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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Retro

사람이란 불투명하고 불분명한 것들에 항상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Text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Catawiki

    문득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를 그보다 더 오래되고, 필름 넣는 똑딱이 point & shoot 카메라처럼 취급할 시기가 머잖아 오지 않을까, 상상하였다.

© Contax TVS Digital Black Titanium. Images Courtesy of Catawiki.com.

누가 2003년에 발표한 이 실패한 디지털카메라를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라이카 Leica 중고 렌즈만큼 오른 콘탁스 Contax T3가 아니라 바리오 조나 렌즈가 영롱한 TVSD를 구한다든지, 리코 Ricoh GXR이 재평가를 받는 세상. 중국제 싸구려 게임기만도 못한 LCD 액정과 초기 스마트폰과도 비교 불가한 느린 구동 속도를 품은 채로, 앞뒤로 돌리는 니콘 Nikon 초기 디지털카메라가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다시 손길을 타는 망상도 포함한다. 더는 화소 경쟁에 몰두하지 않은 시대가 오면(사실 이미 연착륙 중인 듯하지만), 사람들은 스마트폰 혹은 아직 모르는 미래 기기로 DSLR 이상의 사진을 찍을 테다. 다소 마니악한 사용자들은 비로소 필름 시대 이후의 복고를 찾아 소소한 편애와 구애를 보내는 거다. 화려하고 쨍한 사진 기술 경쟁 시대 후, 진정한 ‘디지털 리트로 digital retro‘가 도래한다고나 할까. 사람이란 불투명하고 불분명한 것들에 항상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특히 여기서는, 화질을 포함해서).

    필름 시대 슈퍼 에이트 Super 8로 찍은 영상이 지금 인스타그램에 횡행하는 것처럼, 시간상으로 오래되고 기술적으로 낡은 장치가 90년대를 넘어서 2000년대에 태어난 친구들 감각으로 다가선다면,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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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5-16
‘오큘러스 고’를 사용해보았다
2018-05-30
책과 잡지, 티셔츠와 머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