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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 — Nº2 LIJNS, 안솔·윤대우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vie Studio·SFCS는 서울에 기반을 둔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매년 심사를 거쳐 창작과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 운영을 위한 각종 상담·자문과 지원 사업을 연결하며, 비교적 영세한 패션 디자이너가 하나의 오롯한 패션 레이블로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서울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 시리즈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의 공동 제작 콘텐츠로, SFCS의 지원을 받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어떤 식으로 옷을 만들고 자신의 브랜드를 이끌어가는지 관찰하고 대화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Film  Sung Changwon (Studio Bone)
Film  Assistant Shin Jiwon (Studio Bone)

In Associates with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 The Portfolios from LIJNS, 2018. Photographed by Hong Sukwoo.

    온라인 편집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종종 까마득해진다. 3,000여개를 넘는 패션 브랜드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손짓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업계가 아무리 불황이라고 외쳐도,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옷을 짓고 브랜드를 전개하며, 자신이 믿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컬렉션을 선보인다.

    랜스 LIJNS는 뚜렷한 색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고, 한 벌의 옷이 나오는 데 드는 수고로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자신들에게 적확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컬렉션에는 기성 패션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는 자유로움과 취향, 그리고 아직 사람 냄새가 나는 고민과 창조가 함께 있다.

© Backstage of LIJNS by Ahn Soll & Yoon Daewoo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Photographed by Kim Rockhyun.

    랜스 LIJNS가 만드는 서울의 남성복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 대학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s and Design과 영국 왕립 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  Dept of Fashion and Textiles 에서 남성복 석사를 취득하고 폴 스미스와 빅터앤롤프,서피스투에어 Surface to Air에서 디자이너를 거친 안솔 Ahn Soll과 도쿄 문화복장학원 Bunka Fashion College 복장과 졸업 후 파리에서 프리랜스 패턴 메이커로 일한 윤대우 Yoon Daewoo는 2016년4월, 서울에서 랜스 LIJNS를 설립했다. 둘 다 남성복을 배웠기 때문에 남성복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랜스는 한남동에 작은 쇼룸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에 사무실을 두고 작업을 병행한다. 스포츠웨어에 기반을 두고, 최소주의 minimalism와 고급 기성복 high-end clothing을 지향하는 남성복을 만든다. 안솔의 말에 따르면 ‘변화무쌍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서울에서 몇 단어로 랜스를 정의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처음 그들의 컬렉션을 보기 시작한2017년도 봄 이래,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새로운 작업이 궁금해지는 이유가 선명하게 존재한다.

    랜스 2017년도 봄/여름 데뷔 컬렉션 룩북 lookbook. 50부 한정으로 모두 손으로 만들었다.

    랜스 2018년도 봄/여름 컬렉션.

    2018년 2월 13일 화요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5th Floor, SFCS, Tuesday, February 13, 2018

더네이비매거진 The NAVY Magazine: 남성복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듀오’ 디자이너로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작업을 나누나?

    윤대우 Yoon Daewoo랜스의 거의 모든 과정을 둘이서 만든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인다역을 해야 한다.

    안솔 Ahn Soll다만, 서로 전공이 다른 만큼 지식 깊이도 조금씩 다르다. 옷을 만드는 부분 making은 윤대우가 더 개입하고, 남자로서 옷을 실제로 입었을 때 느끼는 부분도 조언 받는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나?

    늘 좋아했다.

    1993년에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에 갔다. 오하이오주 켄트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한국에서 옷 입는 자유가 크지 않다가, 막 사춘기이기도 했고 한국과 미국 문화가 충돌하면서 스스로 입는 옷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국에 와서 교복을 입으며 드는 생각도 재미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영향이 컸는지 90년대 미국 문화를 좋아한다.

