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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네버댓, 한국 스트리트웨어의 진화 과정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thisisneverthat

    2017년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은 패션 레이블을 고르자면, 최상단에 반드시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을 넣어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가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로 #thisisneverthat을 넣고, 야구모자와 스웨트셔츠는 물론 특유의 룩북 사진과 비디오를 올리고 퍼트리며, 그들이 행한 하나부터 열까지 열광한다.

    그렇다고 소위 ‘스트리트웨어’라는 범주에만 이 브랜드를 넣을 수는 없다. 지난 수년간 디스이즈네버댓의 프레젠테이션은 한국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어떻게 ‘열성 지지층’을 형성하고, 자발적으로 퍼트리는지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마포구 상수동 ‘무대륙’과 서교동 29CM 사옥, 압구정동 편집매장 웍스아웃 Worksout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막론하고 그들의 프레젠테이션 공간에는 긴 줄을 메운 사람들이 가득 찬다. 팬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질 구매층이자 소비자들이 아니라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 소식을 전하는 소식통이 거리 문화 street culture 잡지나 관계자들뿐만은 아니다. 보그 Vogue Korea더블유 W Korea는 물론 고급 기성복 패션을 다루는 모든 매체가 이 입지전적인 패션 브랜드의 새 프레젠테이션 소식을 공유한다.

© thisisneverthat Autumn/Winter 2014 ‘NAVY/STUDY’, Autumn/Winter 2015 ‘Dub Side’ Collection. Images courtesy of thisisneverthat®.

디스이즈네버댓의 브랜딩

    물론 디스이즈네버댓은 패션 브랜드이다. 특히 여성복이 아니라 남성복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유독 남성 구매자만큼 여성 구매자들의 비율이 높다. 그들 대부분은 디스이즈네버댓을 하나의 명쾌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8mm 필름과 디지털카메라를 혼용한 영상 안에는 두서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있고, 가라오케와 조금 낯선 도시, 혹은 바다와 끝없는 절벽을 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국 어딘가를 배회하는 젊음이 존재한다.

    그들이 걸친 배낭과 버킷 모자 bucket hat, 리복 Reebook과 협업한 스니커즈까지 무척 ‘thisisneverthat’스럽다. 이토록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조금은 신비하게, 조금은 비밀스럽게, 그리고 강력하게 내리꽂는 브랜드가 서울에 또 있을까? 많은 미사여구 대신, 입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품질과 섬세한 지점을 연구한다. 굳이 대놓고 드러내진 않는다. 이 말에 갸우뚱한다면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디스이즈네버댓’을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브랜드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나열한 인터뷰를 찾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동시대 패션을 드러내는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는 ‘이미지’이다. 사실 의복이 패션 산업의 우산 아래 존재한 이래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패션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이끄는 단어였다. 수많은, 그리고 엇비슷한 패션 브랜드가 난립하는 동시대 패션을 떠올리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이 곧 브랜드의 존립 이유이자 가장 큰 목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이끄는 레이블이 아니라 결속력 단단하며 완벽한 협업 체계를 구축한 ‘팀 team’으로 작업한다. 조나단 Cho Nadan최종규 Choi Jongkyu가 각각 브랜드 경영과 생산 및 디자인 전반을 맡고, 박인욱 Park Inwook이 브랜드 콘셉트와 그래픽 디자인, 아트 디렉팅 영역을 맡는다. 모든 영상과 사진은 디스이즈네버댓 설립 이래 김민태 Kim Mintae가 전담한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디스이즈네버댓 룩북의 크레디트 페이지를 보고 있다면, 모델 이름과 사진, 영상을 빼곤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thisisneverthat’으로 쓰인 것을 알게 된다. 팀으로서의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가 의도한 부분이다. “그저 멋지고 cool, 어느 정도 신비로운 이미지.” thisisneverthat 팀에게 직접 물어본 이 브랜드의 모습이다.

© thisisneverthat x Jan Sport Spring/Summer 2015 Collection, Reebok Classic x thisisneverthat Autumn/Winter 2017 Vector Collection, Spring/Summer 2016 ‘Tagging’ Collection.

독특한 팬덤 문화와 프레젠테이션 현장

    지난 2017년 8월, 가장 뜨거운 계절의 중심에 열린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은 디스이즈네버댓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시작 시각인 정오가 되기 전부터 웍스아웃 앞에는 삼삼오오 긴 줄이 늘어섰다. 누가 봐도 ‘디스이즈네버댓’을 보러 온 – 일반적인 압구정동 점심 직장인들과는 차림새가 꽤 다른 – 사람들이 커다란 매장 안을 점령하듯이 들어찼다.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일반 패션 브랜드와 달리 기자와 관계자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찾는데, 프레젠테이션 당일에는 웍스아웃과 협업한 일부 모델만 실제 판매했다.

    두툼한 룩북에는 아이슬란드 Iceland에서 찍은 사진과 아이템이 가득하고, 별도로 뽑아낸 리플렛에는 2017년도 가을/겨울 시즌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여성복 라인, 디스이즈네버댓우먼 thisisneverthatwomen® 컬렉션이 담겼다. 남자들이 만들던 여성복은 내부 여성복 디자이너 영입으로 조금 더 부드러운 선이 추가되었고 다양해졌다. 툭 자른 후드 파카와 허리춤에서 끝나는 코치 재킷이 눈에 띄었다. 미려한 디자인으로 알려진 스웨덴 음향 기기 브랜드, 수디오 Sudio Sweden와 협업한 블루투스 이어폰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시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창구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제품명이나 발매 시기 정도로 정보량을 한정하고, 으레 하기 마련인 컬렉션 주제와 의미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도 시즌 제품을 당장 판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몇십분을 기다려서 매장에 들어가도, ‘미리 보기’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다투어 옷을 입어보고, 앞으로 구매하고 싶은 모델의 이름과 가격표를 스마트폰에 담느라 좀처럼 행렬이 줄지 않았다.

© thisisneverthat Autumn/Winter 2017 ‘JÖKULSÁRLÓN’ Collection. Autumn/Winter 2017 Presentation at Worksout, August 2017.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진화하는 한국의 스트리트웨어

    2017년 말, 디스이즈네버댓은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을까? 브랜드 설립 이래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은 이미 업계를 떠다니는 소문이 아닌 사실이다. 올봄에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 Samsung Fashion & Design Fund가 한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대상으로 설립한 ‘스몰 SFDF’ 열 명 중 1등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서교동 매장 아래층에는 다음 시즌과 그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로 불이 꺼지지 않고,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생산지 확보를 위해 베트남을 오간다. 2018년 3월에는 2018년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데뷔 무대도 앞두고 있다.

    그들보다 유명하고 오래된 패션 브랜드 사이, 과연 한국에서 이토록 마니악한 팬덤을 보유한 곳이 있을까. 이 브랜드를 향한 열렬한 지지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서울에 기반을 둔 ‘청년 문화 youth culture’의 상징으로서, 동시대 거리 패션를 대표하는 서울의 스트리트웨어 그 이상을 디스이즈네버댓이 걸어가고 있다.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by Fashion Insigh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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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2-12
츠즈키 쿄이치 Tsuzuki Kyoichi
2018-02-06
조엘 메이어로위츠, 케이프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