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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c 헬무트 랑 레거시

Winter 2016/17 The Helmut Lang Legacy issue.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 032c Issue 31, Winter 2016/17 Helmut Lang Legacy issue.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Images courtesy of 032c, Helmut Lang.

    독일 베를린 Berlin에 기반을 두고 발행하는 패션·문화 잡지 032c고샤 루브친스키 Gosha Rubchinskiy와 협업한 티셔츠나 라프 시몬스 Raf Simons와 손잡은 대형 프린트를 선보이며, 잡지 자체보다 젊은 세대에게 더 유명해진 패션 브랜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032c는 누구보다 오랜 시간 동시대 패션과 예술, 문화를 진지하게 파고 들었다. 한 마디로 그들만이 해낼 수 있는 종류의 출판물을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러니까 패션 브랜드 헬무트 랑 Helmut Lang이 아직 셰인 올리버 Shayne Oliver를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대하여 브랜드를 재해석한 헬무트 랑 씬 Helmut Lang Seen 컬렉션을 공개하기 이전, 032c는 예술가로 전업한 디자이너 헬무트 랑 Helmut Lang이 브랜드를 온전히 통제하던 시절의 유산 legacy를 한 권 통째로 다뤘다. 헬무트 랑이 행한 최소주의 minimalism 패션의 성취를 아는 모두가 복귀를 염원하지만, 예술가로서 행복한 삶을 보내는 듯하니 이제 디자이너라는 호칭은 접어야 할 것이다.

    032c ‘헬무트 랑 레거시 The Helmut Lang Legacy’ 특집은 헬무트 랑 본인이 이끌던 시절을 깊고 다양하게 파고든다. 사진가 유르겐 텔러 Juergen Teller의 캠페인 광고 사진부터 디자이너 장문 인터뷰, 브랜드 타임 라인에 이르기까지 작은 백과사전 수준이다. 뜻밖에도 헬무트 랑을 전문적으로 다룬 단행본을 찾기 어려운 현재, 이 잡지만큼 밀도와 심도가 모두 깊은 전문 서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 032c Issue 31, Winter 2016/17 Helmut Lang Legacy issue.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Images courtesy of 032c, Helmut Lang.

    1996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에 실린 그 유명한 초상 사진 portrait photography 광고를 담은 표지는 ‘헬무트 랑의 유산: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는 어떻게 새로운 세기를 위한 패션을 발명했나 The Helmut Lang Legacy: How An Austrian Designer Invented Fashion For The New Millennium’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이 과도한 찬사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90년대의 향수가 비단 유행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패션계의 ‘창조’가 대체로 ‘참조 reference‘를 넘어서지 못하는 요즘 더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라프 시몬스 Raf Simons 초기 컬렉션 의상들이 정식 판매 가격의 수십, 수백 배로 올라 문자 그대로 빈티지 vintage 반열에 오른 지금, 헬무트 랑 시절 옷과 장신구 역시 그 순서를 따르고 있다는 점도 재밌다(이베이 eBay에서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다!). 셰인 올리버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충실하게 브랜드를 복제 replica해내며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도 헬무트 랑을 각인하는 지금, 이 천재 디자이너의 전성기 시절 팬이라면 꼭 구해서 봐야 하는 잡지, 아니 단행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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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2-02
O! Leica!
2017-12-16
오래된 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