손으로 만든 룩북과 프레젠테이션 연출처럼 ‘보이는’ 부분이 흥미롭고 강점으로 느껴진다.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서 시각화 visualizing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웬만하면 허튼 시간을 쓸 수 없다. 두 명밖에 없어서, 열 가지 작업 후 반을 버리는 식은 소모적이고 지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웬만한 작업은 직접 보여주려고 한다. 옷이란 결국 시각적인 작업이라 글로 표현하기보단 콜라주나 사진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자 한다.

    첫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포트폴리오처럼 정리하자고 마음 먹었다. 요즘은 디지털 매체도 발달했고, 참조할 수 있는 레퍼런스도 흔하다. 우리 색을 보여줄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디지털에 특화한 요소보단 옛날 방식, 즉 어느 정도 아날로그 analog 요소가 첨가된 형식으로 무언가 해보고, 그것을 자료로 정리하여 남겨두기로 했다. 훗날 어떤 계기가 생겼을 때, 그걸 더 잘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단순히 과거에 무언가를 보고, 이것이 나왔다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 과정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아날로그와 연결되었다.

*

    결국 ‘아카이브 archive’에 관한 얘기다. 최근에는 오히려 그런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이너들이 간혹 보이지만, 과거에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것을 보관하려는 노력이 한국에서는 드물었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나는 영국에서, 윤대우는 일본에서 공부했다. 운 좋게 프랑스에 취직했는데, 영국이 너무 그리웠다. 어느 날 런던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대우 씨가 함께 살고 있었다. 같이 옷을 배웠고 맞는 점이 많을 것 같다고 친구가 소개해주었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연애하다가 함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전공이 비슷하다고 해도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너무나 다른 일이다. (웃음) 그런데 이름을 걸고 듀오로 작업하는 것과 한 명이 앞에 서고 뒤에 조력자가 있는 것의 차이일 뿐, 사실 모든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뒤에 거의 오른팔과 왼팔 격의 조력자들이 있지 않나. 라프 시몬스 Raf Simons도 그렇고. 혼자 이름을 걸었을 뿐이지 혼자 모든 것을 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우리도 숨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모든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고 도와주는 형이다. 그래서 항상 ‘플러스 원 +1’이라고 부른다.

    랜스의 거의 모든 작업은 직접 손으로 그리고, 쓰고, 재구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나온 작업은 컬렉션에 은유적으로 드러나거나, 직접적인 디테일이 된다.

© The Portfolios from LIJNS, 2018. Photographed by Hong Sukwoo.

2018년도 봄/여름 컬렉션은 어떻게 작업했나?

    지난 시즌에 이어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웨어를 향한 동경이 있다. 기술적인 탁월함과 고전적인 착용감에서 오는 편안함을 접목하고자 한다. 2018년도 봄/여름 컬렉션에선 더 직관적으로 섞었다. 리리 Riri사의 합성수지 플라스틱 지퍼를 상의에 넣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코트 안감에 쓰는 큐프라 소재를 밖으로 빼고, 티셔츠 모양으로 한 번 더 절개해서 만든 상의도 마찬가지다.

    첫 시즌에 만든 옷 중 앞판을 두 개로 덧댄 티셔츠가 있다. 비침을 방지하고, 입을 때 무게감을 느끼면서 실루엣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번에는 앞판이 두 개인 티셔츠를 한 번 더 잘라서 패턴 플레이로 접목했다. 이번에 선보인 지퍼 상의는 일반적인 금속 지퍼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옷에 사용하면 재미있을 듯했다. 리리사 전시회에 갔다가 쓰고 싶다고 연락했는데, 실제 연락받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본사에서 수천 번 지퍼 테스트를 거치고, 어디에 쓸 거냐고 꼼꼼히 확인했다. 상용화는 처음이라면서 옷에만 쓰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 프레미에르 비죵 파리(세계적인 패션 소재 전시회)에서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시제품이었다. 부자재를 받는 데만 서너 달이 걸렸다.

