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베아의 핸드크림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다.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The NAVY Magazine
© Nivea Creme. Photographed by The NAVY Magazine.
너무 어릴 적부터 집 어딘가 항상 있어서, 이 크림 브랜드가 독일제 Made in Germany라는 걸 알고는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손, 얼굴, 피부 어디에도 바를 수 있다. 일반 성인 손에 꼭 들어가는 동그란 알루미늄 케이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니베아 크림 Nivea Creme은 피부보호 성분인 판테놀을 함유한 다목적 크림으로 가족 모두의 얼굴, 손, 발 등 전신 피부 보습에 효과적입니다. 엄선된 영양 유분이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거친 피부를 오랫동안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부로 가꾸어 줍니다.’
정제수와 미네랄 기름이 주요 성분인 이 흰색 크림은 고체와 액체의 적당한 중간 지점에 있다. 손이 건조해서 핸드크림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르지만) 주요한 선택지로 취급받지는 않았다. 이 크림의 믿음직스러운 로고, 새파란 뚜껑, 그리고 대한민국 편의점을 비롯한 세계 어디서나 살 수 있다는 점은 화장품 브랜드에 장점이자 약점이 되었다. 나만 쓴다는 희소성은 없지만, 그렇기에 이 크림을 꺼내 들면, 누군가 참 오랜만이라고 말한다. 어떤 향수 비슷한 게 있다.
한국 출신 예술가 유신애 Yoo Sinae는 니베아 크림을 창작 소재로 쓰기도 했다. 어른 키를 훌쩍 넘은 캔버스 세 개를 꽉 채운 그림 배경색을 니베아의 푸른색으로 칠하고, 허옇게 뜬 보름달과 한국 전통 장승 둘을 이 크림으로 그려냈다. 자아도취적 귀신과 경계 없는 친밀함 Narcissistic Ghost And Borderless Intimacy, 2016으로 이름 붙인 회화와 적 Enemy이라는 영상 작업으로 그는 2016년 루이스 에슐리만 앤 마가레타 코티상 Louise Aeschlimann und Margareta Corti-Stipendium을 탔다. 스위스 정부가 주는 예술상으로 상당한 권위가 있다. 니베아 코리아 역시 이 예상치 못한 소식에 인터뷰는 물론 전시까지 진행했다. 일상의 흔한 소재를 예술의 도구로 삼는 것은 현대 미술이 걸어온 발자취에 다양하게 남았지만, 공기처럼 흔하던 크림 역시도 피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