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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미원숭이

불현듯 짧은 글이나 일기를 끄적이고 싶어진다면 충분히 족합니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Hong Sukwoo

© 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김춘미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Photographed by Hong Sukwoo

    무라카미 하루키 Murakami Haruki가 단편 모음집 밤의 거미원숭이 Spider Monkey Comes at Night 서문을 쓴 건 1996년 11월입니다. 그와 여러 작업을 함께한 삽화가 안자이 미즈마루 Anzai Mizumaru가 표지를 비롯한 그림을 그렸어요. 이 책의 한국어판 초판 1쇄는 2003년 6월에 나왔고, 2014년 4월 즈음, 대학로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샀습니다. 사고서 바로 휙 읽은 후 서가에 꽂힌 채 묵묵히 있던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2일이고, 토요일마다 있는 팟캐스트 녹음하러 오가는 길에 가볍게 읽을 책을 한 권 원했습니다.

    책 안에는 서른다섯 개 남짓한 단편이 있습니다. 장편 소설 사이, 지극히 짧은 단편을 취미처럼 써 내려가며 어떤 부담 없이 즐거웠노라고 말하는 작가는 문장이 모여 이룬 이야기들의 의미를 자신도 잘 모른다고, 서문에서 밝힙니다. 저역시 문학적으로 의미를 발견하거나 부여하고, 그 안에 숨은 은유를 발견하려고 책을 펼치진 않았어요.

    하루키의 말처럼 술술 읽고,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글과 닮은 듯 아닌 듯한 그림을 보다가, 불현듯 짧은 글이나 일기를 끄적이고 싶어진다면 충분히 족합니다. 종이로 된 책을 느릿느릿 읽으며, 해가 길어진 초여름 주말 오후가 지나는 시간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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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5-05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