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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의 목소리

Team Baby.

 

Text  Hong Sukwoo

Images  Highgrnd

© The Black Skirt, Team Baby, 2017. Published by Highgrnd.

    10년 전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 중 하나를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가 만들었다. 열심히 공연장에 다녔고, 레코드숍에서 CD를 획득하는 성취감에 뿌듯했던 시기였다(요즘 다시 부흥기처럼 보인다). 이 1인 밴드의 리더이자 핵심 구성원 조휴일 Jo Hyuil의 목소리는 흐느적거렸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홀렸다. 어떠한 ‘으스댐’이나 과도하게 몰입한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 감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사랑과 삶을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이야기들, 남들과 조금 다르게 한국어와 영어를 섞는 기교에 감탄했다. 평론가가 바라본 곡과 연주 자체가 지닌 매력은 아닐지언정, 글을 쓰는 사람에게 호소하는 매력이 짙었다. 검정치마라는 이름도 그랬다.

    그는 다작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첫 음반 이후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냈지만, 공백 혹은 여백이 제법 길었다. 그래서 어느샌가 좀 잊은 음악가였다. 올봄 발매한 3집 팀 베이비 Team Baby를 들은 건 여름 끝자락이었다. 인쇄 감리를 볼 일이 있어서 을지로 주변을 서성이던 밤, 일을 마치고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친구에게 커피를 사 들고 갔다. 주섬주섬 퇴근을 준비하는 꽤 늦은 시각, 스마트폰에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커다란 음량으로 조휴일의 목소리가 나왔다. 1집과 2집 노래를 수없이 들었기에, 대번 새 음악이냐고 물었다. ‘맞아요, 형.’

    몇 곡은 특히 기억이 남았는데, 가사까지 음미하기에는 을지로 주변 밤의 자동차 소리와 소음이 컸다. 그리고 그의 새 음반만 반복하여 듣는다. 서울 Seoul을 몇 시간이고 돌아다닌 토요일 오후, 집에서 늘어져 있던 일요일 저녁, 그리고 다시 새로운 주를 맞이한 평일 새벽까지.

    콘셉트 앨범 concept album은 분명히 아닌데 총 열 곡의 가사와 상황이 대칭처럼 이어졌다가 흩어진다. 고향의 겨울을 이야기하고 내 고향 서울엔, 단단한 자신의 사랑을 말하다가 Diamond, 헤어진 연인과의 멈춘 시간을 읊조린다 한시 오분 1:05. 개인적 경험의 발로와 함께 ‘다이아몬드’와 ‘한시 오분’은 유독 반복 재생했다.

    수백 번은 들었는데, 여전히 질리지 않는다.

    This article has been contributed to Cine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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