기성복이지만, 손길이 많이 들어가는 옷을 짓는다. 수제작 handmade 방식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면.

    아카이브를 모으는 이유와 연결된다. 랜스는 남성 기성복 브랜드이지만, 우리에게는 ‘작업’이기도 하다. 손으로 해야지 좀 더 날 것 row 같다. 고급 기성복 브랜드에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디자이너의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러 올이 풀리는 옷을 만들 때도 있는데, 이미 사람들이 정한 규칙과 기술을 실험해보고 싶다.

    청개구리처럼 말이다. 기성복에서 이렇게 마감한다면, 그렇게 하기 싫어진다. 끝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정석이라면, 그냥 자르고 싶다. (웃음) 원래 공장에서 삼봉 처리해야 하는 박음질을 직접 재봉틀로 완성하기도 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해’라고 누가 말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렇게 완성하여 구조적으로 딱딱한 옷이 아닌, 더 부드러운 옷을 만들고 싶어서 타협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실제 옷을 생산하는 데 애로사항으로 나타나지 않나?

    특히 공장에서 생산할 때 쉽게 조종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런 부분은 직접 만들려고 한다. 반면 좀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아이템은 공장에서 생산한다.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 때, 동시대 트렌드에 신경 쓰는 편인가?

    보통 작가들의 작업을 많이 본다. 학생 때 좋아한 건축가, 예술가 등을 돌아본다. 머릿속에 남았다가 괜히 비슷한 것을 할까 봐 외부 컬렉션은 아예 보지 않는다. 랜스 안의 흐름은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영감은 주로 예전 기억에서 온다. 이미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학생 이후 패션을 공부한 시간만 10년 남짓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카이브를 풀어낼 수 있다. 굳이 동시대에 일어나는 것과 옷을 보고, 디자인을 얻는 건 큰 재미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아야 하는 정보는 찾지만,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저절로 소셜미디어 social media 피드에 뜨니까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얻는 정보만으로 충분하다. 대신 좋아하는 것과 기억을 다시 끄집어본다. 어릴 때 관심 있던 풍선껌 스티커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웃음)

*

한남동 쇼룸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로 분리한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나.

    각자의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있다. 한남동 스튜디오는 날이 풀리면 좀 더 쇼룸 개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도쿄와 런던, 그리고 파리를 거쳐 서울에 왔다. 다른 도시의 패션 시스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후, 서울에서 남성복 브랜드를 만들면서 드는 생각도 많을 듯한데.

    몇 시간 안에 끝나지 않을 정도로 사연이 많다. 서울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상업적으로 설득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도록 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겐 예술이기도 하다. 두 가지를 공존하며 살아남는 게 어렵다.

    요리에는 정찬, 즉 파인 다이닝 fine dining이 있고 예술도 여러 갈래 중 순수 예술 fine art 같은 장르가 있다. 그런데 서울에 와서 부딪혀보니 왜 ‘파인 패션 fine fashion’은 드물까 싶었다. 패션 안에서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면서 브랜딩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있나?

    ‘티셔츠가 조금 다르다’는 반응을 들었다. 소재나 만드는 방식에 신경 쓴 것 같다고, 입으면서 느껴진다고 하셨다.

    아직 제대로 갖춘 쇼룸이 없어서 가끔씩 듣게 된다. 재구매율은 조금 높은 편이다. 아카이브가 좀 더 쌓이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남성복이지만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

    여성 고객도 제법 있다. 요즘은 성별 경계도 점점 무너지고 컬렉션을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성복도 남자친구 옷을 입은 듯한 룩이다. 남성복이라고 꼭 남자답지 않고 교차하는 부분이 좋다. 그렇지만 항상 남성복을 전제로 만드니까‘유니섹스 unisex’로 부르지는 않는다.

© LIJNS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and Lookbook.

