는 순간에 빠르게 눈길을 끌어야 정답처럼 느끼는 시대를 산다. 조금이라도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고 뚫어지도록 감상하는 모든 행위를 지루해하는 이도 많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40년 전 사진 – 심지어 그의 첫 번째 사진집 – 을 마주할 때, 이전과 이후 존재한 더 광활하고 화려한 풍경 사진과는 다른 감정이 깃든다.

    그가 내보낸 풍경은 일부 빛이 바랬고 더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요하게 존재하는 타국의 풍경은 폭풍처럼 몰아친 물결에 타협하지도, 함몰하지도 않고 먹먹한 감동을 준다. 그야말로 사진이라는 매체의 존재 이유처럼, 아주 천천히 사람의 마음에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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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1-09
thisisneverthat®
2018-04-17
마르지엘라의 에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