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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전시

번화가에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카페도, 옷가게도 술집도 아닌 서점과 다양한 창작의 지금을 투영하는 전시 공간이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 “KEEP OFF” Off-White™ c/o IKEA® Rug.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일모 Ilmo 아울렛에서 10 꼬르소 꼬모 마가찌니 10 Corso Como Magazzini로 이름을 바꾼 10 꼬르소 꼬모 아울렛은 얼마 지나지 않은 가로수길 한복판 시절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 더 많은 제품이 탁 트인 매장에 걸렸다. 시즌이 지나면 과거가 되는 것이 패션의 숙명이고, 그중 일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사람들 사이에서 식어버린다.

    책은 다르다. 소비에트 연합이 프라하를 침공한 이래, 영국에 망명을 요청하고 체코를 떠난 사진가 요세프 쿠델카 Josef Koudelka가 서른 살 무국적자 신분으로 찍은 <EXILE 망명> 같은 사진집이 생활 집기와 출판물이 놓인 공간에 켜켜이 숨어 있다. 다가올 계절에 입을 – 저렴하지만 저렴하지만도 않은 – 옷과 스니커즈에 몰두하는 사람들 사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두툼한 사진집이 주소를 착각하여 무안하게 서성대는 손님처럼 숨어 있다. 슬며시 집어 들어, 결제를 요청하였다.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넓은 서가에는 온갖 종류의 패션과 예술, 라이프스타일 출판물이 가득하다. 앞다투어 새롭게 출간하는 ‘요즘’ 것들 말고도, 쿠델카의 사진집처럼 한 권 한 권이 이미 완결을 띤, 인스타그램에서 흥하지 않아도 더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변변한 서점 하나 없는 청담동에 단비처럼 존재하는 이 거대한 편집매장 속 꽤 커다란 책의 모듬은 신사동 아울렛 매장에도 비슷하게 존재한다. 온갖 명품 브랜드 각축장이 된 이래 시들해진 <퍼플 패션 Purple Fashion> 25주년 기념호도 같이 샀다. 릭 오웬스 Rick Owens를 걸친 모델의 표지로. 

    사진집 위에 놓인 마이 아트 가이드 My Art Guides는 원래 웹과 앱으로 존재하는 예술 안내서를 ‘비엔날레의 계절’이 된 한국의 가을에 맞추어 작은 책자로 만들었다. 부산과 광주, 서울까지 다양한 예술 비엔날레가 열리는 2018년 도시의 지도와 전시, 호텔과 음식점을 담아낸 무료 배포물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며 영어로 되어 있다. 서울 시립 미술관 안내대에 놓인 걸 한 권 집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없는 디자인이라 도시에 방문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몇 권 더 주고 싶어진다.

    바쁜 10월이 끝나기 전, 이 책자를 들고 부산 비엔날레 Busan Biennale에 가고 싶다. 곳곳에 놓인 작품을 동네와 동네를 넘나들며 감상하고, 밤이 되면 먹거리를 탐방하는 며칠의 여정. 혼자도 괜찮지만, 누군가와 함께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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