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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7년의 로에베

LOEWE, then and now.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LOEWE

© LOEWE S/S 2015 Campaign. Photographed by Steven Meisel, styled by Benjamin Bruno, Art Directed by M/M Paris. Images courtesy of LOEWE.

    지금껏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가 성별의 경계를 탐험했다. 근래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조너선 앤더슨 Jonathan Anderson이다. 남성 패션지 판타스틱맨 FANTASTIC MAN, Spring & Summer 2015 Issue no. 2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남성복은 항상 어떠한 환상 a fantasy of something을 향해 간다’고 했다. ‘성별’ 그 자체만큼 남녀를 구분 짓는 요소가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관념을 모호하게 흐릴수록 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조너선 앤더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로에베 LOEWE는 스티븐 마이젤의 1997년도 보그 이탈리아 VOGUE Italy 화보에 헌정한 2015년도 봄/여름 캠페인에서 그 정수를 담았다. 패션은 실용적이어야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창작과 탐험에 제한은 없어야 한다. 우리가 더 많은 상업성에 물들 수밖에 없는 요즘, 필요한 요소다.

    한 번 더 판타스틱 맨 인터뷰를 인용하면, 조너선 앤더슨이 언급한 ‘환상’에 자신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that is not me). 그는 ‘결코 짧은 상의 crop top를 입지 않겠지만,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아이디어를 사랑한다’라고도 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가 ‘신진 문물’의 수용자일 필요는 없다. 

    패션은 동시대 가장 선두에 선 창작 수단이지만, 우리가 매일 출퇴근하고 조깅하며 입는 옷이란 대개 정해져 있다. 남성복의 경향을 진두지휘하는 디자이너들의 ‘무대’에 경탄하면서도, 생활 반경까지 끌어들일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패션 아이콘으로 부르는 이들이 어딘가에서 입고 나오면, 감흥 어린 눈으로 그저 바라보면 된다. 

 

    P. S. 2017 겨울의 추신.

© LOEWE Autumn/Winter 2017 Menswear collection. Photographed by Jamie Hawkesworth, styled by Benjamin Bruno, Art Directed by M/M Paris. images courtesy of LOEWE.

    여전히 조너선 앤더슨은 순항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레이블과 로에베 모두 탄탄하게 이끌고 있으며, 로에베 재단을 통한 사회 기여와 예술 지원 역시 활발하다. 또한, 2017년 가을 선보인 유니클로 UNIQLO와의 협업 컬렉션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바쁜 나날이다.

    조너선 앤더슨은 업계 주류를 상징하는 실용적인 남성복과는 거리가 먼 톤과 매너로 로에베 기성복을 표현한다. 사람의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로서 각기 화음을 내는 가죽 가방과 열쇠고리, 장갑과 귀걸이 그리고 몸에 붙는 니트웨어와 사치스럽고 일상적이지 않은 색채를 띤 모피 코트가 로에베 가죽 제품을 넘어 남성복에도 들어 있다.

    사실 외모에 힘을 쏟는 유명인사들이나 일부 패션 키즈들을 제외하고 그의 전위적인 기성복을 제대로 소화할 남성들은 실상 별로 없다. 작은 가죽과 커다란 구두 모양의 금속 열쇠고리, 재치 넘치는 가방과 지갑, 펄럭이는 새빨간 타탄 체크무늬 바지와 가죽 구두가 놓인 매장에 들어서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쉽게 말해서 지갑을 열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눈이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는 패션을 가장 패션처럼 보이도록 시각화하는 방법을 잘 안다. 적당한 우아한 환상, 타협 없는 품질, 그리고 매력적인 소년들의 초상화까지. 로에베의 캔버스 안에 항상 들어 있는 요소들은 곧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충직하고 조용한 마니아들을 배출한 비밀 장치이다.

    2017년 11월 14일 화요일에는, 서울에서 처음 2018년도 봄/여름 시즌 로에베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인다. 컬렉션을 마친 후 8시부터, 성수동에서 파티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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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에디 슬리먼 Hedi Slim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