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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 Nº1 — 720, 김란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Seoul Fashion Creatvie Studio·SFCS는 서울에 기반을 둔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매년 심사를 거쳐 창작과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 운영을 위한 각종 상담·자문과 지원 사업을 연결하며, 비교적 영세한 패션 디자이너가 하나의 오롯한 패션 레이블로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서울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 시리즈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의 공동 제작 콘텐츠로, SFCS의 지원을 받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어떤 식으로 옷을 만들고 자신의 브랜드를 이끌어가는지 관찰하고 대화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Film  Sung Changwon (Studio Bone)

In Associates with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 720 by Kim Ranna studio at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2018. Photographed by Hong Sukwoo.

    처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옷을 짓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을 소개하고자 마음먹었다. 수많은 정보 과잉 시대, 우리는 수백 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를 보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명세를 띈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에 편중하였기 때문이다. 글과 종이 잡지에서 영상과 소셜 미디어 social media로 매체 주도권이 넘어가는 지금, ‘이미지 image’로 접한 청년문화 youth culture와 지역 문화 local culture가 얼마나 패션의 진부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서울의 젊은 패션’을 단편적인 이미지와 현상, 과정을 몇 개의 키워드로 담아낼 수는 없다.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그들 각자 자리에서 생존과 경영을 동시에 고민하고, 브랜딩 branding과 홍보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 소위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목을 제공하는 곳 중 하나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였다.

    패션 디자이너 김란아 Kim Ranna는 패션 브랜드 인턴십부터 시작하여 패션 회사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고, 2014년 자신의 브랜드 720칠이공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 디자이너 심사에 참여하면서 지원한 디자이너들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그는 내가 참여한 심사에서도 몇 번인가 보았다. 앞서 몇 차례 탈락했지만, 14기 디자이너로 스튜디오에 입주했다. 작년 10월에는 2018년도 봄/여름 시즌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과 트레이드쇼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 Generation Next Seoul에 참가, 첫 번째 런웨이 무대를 치렀다.

    김란아는 패턴을 그리고 옷을 짓는 일부터 자체 웹사이트 온라인 판매와 고객 응대를 담당하며, 다시 새로운 시즌의 컬렉션 준비까지 모두 혼자 한다. ‘혼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게 가능한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본 꽤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 모두 1인 기업 형태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아직 완벽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720은 유행이나 흐름과 조금 거리를 두면서도, 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천천히 신중하게 움직인다. 첫 번째 런웨이 무대였던 2018년도 봄/여름 컬렉션은 아래처럼 리뷰를 썼다.

© Backstage of 720 by Kim Ranna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at Seoul Fashion Week.

    서울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 기능을 한다. 종종 어떤 그들의 컬렉션 공간에 들어서면, 능숙한 베테랑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이제는 느끼기 어려운 풋풋한 감정이 스며들 때도 있다. 여성복 브랜드 720 의 김란아 디자이너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독립적인 여성복을 만든다. ‘브랜드’의 이름 아래, 적당히 로고를 찍어 대량생산하는 자칭 패션 브랜드가 넘쳐 흐르는 시대이다. 720은 조금 미련해 보일 정도로 천천히, 조금씩 영역을 넓히며 그들과는 반대로 간다.

