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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시몬스의 장갑

I ♥ YOU.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Soto Berlin

 


© Raf Simons ‘I Love You’ gloves. Images from Soto Berlin.

    라프 시몬스 Raf Simons의 오래된 컬렉션을 좋아한다. ‘오래’라고 해도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이제 고작 십 년 남짓 지난 시절이지만 그때 라프 시몬스는 지금처럼 정돈된 실루엣이 아닌 일종의 치기 어린 심상들이 있었다. 옷도 지금만큼 정교하진 않아서, 어떤 것들은 ‘그 가격에 도대체 왜?’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수많은 라프 시몬스 옷들이 어린 나를 거쳤다. 어떤 것들은 (입지 않더라도) 지금 옷장 속에 남았고, 어떤 것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입는다. 지난주 토요일 입었던 2003년도인가 2004년도 컬렉션 중 하나인 아주 커다란 베이지색 파카 또한 그랬다.

    어느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예전’ 컬렉션을 좋아한다는 것은 두 가지 정도 생각을 내포한다. 하나는 지금 그들이 만드는 것에 없는 무언가에 대한 향수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시대 컬렉션을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콘셉트와 주제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질 샌더 Jil Sander크리스찬 디올 Christian Dior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다가, 이제는 캘빈 클라인 Calvin Klein의 최고창조책임자 CCO가 된 라프 시몬스가 여전히 남성복을 만드는 데 감사하다.

    소싯적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들에 대한 열광이 패션에 발을 들이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면, 당시 라프 시몬스는 ‘고급 기성복, 소위 하이패션 high fashion‘의 재미를 알게 한 장본인이었다. 여전히 그의 컬렉션이 희망 구매 목록 상위권에 있다.

    각설하고, 2017년 현재 라프 시몬스는 캘빈 클라인을 지휘하며 언제나 거점 삼았던 파리를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그의 ‘첫 번째’ 뉴욕 데뷔 컬렉션은 파리와 유럽이 고향처럼 익숙할 이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가 이국적이고 조금은 생경한 미국 땅, 그 안에서도 뉴욕 New York이라는 대도시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

    장갑에 귀여운 하트 모양 자수와 ‘아이 러브 유 I LOVE YOU’를 새긴 장갑 gloves이 특히 눈에 띄었다. 딱 봐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품 로고가 된 ‘I ♥ NY’의 귀여운 변주처럼 보인다. 뉴욕에서 마주할 모든 이를 향한 따뜻한 인사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왼쪽 손등에 새겨진 라프 시몬스의 머리글자 ‘R’ 또한 탐스럽다. 

    한 손에 뜨개실 장식을 넣고, 소매 부분을 제법 길게 늘인 이 남색 navy 장갑은 독일 베를린의 편집매장 소토 베를린 SOTO Berlin에서 365유로에 판다. 요즘 많은 편집매장이 그러하듯이 ‘직구’ 역시 가능하다(배송비는 붙지만, 부가세 19%는 깎인다).

Soto Store

info@sotostore.com
Torstrasse 72, 10119 Berlin, Germany
Mon-Fri, 11 am – 7 pm / Sat, 11 am – 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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