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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보스윅, 낫 인 패션

Not in Fashion, Mark Borthwick.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Mark Borthwick, Re-Edition Magazine

    냉정한 패션계는 새로 떠오르는 스타와 사람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진 ‘한물간’ 스타들이 존재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만성 피로와 좋지 않은 모든 소문은 패션계라는 거대한 세계가 태생적으로 지닌 그림자와 같다.

    1966년 런던 London 태생의 사진가 마크 보스윅 Mark Borthwick은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퍼플 purple 매거진처럼 대안적 독립 패션 잡지의 성장을 이끌었다. 퍼플만의 서정적이면서도 무신경한 패션 화보와 인터뷰들은 유럽 독립 패션 잡지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한 영국 더 페이스 The Face, 아이디 i-D의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그 중심에 있는 사진가를 고르라면 마크 보스윅을 가장 위에 올려두어야 한다.

    이토록 한 시대를 풍미한 사진가이지만, 퍼플이 퍼플 패션 Purple Fashion으로 변화를 겪으며 – 공동 편집자 엘라인 플라이스 Ellein Fleiss가 퍼플 저널 The Purple Journal을 만들다 중단하고, 올리비에 잠 Olivier Zahm이 퍼플 패션을 좀 더 상업적인 패션에 충실하게 바꾼 이래 – 해체주의 패션이 한풀 꺾이고 고급 스트리트웨어 high-end streetwear가 득세하면서 마크 보스윅 역시 서서히 잊혔다. 하지만 뎀나 바잘리아 Demna Gvasalia베트멍 Vetements 레이블과 발렌시아가 Balenciaga로 거리와 주류 패션계를 접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뎀나의 절친한 동료들 – 스타일리스트 stylist 로타 볼코바 Lotta Volkova부터 사진가 할리 위어 Harley Weir 등 – 이 만드는 리에디션 Re-Edition레플리카 Replica 같은 잡지가 대놓고 90년대 퍼플 매거진에 헌정한 작업을 선보이며, 다시 마크 보스윅과 함께 인상적인 작업을 끌어냈다.

© Not in Fashion by Mark Borthwick, 2009. Published by Rizzoli New York.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 Re-Edition magazine Issue 01/Spring 2015. Cover, pictorial and poems by Mark Borthwick. Images courtesy of Re-Edition magazine.

    리에디션의 기념비적인 2015년 봄 Spring 2015 첫 호는 마크 보스윅이 90년대에 담아낸 모델 스텔라 테넌트 Stella Tennant가 정면을 응시한다. 새로 찍은 사진이 아닌, 1997년 작업한 초상 사진 portrait photography을 그대로 썼다. 그리고 마크 보스윅은 현재 패션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디자이너이자 발렌시아가의 아티스틱 디렉터 artistic director가 된 뎀나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캠페인 사진과 룩북, 컬렉션 무대 뒤 backstage 스냅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이 필요한 곳은 어디라도 존재했다.

    마크 보스윅이 만든 새로운 발렌시아가 이미지는 여느 패션 하우스가 아주 세련되고 세밀한 보정을 거쳐 상품과 유명인사 모델이 가장 잘 보이도록 하는, 전형적이고 뻔한 럭셔리 luxury를 향한 일종의 반동이다. 그의 사진은 뎀나의 발렌시아가 하우스 개편 초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는 곧 90년대, 지금보다 더 순수했던 패션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마크 보스윅이란 인물에게 생경한 90년대생 젊은이들의 관심을 두루 받게 되었다. 그래서 마크 보스윅을 얘기할 떄, 2009년 리졸리 출판사 Rizzoli Publications New York가 펴낸 낫 인 패션 Not in Fashion을 빼놓기 어렵다. 오랜 활동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판물이 적은 그에게 낫 인 패션은 과거부터 (2009년 기준) 현재까지 작업을 온전히 정리한 사진집이자 암호 같은 작가 내면을 정리한 책이다.

    에런 로즈 Aaron Rose가 편집에 참여하고 마크 보스윅의 사진과 삽화, 글귀를 담아낸 두툼한 양장본 hard cover 사진집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그의 작업을 통틀어 보여준다. 책장 한쪽에 있던 이 책을 지금 다시 보면, 당시 마크 보스윅의 작업을 대하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 세상을 음미하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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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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