    언팩드 언랩드 언네임드 Unpacked Unwrapped Unnamed를 주제로 선보인 컬렉션에서 모델들은 기본 여성복에서 조금씩 변형한 옷을 입고 무대로 나섰다. 소매를 싹둑 자른 트렌치코트는 앞섬을 끌어올려 긴 치마처럼 보였다. 풍성하게 어깨를 강조한 베이지색 줄무늬 셔츠 상의에는 나른한 휴양지에서 입어도 어울릴 법한 슬립 미니 드레스를 겹쳐 입었다.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무턱대고 감싸지 않으며, 스트리트웨어의 득세 이후 바야흐로 대세와 다름없는 ‘로고 logo’를 뺀 익명 unnamed의 컬렉션은 2018년 봄을 향한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꽤 과감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광택이 반짝이는 합성 소재를 사선으로 절개하여 고대 그리스 신화의 여성처럼 두른 섬세함과 양 소매를 각기 다른 소재로 마무리한 셔츠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런웨이가 아닌 일반 여성 소비자들의 시각으로 일부 ‘아이템’을 바라보면, 실용성을 배제하여 특별할 때 입기도 어려운 옷들은 ‘쇼’를 위한 의복 이상이 되긴 어려워 보였다. 온갖 패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이 젊은 여성복 디자이너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Based in Seoul, women’s wear brand 720 by designer Kim Ranna pursues its distinctive style look for independent women, persistently inching its way to the goal. Under the theme, Unpacked, Unwrapped and Unnamed, the show began with basic women’s wear items with some interesting twists. The loose- t shoulder- exposing beige stripe shirts were impressively layered with slip mini-dresses. Equally, worth attention were the glossy mixed-fabric shirt items with each sleeve sporting different textiles.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 중구 마장로 22(신당동251-7), 과거 동대문 도매시장 유어스 U:US 건물 5층에 있다. 운영 사무실과 공동봉제작업실, 패션 라이브러리 Fashion Library 등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 공존하는 4층과 달리, 5층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심사를 거쳐 선정한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현재 14기 열세 팀, 15기 열일곱 팀까지 총 서른 개의 브랜드가 입주해 있다). 건물 한 층을 전부 사용하며 평가 기준에 따라 A, B, C형으로 나눠 사용한다. 그중 C50호가 720에 배정되었다. 단 두 개만 있는 가장 넓은 C형 약 27-30m2 공간이다. 캐비닛과 칸막이로 나눈 공간들은 각자 독립된 방처럼 생겼다. 혼자 쓰기 넓다면 넓겠지만, 지난 시즌 상품이 가득 걸린 헹거와 다양한 부자재들, 작업대와 사무를 보는 책상 등으로 빼곡하게 찼다. 2018년 2월 어느 오전의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아직 분주하기 직전이었다.

    파스텔 색채의 2018년도 봄/여름 시즌 720 컬렉션.

    재봉 후 사용하는 오래된 다리미.

    작업 지시서.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재봉틀 자재들.

© 720 by Kim Ranna Studio at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2018년 2월 13일 화요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5th Floor, SFCS, Tuesday, February 13, 2018

더네이비매거진 The NAVY Magazine: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김란아 Kim Ranna, Designer of 720: 2018년도 봄/여름 시즌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1인 기업이라 모두 혼자 한다.

720은 어떤 브랜드인가?

    이름 초성 ‘ㄱㄹㅇ’을 숫자 ‘720’으로 바꿔서 지었다. 당대 패션 흐름과 개인적인 취향 사이에서 디자인하는 여성복 브랜드다. 예전에는 소위 ‘핫’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다. 창작 스튜디오에서 여러 디자이너를 만나며 ‘나만의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만큼 브랜드로서, 브랜딩 branding 관점에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온다. 좀 더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염두에 두며, 새로운 균형을 잡는 게 지금 과제이다.

어떻게 패션 브랜드를 시작했나?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려던 건 아니었다. 회사에 다니고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내가 낼 수 있는 옷의 색깔이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해졌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는 느낌으로 혼자 작업하다가, 친한 지인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이름이 필요했다. 한 시즌씩 진행해오던 것이 이제 4년 차가 됐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도 신인처럼 느껴진다.

런웨이에 선다는 감회는 조금 다를 듯하다.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통한 좋은 기회로 참가했다. 첫 쇼이다 보니 조금 급하게 진행한 면도 있다.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쇼맨십이 강한 옷이 많아서 반성하고 있었다. (웃음) 입기 쉽고 착용감 좋은 wearable 옷보다 콘셉트에 치우쳤달까. 오는 시즌에는 보완해서 준비하려고 한다.

2018년도 봄/여름 컬렉션은 어떤 식으로 만들었나?

