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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레도, 펄프

BYREDO PULP, Eau de Parfum.

 

Text  Hong Sukwoo

Illustration  The NAVY Magazine

© BYREDO PULP, 50ml/100ml Eau de Parfum. Illustrated by The NAVY Magazine.

    처음 이 향수를 보았던 건 아마도 남성 잡지 판타스틱맨 FANTASTIC MAN이었다. 빛을 흡수하여 머금은 둥그런 도자기 뚜껑 ceramic cap에 정갈한 활자 디자인을 붙인 작은 유리병. 최소주의 minimalism 원칙을 적용한 향수는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구매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instagram 계정에 올리고 싶은 충동을 낳는다.

    바이레도 BYREDO 이전의 향수와 그루밍 grooming 브랜드 – 특히 패션 브랜드가 낸 종류 – 들은 대체로 너무 화려한 패키지 디자인이 유행이었다. 아니면 묘하게 마초 정서를 담고 있거나. 바이레도는 그걸 부숴버렸다. 2006년 설립한 작은 향수 브랜드는 이제 동시대 그루밍 업계를 넘어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그루밍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설립자 벤 고햄 Ben Gorham은 이 브랜드의 시작이 ‘향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인도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웨덴인으로서 그는 정규 조향사 교육을 받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그루밍·뷰티 하우스를 만들었다.

    2006년 설립 이래 10년이 훌쩍 넘게 지난 현재 바이레도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뉴욕 소호 SoHo, New York에 매장을 내고, 대한민국의 우아한 편집매장들과 거대한 백화점 한쪽에 매장과 진열대가 있다. 향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손과 몸에 바르는 제품, 심지어 작은 남성용 카드 지갑과 여성용 가죽 핸드백까지 만든다.

    이 모든 시작에 원초적인 향수가 있다. 과일 향을 머금은 펄프 PULP의 이름을 처음 들으면 B급 정서의 싸구려 통속 소설을 뜻하는 – 영화 제목으로 유명한 – 펄프 픽션 pulp fiction이 떠오른다. 하지만 펄프는 과일의 원료, 즉 과육 果肉을 뜻하는 단어이다. 다국적 피를 물려받은 벤 고햄의 경험을 담아낸 향수로 이국과 스웨덴의 풍취를 동시에 담았다.

    베르가못 Bergamot; 지중해 나무에서 나는 배 모양 오렌지로 보통 껍질 기름을 짜서 향신료로 사용한다. – 편집자 주과 무화과 fig, 삼목 나무 cedarwood와 복숭아 꽃 peach flower이 각각 섞여 묘한 감흥을 낸다. 달콤하고 잘 익은 과일을 한입 베어 무는 기분. 그러나 매일 먹는 사과나 딸기의 달콤함 대신, 타지에서 처음 맛본 이름 모를 과일의 향이 펄프의 첫 느낌과 닮았다.

    BYREDO PULP — 50mL / 100mL Eau de Parfum.

    Top. Bergamot, Blackcurrant, Cardamom

    Heart. Fig, Red Apple, Tiare

    Base. Cedarwood, Peach Flower, Pra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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