온라인 프레젠테이션과 달리 런웨이 컬렉션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2017년도 봄/여름 컬렉션을 처음 선보일 때, 나름대로 ‘그리니치 평균시 Greenwich Mean Time·GMT; 런던을 기점으로, 웰링턴에 종점으로 설정되는 협정 세계시의 빠른 시간대. – 편집자 주’로 랜스 웹사이트에서 공개했다. 가상 캐스팅 보드도 있었다. 이렇게 매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고, 영상과 사진으로 남긴다. 하지만 컬렉션의 본질적인 목표는 바이어가 보고, 구매하는 것이지 않나. 그만큼 돈을 써서, 그만큼(구매가) 일어날 것인가. 아직 장담하기 어렵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우리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

    첫 시즌 이래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하고 있다. 1997년에 헬무트 랑 Helmut Lang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대신) CD에 담아서 온라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우리 나름대로 유럽에서 한국에 올 때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여전히 90년대 헬무트 랑 컬렉션을 무척 좋아한다. 한 시즌 해보니까 나쁘지 않은 형태여서 일단 온라인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

    아직 컬렉션 규모가 크지 않아서 1년 치 영상과 사진을 한 번에 찍는다. 2017년도 가을/겨울과 2018년도 봄/여름 시즌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델과 작업했다.

    디자이너 둘, 영상 감독과 모델까지 총 넷이 작업한다. 모델은 ‘로만’이라는 러시아 친구인데, 이태원 길거리에서 첫 외국 여행 온 첫날 캐스팅했다. 이후 촬영 때마다 서울로 부른다.

색이 뚜렷한 브랜드를 만들면서, 작은 패션 브랜드로서 유통과 생산에 관한 고민도 클 듯하다.

    사실 브랜드로서 생존 문제가 매년 고민이다. 좋은 편집매장이 있다면 판매처 stockist를 늘리고 싶다. 지금 우리 가격대와 이미지를 포용해줄 곳은 찾는 게 어렵다. 한 곳 있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령 랜스는 니트웨어 knitwear가 주력 상품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 니트웨어를 생산하는 게 어려워서 홍콩에서 생산한다. 주변에서 스웨터를 만든다면 좀 신기하게 본다. 홍콩에서 잘 도와줄 때 우리도 판매처를 늘리고 수량을 늘려서 보답해야 하는데…. (홍콩 공장도) 수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 남는 게 거의 없을 거다.

    아이엠샵 I AM SHOP도 좋고 분더샵 BOONTHESHOP도 좋다. (타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옷이 저렴하지 않은 편이라 그 가격대를 수용하는 고객들이 찾는 매장에 걸고 싶다. 여전히 고민이 많다. 왜 외국에 있지 않고 한국에 왔느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 외국에 있을 때는 한국 패션의 미래가 이제 정말 밝지 않나 싶었다. 우영미 Wooyoungmi, 준지 Juun.J처럼 유명한 남성복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아직 변두리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

*

    그들은 여느 디자이너들과 달리 작업의 ‘과정’을 즐기며, 그 안에서 뻗어 나가는 가지를 하나씩 이야기로 만든다. 모바일 시대에 유행처럼 번지는 아날로그 문화는 그보다 더 사려 깊고 고민한 형태로 랜스에 스며들었다. ‘서울’에서 작업하며, 새로운 유통 구조를 고민하고, 생산과 작업 사이에서 나타나는 고민만큼은 여느 젊은 디자이너들과 다르지 않다.

    지금 서울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생존과 유통, 생산을 고민하면서도 작업 과정을 즐긴다. 또한, 그 안에서 뻗어 나가는 가지를 하나씩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유행처럼 번지는 아날로그와 청년문화, 다양한 영감과 기억의 잔재들은 깊은 고민을 거친 형태로 점점 실체가 되어 옷에 스며들고, 고객들을 마주한다. 개인적인 바람을 하나 덧붙이면, 이 생소한 이름들이 다른 거대하고 이미 성공한 브랜드만큼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그대로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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