    유리오 에델만 Yrjö Edelmann; 스웨덴 출신의 예술가(1941-2016) – 편집자 주의 대표작 중, 포장 소포 용지를 구겨서 표현한 작업이 있다. 컬렉션 자료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처음 그 작품을 보고 왠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720의 특징은 드레이핑 draping; 소재를 느슨하게 걸치고 씌우거나, 감아서 입체감을 주는 의류 제작 기법. – 편집자 주인데, 소포 용지를 풀어헤친 디테일을 넣고 변형하는 걸 모티브 삼았다. 커다란 oversized 치수의 자이언트 숄더 giant shoulder 재킷이 대표적으로, 옷 뒤에 드레이핑을 넣어서 여성스러운 feminine 면모를 담았다. 실제 판매하는 옷은 좀 더 실용적으로, 런웨이에 올린 드레스는 금속 metal 느낌 소재를 썼지만 시폰 chiffon으로 바꾸는 식이다. 패턴 작업을 직접 하므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한 실루엣이 나온다. 지금 입은 후드 상의도 이번 컬렉션인데, 앞섬을 리본처럼 묶거나 풀 수 있다.

© Yrjö Edelmann, ‘Trompe l’œil’. Images courtesy of Hedenius Stockholm.

옷을 만들 때 무엇이 중요한가?

    항상 먼저 콘셉트를 정하고, 이야기를 담아 세부적인 부분을 넣는다. 대담한 bold 디테일과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고자 한다.

실제 작업은 스튜디오 안팎을 오가며 이뤄지겠지만,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을 하나.

    일반 사무 업무, 디자인과 패턴, 간단한 가봉 작업을 한다. 스튜디오 바깥의 공동 작업실과 재봉실에서 시제품 샘플링 작업도 한다. 실제 생산 이전 단계는 전부 한다고 보면 된다.

(스튜디오의) 이 수많은 소재들은?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 소재를 찾던 중인데, 어젯밤에 벌려 놔서 막 정리하고 있다. 지난 시즌은 소재에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으로 풀었다. 이번에는 퍼지는 flared 디테일이 많이 쓰일 예정인데, 그런 요소를 담아낸 디자인 스케치 작업 후, 소재를 정하고 세부 내용을 정한다.

자주 교류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바로 앞 사무실을 쓰는 엣치 Etch의 최지훈 Choi Jihoon 디자이너와 친하다. 카이아크만 Kai-aakmann에서 인턴을 처음 시작했을 때 높은 선배였는데 같은 기수로 입주하게 되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과 후, 변화가 있나?

    굉장히 도움이 된다. 원래 친한 디자이너들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관련 정보를 얻는 편이었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 비슷한 디자이너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반면 긴장도 된다. 매출이 잘 나오는 브랜드가 부럽기도 하고. (웃음) 개인 작업실 앞에 (택배) 상자가 많으면 은연중에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걸 알게 된다. 서울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만이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 판로 개척과 외국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방면을 신경 쓰는 일이다. 이곳은 홍보대행사를 통한 스타 마케팅과 협찬도 진행하지만, 하나의 브랜드가 갖춰야 할 시스템, 즉 어떤 부분이 필요하겠구나, 스스로 공부하도록 도와준다.

1인 기업으로서 컬렉션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홍보와 온라인 시장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을 텐데.

    아무래도 사람이 더 필요하다. 여러 일을 하니까. 휴가도 못 가고. (웃음) 아직 판매에 집중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어떤 곳에 비중을 두고 발전한다기보다 할 일만 계속 넓게, 늘어나는 느낌이 요즘 든다. 그래서 같이할 수 있는 크루나 동료들이 있으면 좋겠다.

© 720 by Kim Ranna Studio at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720으로 4년, 아홉 번째 시즌을 앞둔 김란아는 아직 자신이 신인 같다고 했다. 자기 색을 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가며 매 시즌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는 이제 브랜딩을 생각한다. 디자인에 집중하기보단, 하나의 브랜드 안에 있는 제품으로서 옷을 대하고 컬렉션을 잇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더 편하게 입고 더 쉽게 접근하도록, 더 높은 완성도의 옷을 만들기 위한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한 브랜드를 이끄는 경영자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그는 720이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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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아트모스 서울 Atmos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